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병은 외부의 침입자, 즉 바이러스, 박테리아 혹은 독성에 의해 생기지만 다른 질환은 몸 안에서 스스로 발생되기도 한다. 류마티스 질환, 각종 신장염, 척추염, 신경염 등의 ‘자가 면역질환’은 스트레스나 환경오염 등 여러 이유로 면역체계가 혼란과 착각에 빠져 스스로의 세포를 공격하는 병이다.
면역체계가 본인의 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생각하고 공격하는 자가 면역질환은 외부로 부터 들어오는 질병보다 더 치료하기가 복잡하다. 외부의 감염은 몸이 힘을 합쳐 싸울 수 있게 도와주면 되지만 ‘자중지란’으로 일어난 ‘자가 면역질환’은 어떻게 대처할지 혼란스럽다. 비슷한 현상은 역사 속에도 볼 수 있다.
이스라엘 여행 중 감동을 받은 곳으로 ‘마사다’가 있다. 이스라엘 남쪽에 높이 약 450m의 절벽 위에 있는 3층 구조의 계단식 건물 터이다. 반란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헤롯1세가 만일의 경우 이 요새에 숨기 위해 BC 31-37년에 지었으며 겨울 궁전으로도 사용했다.
이곳은 후에 유대인들에 의해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졌다. 유대인 일부는 AD 66년 로마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켰으나 AD 70년에 로마의 타이투스 장군의 지휘로 제압되었고 예루살렘 성전은 파괴되었다. 그러나 결사항쟁을 결의한 유대교인 960명이 예루살렘을 탈출해 마사다로 올라가 그곳에서 마지막 항전을 벌인다.
마사다 요새는 무너뜨리기 어려워 무적의 로마군도 3년간 공격했으나 실패했다. 로마군 지휘부는 요새를 포위하고 있으면 물을 얻을 길이 없어 항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못된 판단이었다.
마사다 요새를 만든 사람들은 언덕 중간에 큰 구멍을 파고 우기에 물이 그곳으로 흘러들도록 작은 물길을 만들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엄청난 양의 물이 비축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요새 정상까지 한 사람이 나귀를 타고 오갈 수 있는 꼬불꼬불한 길을 만들어서, 나귀에 물 항아리를 싣고 날라 정상에 있는 물 저장고에 채웠다. 요새 정상의 물 저장고들에는 수백 명이 1년간 쓸 수 있는 물을 보관할 수 있었다.
3년간 요새 함락에 실패하여 자존심이 상한 로마군은 정예병을 증파하고, 유대인 노예들을 동원해 절벽의 뒷부분에서 흙으로 언덕을 만들었다. 계속해서 언덕을 쌓아 올라가 요새의 정상과 같은 높이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마사다 안에 있던 유대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버티는 것뿐이었다.
AD 73년 실바 장군의 로마 10군단 9,000 명의 공격에 패배가 임박하자 유대인 지도자 벤 야이르가 최후의 연설을 하였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로마와 맞서 싸운 마지막 용사들입니다. 만약 우리가 산채로 로마의 수중에 들어가면 노예가 될 것이지만 우리는 명예롭게 자유인으로 죽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아내들이 욕을 당하지 않은 채 죽게 하고 자녀들이 노예의 기억 없이 세상을 떠나게 합시다. 우리의 재물과 요새를 불태웁시다. 그러나 곡식 창고만은 남겨두어 우리가 자결한 것이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립시다.”그들은 함께 ‘자유’를 위해 ‘죽음’을 선택하였다. 다음날 로마군이 요새에 들어 왔을 때 자결한 953명의 주검이 널려 있었고 오직 두 여자와 5명의 어린아이들만이 살아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마사다의 비극을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는 견지에서, 군인들에게 반드시 마사다를 등반하여 선서식을 거행하게 한다. 유대의 젊은이라면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곳이며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들이 찾아와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마사다를 함락시켰던 서로마도 AD 476년 멸망하고 만다. 멸망 원인에 대해선 여러 이유가 제기되지만 결국은 타락과 분열이라고 생각된다. 로마문명은 인간의 물질생활을 풍부하게 해주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부패하게 하였다. 민중의 분열과 붕괴는 멸망으로 귀착 되었다아이러니하게도 외부의 힘에 의해 멸망했으나 내부적으로는 하나였던 ‘마사다’의 정신은 2천년이 지난 오늘 오히려 살아있고, 화려했던 로마의 문명은 부패와 분열로 없어진 후 막연한 향수만을 느끼게 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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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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