그 인구는 얼마가 될까. 중국의 중산층 말이다. 공산당 통치 중국에서는 본래 존재하지 않는 계층이었다. 그 중산층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개혁개방이후다. 중국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중국 형 중산층 인구도 크게 늘었다. 이와 비례해 관심도 높아갔다.
‘정치적 변화의 주체로서 민주화 동인(動因)의 역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주로 서방측이 보여 온 기대이자 전망이었다. 권위주의 형 체제다. 그 체제에서 중산층 인구가 두터워진다. 결국 뒤따르는 것은 민주화다. 하나의 역사의 철칙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중산층 인구 증가와 함께 급속히 늘어난 것은 부자(富者)들이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베인 앤드 컴퍼니(Bain&Company)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1,000만 달러이상인 재력가 인구는 2008년 30만에서 2013년에는 85만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차지한 부는 2013년 현재 27조 유안으로 중국 GDP 57조 유안의 47%선을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부르주아지 인구는 크게 늘었다. 그리고 그들의 경제 전반에 대한 통제력은 커져가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정치적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현실은 그러나 이와 대조적이다.
정치적으로 권위주의 체제와 동맹자이다. 민주주의를 정치적 혼란, 경제적 붕괴와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 마디로 친(親)공산당에, 반(反)민주적이고 수구적이다. 중국 형 중산층이 보여 온 독특한 얼굴이다.
물질적 이익을 보호해주는 공산당과의 유착관계에 있다. 그러면서 체제수호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중국의 중산층이란 얘기다. 그러니까 서방의 기대에 배반을 때린 셈이다.
그 중국의 중산층이 그런데 또 다른 양태를 드러내고 있다. 체재에 정면도전하는 대신 돈을 들고 해외로 탈출한다. 그럼으로써 체제에 저항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해외 이민은 해마다 증가해 2000년에서 2011년 기간 동안 이민자수는 연간 41만8,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0여만은 미국에, 89여만은 캐나다에 정착했고 한국을 선택한 이민자도 65만 여에 이르고 있다.
중국인 이민자들이 그렇다. 대부분이 중산층이다. 게다가 부자들은 이민을 못 떠나 더 안달이다. 바클레이스 은행 조사에 따르면 150만 달러이상의 자산을 지닌 중국인 중 47%는 5년 내에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 자산 1,500만 달러이상인 수퍼 리치들은 60%이상이 중국을 떠날 생각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왜 이민을 원하나. 드러난 이유는 보다 좋은 자녀교육을 위해, 살인적 공해를 피해서 등이다.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들 대부분이 공산당과의 유착을 통해 돈을 모았다. 그 부(富)가 당국에 의해 언제 압수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국의 자산가들은 근본적으로 국내경제를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자산 1,600만 이상의 수퍼 리치들의 1/3은 이미 이민을 떠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민 러시, 특히 부자들의 해외탈출과 함께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 자본의 해외 유출이다. 싱크 탱크인 글로벌 파이낸셜 인테그리티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1년 사이 해외로 불법유출 된 중국의 자본은 3조7,900여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개발도상국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자본유출의 54%는 인보이스(invoice)조작 등의 수법으로 이루어진다. 해외로 불법 유출된 중국자본 중 86%, 3조2,000억 달러도 이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 조사의 지적이다.
문제는 중국의 자본유출이 날로 가속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1조 달러가 넘는 자본이 해외로 유출됐다. 골드먼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자본 유출 액은 780억 달러로 2016년은 자본유출에 있어 2015년에 버금가는 해로 기록된다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중국공산당 체제는 늘고 있는 중산층으로부터 도전을 받지 않고 있다. 중국의 중산층은, 또 자본가 계층은 단지 해외로 탈출할 뿐이니까. 위협 받고 있는 것은 중국의 장래다. 고급 두뇌가 해외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중국의 부(富)가 끊임없이 유출되면서.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마치 전면전이라도 벌일 기세다. 새해벽두부터 항공모함 무력시위에 나섰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라오닝호가 남중국해에서 항모훈련을 펼치자 미국 역시 항모전단을 긴급 발진시켰다. 그리고 사드배치문제를 놓고 한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군사주권을 농락하고 있다.
통상 문제를 둘러싼 대치는 더 숨 가쁘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몽둥이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의 사설내용이다. 무역전쟁을 불사한다는 거다. 그 중국의 자세가 아무래도 허세로 보여서다.
뭐랄까. 천박한 물질주의로 안에서부터, 그것도 급격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체제가 공산당 지배의 중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