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이기에...우리도 함께 한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철저한 수사 촉구
하버드대 와이드너 도서관 앞에서 하버드대학교 한인유학생회원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 한인유학생회(Korean International Student Association, KISA)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지난 4일 (토) 오전 중앙도서관인 와이드너 도서관 정문 입구 계단과 교정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한인유학생회는 선언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공정하고 원칙적인 수사를 진행하여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내외 학생들에게 우리도 함께함을 알린다고" 취지를 설명하며 더 많은 유학생들의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학생들은 선언문 발표는 단지 시작이며 더 많은 행사를 통해 교우들에게도 혼란스러울 수 있는 사항들을 명료하게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는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됐으며 선언문 역시 두 언어로 됐다.
선언문을 낭독한 조영선 학생(2학년, 사회학 전공)은 “선언문 작성은 뜻을 같이하는 모든 한인 학생들이 도서관에 모여 4일 동안 어떤 날은 밤을 새면서까지 준비했으며 이번 시국선언이 11월 3일 학생운동의 날을 맞아 더욱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조양은 시국선언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국에서 대학생 친구들이 시국선언을 하는 것을 보고 비록 몸은 국외에 있지만 꼭 국내에서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는 학생들에게 힘을 보태 주고 싶었고, 국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다른 유학생들에게도 함께하라고 손을 내밀고 싶었다. 또한 신문 보도를 본 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던 외국 친구들을 보며 부끄러울 수도 있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지만 오히려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국선언문 집필에 참가한 다수 학생들은 이후 개인 SNS (사회관계망)을 통해 시국선언문 전문을 공유했다.
■하버드 대학교 시국선언문 전문
모국을 떠나 학업에 임하며 우리는 한 번도 한국인임을 잊은 적이 없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사는 교내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음에 항상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근래에 일어난 최순실 국정농단•개입 사건에 대해 통탄할 수밖에 없었다.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의 외국 교우들에게 이 사태를 설명해야 하는 안타까운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이 사태에 침묵할 수 없음을 느꼈다. 또한, 짓밟힌 민주적 가치를 위해 투쟁하는 국내외의 학생들에게 우리도 함께함을 알린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민주주의의 퇴행이고, 일전에 우리가 보았던 수많은 징조가 암시했던 결과이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통치 권한을 선출되지 않은 민간인에게 던져버리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우롱하였다. 정작 민의는 무시하고 비선실세에겐 연설문 수정까지 맡기는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최순실 사건 이후 공개사과에서조차 질의응답을 일절 받지 않으며 의혹을 뭉개는 대통령의 태도를 지탄한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이룩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수많은 삶과 열정의 산물이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이 자랑스러운 업적이 수치스러운 모욕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 삼권분립, 권력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투명한 정치는 몇 단어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이전의 민주화 세대들이 반세기 동안 이룩한 눈부신 업적이다. 그들의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의 훼손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반을 다시 다져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권력남용을 가능케 했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는 온 국민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노력으로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만행이 표면으로 부상하고 끊임없이 조명을 받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다. 공정하고 원칙적인 수사를 진행하여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기만하고 민주주의를 역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태를 기회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
유학생활을 하며 한국인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 자주 생각해보기 힘든 우리에게, 이 사건은 마음속 한켠에 묻혀있던 간절함의 불씨를 되살렸다. 뜨거워진 가슴을 움켜쥔 타 지역 유학생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다.
하버드 대학교 한인유학생회 김건호, 김동률, 김원정, 김은재, 박익진, 박재현, 장규영, 조영선, 홍찬의 외 10명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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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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