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10일인데 밥 딜런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불참하고 대신 수락 연설문을 보내 다른 이에게 대독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수상자가 시인으로 불리는 대중가수이다 보니 올해에는 노벨상 수상작품은 읽을 것이 없다.
그래서, 작년도 수상작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주문해서 읽었다. 구 소련의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는 1986년 전쟁보다 무서운 핵 재앙이 일어난 곳이다. 저자는 10년에 걸쳐 100명이 넘는 사람을 인터뷰해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았다.
‘군인이 우리 마을에 와 주민을 소개했다. 시골 거리가 군 장비로 가득 찼다. 장갑수송차량, 녹색 방수포가 덮인 트럭, 탱크까지 있었다. 군인이 오자 사람들이 자기 집을 떠났다....,우리는 속았다. 사흘 후에 돌아올 거라 약속받았다. 집, 목욕탕, 예쁘게 장식된 우물, 옛정원 등 모든 것을 두고왔다. 우리 마을에는 묘지가 세 개 남아있다. 첫 번 째는 사람이 묻힌 오래된 묘지이고, 두 번째 묘지에는 우리가 버려 총살당한 개와 고양이, 세 번째 묘지에는 우리 집이 묻혀있다. 우리는 집까지 장사지냈다.“
“첫 아이를 기다렸어요. 의사가 나를 설득했어요. 임신중절 수술을 하셔야 합니다. 남편께서 체르노빌에 오래 계셨어요. 운전기사인 남편은 사고가 난 직후 그곳으로 불려갔어요. 모래와 콘크리트를 운반했거든요. 내 아이는 죽은 채로 태어났어요. 손가락도 두 개 모자랐어요. 여자아이였어요. 난 울었어요. 손가락이라도 다 있었더라면...., 여자아이잖아요.”
군사적 핵과 평화적 핵은 다 같이 사람을 죽이는 공범이다. 군사적 핵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있던 것이지만 평화적 핵은 집집마다 있는 전구 같은 거라고들 한다. 이 모두가 사람이 만든 재앙으로 지구는 상처받고 병들고 죽어간다.
환경보호가 앨 고어가 있다. 1993년~2001년 클린턴 정부시절 제52, 53대 부통령이자 2000년 대선후보였던 앨 고어는 2007년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VCC)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대선 패배이후 전 세계를 돌면서 1,000여회이상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운 공이다. 2001년 9.11테러 당시 미 국민의 일치단결을 호소했고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시가 초토화 되었을 때 구조헬기를 급파하여 이재민 구조에 나서는 등 퇴임후 더욱 인기를 끌고있다.
이 앨 고어가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만났다. 워싱턴포스트지는 “흥미로운 대화였다 ”고만 전했는데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기간 중 미국이 중국과 더불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면서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면서 유엔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언했었다. 지난 해 11월 열린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정(UNFCCC)은 이번 11월4일부터 발효되어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진다. 이는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으로 지구를 살리자는 모두의 약속이다.
걱정되는 것은 트럼프 내각에 화석연료를 신봉하는 억만장자들이 즐비한 점이다. 이미 우리들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급증,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를 입고 있는 중이다. 엘리뇨 현상으로 생태계 변화도 보고 있다. 각종 바이러스가 만연하는 질병 확산도 경험하고 있다.
맨하탄 트럼프 프라자를 나서는 앨 고어도 많이 늙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새까만 머리로 이지적이고 냉철해보이던 그가 은발에 주름이 깊지만 표정은 온화하다. 참 근사하다. 그가 하는 일과 더불어.
우리의 반기문 UN사무총장이 2007년 1월1일부터 시작된 사무총장의 임기를 12월31일 마친다. 유엔사무총장 첫 번째 임기 중 지구온난화를 주요문제로 인식, 2009년 제네바 세계기후회의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범국가적 협력을 촉구했다. 두 번째 임기에서는 주로 중동의 평화문제와 소수자들의 평등, 인권문제,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 등에 대해 강조해왔다. 그의 노후가 조국에 기여하기 보다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여 화려하게 꽃피길 기대한다. 아마 한국은 두 번째의 노벨평화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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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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