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 자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미국 복지시스템의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해 진다. 미국 노인들의 상당수는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에 의존해 살고 있어 이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 될 것이다. 물론 연방 의회 차원의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세금 인상과 혜택 축소라는 양날의 칼을 들이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2035년부터 소셜시큐리티 연금 지급액은 현재의 75%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다시 말해 월 1,000달러의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받아야 되는 은퇴자는 750달러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모아둔 트러스트 펀드가 고갈될 것이고 지불해야 하는 소셜시큐리티 연금은 근로자들의 세금으로만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11만8,500달러까지 12.4%의 소셜시큐리티 세금을 내며(2017년은 12만7,200달러로 오름) 세금을 얼마나 냈느냐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된다. 11만8,500달러를 초과하는 수입에 대해서는 소셜시큐리티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어도 11만8,500달러 수입까지만 12.4%의 세금을 낸다는 말이다. 직장인들은 수입의 6.2%를 소셜시리티 세금으로 내고 고용주는 나머지 6.2%를 부담한다.

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은 이에따라 미국내 총 임금의 83%만 세금을 내고 나머지 17%는 소셜시큐리티 세금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행 소셜시큐리티 세금 상한선 11만8,500달러를 올려 세금을 더 거둬들이고 한편으로는 소셜연금액을 줄이는 방안이나 이들 두 가지 방법 모두를 도입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기간에 민주당 특히 힐러리 클린턴은 상한선 상향 조정을 통한 세수 확보를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전반적인 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스 인스티튜트의 앤드류 빅스 상임학자는 “향후 75년간 미국 임금의 2.6%를 더 세금으로 거둬야 지금의 지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이는 세금을 현행 12.4%에서 2.6% 오른 15%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보다 세율이 더 높아야 향후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소셜시큐리티 자문위원회회는 3.4%를 예상했고 의회예산국은 이를 4.4%로 보고 있다.

지난 1960년대에만 해도 미국민 5.1명이 1명의 노인에게 제공되는 연금을 감당했지만 2005년에는 3.3명으로 줄었다가 최근에는 2명당 1명으로 급격이 떨어지고 있다.

이 수치는 은퇴 대열에 합류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조만간 젊은 근로자 1명이 은퇴 노인 1명의 소셜 연금을 감당해야 하는 수준까지 밀리게 될 것이고 근로자들이 내는 소셜시큐리티 세금 총액보다 은퇴 연금으로 지불해야 할 액수가 더 많아지게 된다.

결국 연금 혜택 축소 또는 세금 인상이 단행되지 않는 한 2042년에는 기금이 모두 소갈 돼 더 이상 노인들에게 지불할 돈이 없어진다는 극단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다음은 소셜시큐리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한 것이다.

▲소셜시큐리티 재정 충당
양당 정책센터(BPC)의 은퇴보장 및 개인저축 위원회는 최근 2년간의 연구 결과를 보고한 자료에서 소셜시큐리티 세금 적용 수입 한계를 올리고 기존의 은퇴 연령을 늘어나는 기대 수명치를 반영해 점차 올리는 방안을 제시되고 있다.

위원회는 특히 만기 은퇴 연령(FRA)과 더불어 현행 70세의 나이 제한도 함께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다.

BPC에 따르면 2022년부터 매 2년마다 1개월씩 FRA를 늘려나가 2070년까지 은퇴 만기 연령을 69세까지 늘리는 방안이다. 또 현행 70세까지 연금을 늘려가는 나이를 72세로 상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 은퇴 연령은 현행 62세를 그대로 유지한다.

▲인플레이션 계산법을 바꾼다
소셜시큐리티는 ‘도시근로수입과 사무직 근로자를 위한 소비자물가지수’(CPI-W)를 근거로 매년 소셜연금과 극빈자 지원금의 인상률을 결정한다.

하지만 CPI-W가 아니라 ‘연쇄 소비자물가지수’(Chained CPI)에 의해 결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시말해 근로자들의 수입이 아니라 실 소비자들의 구매력에 의해 결정하자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내릴 때 소비 패턴을 조절할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기준으로 하자는 말이다. 공화당이 주장하는 것으로 CPI-W보다는 소셜시큐리티 인상폭이 줄어든다.

▲과세한도 19만5,000달러까지
현행 소셜시큐리티 세금 과세 한도 11만8,500달러를 2020년까지 19만5,000달러로 상향 조정한다.

BPC 위원회에 따르면 고소득자의 수입 증가분이 인플레이션 비율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면서 1983년 미국 전체 임금의 90%가 소셜시큐리티 과세 대상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83%로 뚝 떨어졌다. 과세 한도를 늘리면 2020년까지 과세 대상을 85.6%로 확대 시킬 수 있다.

▲향후 10년간 과세율 1% 인상
매년 0.1%씩 10년간 1% 과세율을 올린다. 인상분은 종업원과 고용주가 절반씩 나눠 부담한다.

이에 따라 현행 12.4%의 소셜시큐리티 세율은 13.4%로 늘어난다. 현재 종업원과 고용주는 각각 ‘노년 및 생존보험’(OASI) 5.3%에 ‘장애보험’(DI) 0.9%를 합쳐 6.2%의 세금을 내고 있다.

과세율 상향과 함께 소셜 연금 수혜 구조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저소득자나 미망인 등 소셜 연금 의존도가 높은 계층은 베니핏을 소폭 올리는 반면 고소득층은 줄이는 방안이다.

대선 후보로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은 고소득자에 대한 소셜 시큐리티 세금 인상을 주창했으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경제가 활성화 되면 국민들의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셜 연금 부족분도 자연적으로 메워질 수 있다며 고소득 세금 인상을 반대했다.

어느 쪽이 됐든지 간에 미국의 소셜시큐리티 재정 고갈이 현실화 되는 시점에서 연방 의회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