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만 것인가’-. 처음에는 대형 사고를 친 것으로 비쳐졌다.
외교에 전혀 경험이 없다. 그런데다가 수시로 말이 바뀐다. 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대만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리고 경제, 정치, 안보 문제 등을 논의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은 79년 이후 미국과 중국관계의 기본 원칙이다. 중국으로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이다. 그 원칙을 깬 것이다.
아마도 무식한 아마추어의 실수일 것이란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중국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 뒤이어 나온 트럼프의 발언이다. 그러자 워싱턴의 상당수 중국 전문가들은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트럼프가 처음 만난 외국 지도자가 아베 일본 총리다. 그리고 얼마 후 이루어진 것이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다. 이 일련의 외교행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치밀하게 계산 된 것으로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지금에 와서의 분석이다.
무슨 메시지일까. 제 1도련선이라고 했나. 북으로는 멀리 알류산열도에서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그러니까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보르네오를 연결하는 선을 중국은 일방적으로 해상 방어선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이 해역으로의 미 해군의 접근을 거부한다. 중국영토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국의 야욕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라는 거다.
다른 말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중국정책, 더 나아가 인도-태평양지역정책에 대대적 전환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중국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이 논의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보수 해외정책전문가 서클에서 이루어져왔다. 더욱 구체성을 띄기 시작한 것은 2기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다. 동아시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래서 제시된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정책(Asia Pivot)이다.
그런데 말 뿐이다. 남중국해에서 인공 섬을 조성하고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주변국가에 대해 걸핏하면 완력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제는 노골적으로 미국을 서태평양지역에서 퇴출시키려 들고 있다. 그런데도 그 중국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수동적인 반응으로 일관해왔다.
보다 강경한 대(對) 중국접근방법이 필요하다. 보수파만의 주장만이 아니다. 하나의 초당적 컨센서스로 굳어졌다고 할까. 그것이 워싱턴의 분위기다. 본래 친(親)중국노선의 대표주자였다. 그 데이비드 샴바우가 중국공산당 붕괴론 주창과 함께 반(反)중국론자로 돌아 선 것이 그 한 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은 그러면 어떤 형태를 보이게 될까. 이 질문에 앞서 살펴 볼 것이 있다. 차기 행정부의 아시아정책을 다룰 실무 보좌관들의 면면이다. 피터 나바로, 마이클 필스버리, 랜디 포브스 등이 그들로, 하나 같이 대 중국 초(超)강경론자들이다.
때문에 예상되는 새로운 중국정책은 ‘하드 파워’를 강조하고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정책에 보다 강력해진 하드 파워로 대처하는 정책이 된다는 것이다. 미군, 특히 해군의 대폭적인 증강과 함께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미군사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서태평양 해역에서 중국의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전략을 무력화 시킨다는 거다.
외교적으로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피벗(pivot)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에서 특히 중요시 되는 것은 대만의 역할이다.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는 공식 수교관계에 준하는 수준으로 격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중국 원칙은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 깨질 수 있다’-. 무엇을 말하나. 동아시아의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현상)가 변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아시아 지배 목표와 함께 이 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려고 하고 있다. 제 1도련선 해역에서의 군사적 우위확보가 그 첫 걸음이다. 미국은 그 중국의 도전을 역내 동맹세력 강화와 함께 대처해나가고 있다. 심각한 안보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 지역에서 전쟁의 위험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지의 분석이다.
다시 말해 1972년 닉슨의 중국방문과 함께 합의된 ‘하나의 중국원칙’- 그 스테이터스 쿠오가 근 반세기만에 무너지면서 동아시아에는 새로운 스테이터스 쿠오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황에서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이 대만의 전략적 가치다.
미국으로서는 치열하게 전개될 안보경쟁에서 불침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대만을 결코 내줄 수 없는 것이다. 동시에 일부에서는 미국과 일본 대만을 잇는 신 3각 동맹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새로운 스테이터스 쿠오, 다시 말해 미국과 중국은 이미 충돌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머지않아 확실한 선택을 강요당할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정마비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 한국이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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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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