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당신은‘99%’아닌‘1%’프리랜서로 일하는 한 후배가 얼마 전 일이 줄었다. 일이 줄어든 만큼 수입도 줄었다. 아내와 둘이서 월 3,000달러로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2,000달러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요즘의 기본 생활비를 생각하면 한 달 살기에 많이 부족한 액수이다.
그런데 그가 전혀 뜻밖의 말을 했다.
“앞으로 2,000달러로 산다고 생각하니, 이제까지 1,000달러는 기부하며 살아도 되는 걸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마음을 비우면 이런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구나 싶었다. 잃은 것을 보는 대신 가진 것을 보는 혜안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사회에서 ‘가진 것’에 감사하며 마음을 다스리기는 쉽지 않다. 미국에서 소득 최상위 1%가 벌어들이는 돈은 전체 소득의 20%에 달한다. 100명이 사는 마을에 빵 100개가 있다면 한사람이 20개를 차지하고 나머지 80개를 99명이 나누는 불평등이다.
소득이 아니라 소유한 부를 비교하면 불평등의 정도는 훨씬 심해진다. 최상위 1%가 전체 부의 40% 이상, 통계에 따라서는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최고 부자 16만 가구가 가진 부는 하위 1억4,500만 가구가 가진 재산을 모두 합친 것과 같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불평등이 나날이 심해지고 경제적 양극화는 대물림으로 이어지니 대중은 마땅히 분노해야 한다며 일어난 것이 ‘점령하라’ 운동, 민주당 버니 샌더스의 경선 캠페인 메시지였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못 사는 ‘99%’가 아니라 잘 사는 ‘1%’라면 어떨까? 미국에 사는 한 우리 대부분은 생각보다 부자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로토 당첨’ 한국식으로는 ‘금수저’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하는 사이트이다.
‘지구촌 부자명단(Global Rich List)’이라는 사이트(globalrichlist.com)에 들어가서 국적과 소득을 입력하면 전 세계에서 소득으로 몇 번째인지, 소득 상위 몇 %에 속하는 지를 알려준다. 우리 대부분은 우리가 분노해 마지않는 ‘1%’의 가진 자들이다.
앞의 후배의 소득을 입력해 보았다. 월급 3,000달러는 지구촌 수준으로 소득 최상위 0.75%에 속하는 거액이다. 시간당 18달러 75센트. 지구 반대편 짐바브웨의 보통 근로자들은 시간당 53센트를 번다. 연봉 3만6,000달러는 짐바브웨 근로자가 35년 일해야 벌 수 있는 액수이다.
사이트에는 흥미로운 비교가 이어진다. 일하다 목이 말라 콜라 한 캔을 사서 마시고 싶다면 3,000달러 월급쟁이는 2분, 짐바브웨 근로자는 1시간 넘게 일해야 가능하다. 3,000달러는 말라위의 의사 221명분의 월급이기도 하다.
월급을 2.000달러로 낮춰서 입력하면 이는 지구상 상위 2.24% 속하는 소득. 연소득 2만4,000달러를 벌려면 짐바브웨의 보통 근로자는 23년 일해야 한다. 말라위 의사 147명분의 월급이다.
천양지차인 물가와 생활비를 생각하면 이런 식의 단순비교는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가진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자극은 된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의식주의 기본적 요소들, 깨끗한 주거시설과 자동차, 냉장고 안에 그득한 먹을거리, 옷장에 넘쳐나는 옷가지들이 지구촌 대부분 지역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호화로운 삶일 수 있다. 국제 빈곤퇴치기구인 옥스팜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9명 중 한명은 지금도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10억이 넘는 인구는 하루 1달러25센트 미만으로 살아간다. 4식구가 하루 5달러, 한 달에 150달러로 살아간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는 너무 많이 가졌다.
‘능력껏 기부하기(Giving What You Can)’라는 단체는 각자 소득의 10% 기부운동을 펼친다. 이 사이트 역시 지구상에서 ‘당신은 얼마나 부자인가’를 알려준다. 미국에서 부부가 월 3,000달러로 산다면 이는 세계 평균소득의 15배. 소득 최상위 6.9%에 속한다. 여기서 10%를 기부하면 소득은 세계 평균의 13배, 최상위 8.3%에 속하게 된다.
이렇게 1년간 기부하면 방충 처리된 모기장 571개 혹은 주혈흡충병약 2927정을 기부할 수 있다고 한다. 혹은 온전히 한사람을 살게 하는 액수가 된다고 알려준다.
미국도 한국도 어수선한 시기에 감사의 계절을 맞는다. 감사는 ‘가진 것’을 보는 데서 시작된다. 밤잠 못 자게 하는 근심 걱정들, 가슴 저미게 하는 회한들, 실망과 분노, 불안을 넘어서며 올해도 여기까지 왔다. 그래도 돌아보면 여전히 우리는 가진 것이 많다. 지구촌 수십억 인구에 비해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감사하며 나눔을 생각한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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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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