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정유년의 첫 주가 끝나간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금년, 2017년도 이미 반은 지나가지 않았을까. 세월의 빠름은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으앙 하고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들이 이젠 40을 바라보고 있으니 함께 늙어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남은 정유년의 시간과 날들을 어떻게 보람되게 보내야 할지~
새 해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덕담을 말한다. 덕담 중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란 덕담이 제일 많지 않을까. 그래, 복 많이 받으란 말 참 좋은 말이다. 복(福)을 한자로 풀이해 보면 재미있다. 보일 시(示)변에 한 일(一)자, 한 일자 밑에 입 구(口)자, 입 구자 밑에 밭 전(田)자로 되어 있다.
뜻을 풀이 해 보자. “입(口)으로 들어갈 먹을거리가 있는 밭(田)을 바라본다(示)”라고 설명된다. 오른쪽 획 제일 위의 한 일(一)자는 한 사람, 한 가족, 한 부족, 내지는 한 나라까지 확대 해석할 수 있겠다. 먹을거리가 있는 밭을 바라보는 한 인간, 한 가족의 모습. 얼마나 흡족하겠는가. 바라만 보아도 배가 부를 것 같다.
사서오경(四書五經) 중 <서경>에 보면 인간의 오복(五福)에 대해 말한 게 있다. 오복은 수(壽), 부(富), 강령(康靈),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綜命)이다. 풀어보면 오래 오래 사는 것, 넉넉히 부자로 사는 것, 건강하고 평안하게 사는 것, 도덕을 지키기를 좋아하며 사는 것,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것 등이다.
수천 년이 흐른 예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내릴, 그리고 인간이 추구하는 복의 근원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아니, 앞으로 다가올 수천 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게 있다면 서경에서 말한 오복이 아닐까 싶다. 서경이 논한 인간의 오복 중에는 치아(齒牙), 즉 이빨이 건강한 것은 빠져 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치아는 문제가 없었나 보다.
2,500년에서 3,000여 년 전에 집필된 <시편>(Book of Psalms) 1편(구약성경.Old Testament의 일부)에 보면 복 있는 사람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며...” <시편>의 복 있는 사람은 <서경>의 오복 중 ‘유호덕’과 연관된다.
또 2,000여 년 전 예수의 행적을 그린 신약(New Testament)성경에서 예수가 전한 8복은 이렇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정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가 복이 있는 자”다. 부와 건강과 오래 사는 것 등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사서오경 중 <서경>에서 말하는 인간의 5복. 인간의 안위와 부와 건강에 복을 더 치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신약에서 말하는 8복은 인간의 건강과 부함이 복이라기보다는 의롭고, 정직하고, 죄짓지 아니하고, 오만하지 않고, 마음을 가난하게, 온유하게, 긍휼하게, 정결하게, 화평을 추구하는 것이 복임을 나타낸다. 좀 다르지 않은가.
그러나 <서경>에서 말하는 복과 <성경>에서 말하는 복, 두 가지가 다 복인 것만은 확실하다. 다른 게 있다면 서경은 좀 현실적인 것, 즉 우리의 몸과 일상에 관한 복이라면 성경은 정신적인 것, 사회적인 것 등등 한 인간으로서의 올바르게 살아가야 할 전반적인 삶에 관여된 복에 무게를 더 두고 있지 않나 생각이 된다.
새해에 주고 싶은 덕담이 더 있다면, ‘하루에 하늘 한 번 보기’와 ‘우리의 근원과 존재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 등이다. 일상에 빠져 살다 보면 땅만 바라보고 살게 된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것 참 좋은 거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하루에 한 번쯤은 고개 들어 하늘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존재 자체는 아름다움이요 즐거움이다. 우리를 존재케 한 근원은 우주요, 자연이요 부모를 포함한 조상들이다. 수, 부, 강령, 유호덕, 고종명...온유, 긍휼, 정결, 화평을 구하는 복도 우리가 존재하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를 존재하게 한 조상들, 우주와 자연에 감사를 드리는 덕담도 꽤나 괜찮을 것 같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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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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