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품은 한나라의 지도자는커녕 동네 필부의 수준도 안 되고, 카지노 사업도 10억불이나 손실처리해서 20년 가까이 (정황을 보건데) 연방세금도 한 푼도 안내고, 유색인종과 어린 여성들이나 신체장애자들에게 모욕적 언사를 공식석상에서도 거리낌 없이 하고, 거짓말하는 게 어린 초등학생들이 봐도 분명한데 별로 좋지 않은 머리로 생각 없이 주절거리는 인간. 이제는 대선막바지 패배가 뻔해지자 민주주의의 바탕인 투표 결과 승복도 못하겠다는데, 그래도 30%가 넘는 미국인들이 요지부동으로 지지하는 대통령후보가 올해엔 우리들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전문가들이 별별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필자는 글로벌 환경이 주는 영향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면서 삶이 더 나빠진 백인 노동계급의 불만 표출이라고 보지 않는다.
‘인종편견’이란 요소를 트럼프에게서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고 본다. 처음부터 트럼프는 흑인대통령의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인종편견을 가진 백인들에게 어필하는 ‘출생지’ 문제로 주의를 끌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온갖 거짓말로 그때그때 얼버무리면서 서류로 확실한 증명이 된 다음에도 그는 그것으로 정치생명을 시작하고 유지해 오고 있다. 그리고 멕시코 불법이민자, 무슬림 이민문제 등에서 보듯이 모든 얘기가 인종으로 귀결된다. 늙고 젊은 교육수준 낮은 백인남성들이 거의 전부인 그의 랠리에서 나오는 “트럼프, 트럼프” 란 구호는 ‘백인들만의’란 뜻의 코드성 표현이다. 이것은 너무나 분명해서 공식 미디어에서만 아니면 모든 이들이 쉽게 느끼는 현실이다.
그의 이름은 쓰기도 싫은데, 미주한인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얘기는, 이 3분의 1의 미국인들과 살아가야하는 우리의 처지를 (사려 깊은 위쪽의 3분의 1인) 미국인들과 함께 잠시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다. 과학적 통계를 써서 사회과학 논문 쓰듯이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나이든 사람들이 겪어보았듯이 인생에서의 정확한 예지는 통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좀 생각하며 살다보면 교육받은 예리한 관찰이 더 정확히 큰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된다.
필자는 미국에서 42년이 넘게 살아왔다. 20대 중반까지만 한국에서 살다가 공부하러 온 후 대학 교편을 잡고 주저앉은 케이스인데 시골 캠퍼스 타운부터 중소도시, 대도시 할 것 없이 미국 전체에서 몇 주만 빼고는 생활근거지로 삼아 살아보고, 또 어떤 곳은 장단기 방문으로 살아보고해서 어느 미국인 못지않게 미국의 생활을 잘 알고 있다. 오랜 세월을 미국에서 살다보니, 미주에서 한인으로서는 어떻게 어디에서 살아가는 것이 좋은 가를 경험으로도 알고 생각도 많이 해본 셈이다. 나중 어느 다른 분이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필자는 반박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친구에게 얘기하듯 말씀드리고 싶다.
살아본 바로는, 대강 미국에서는 괜찮은 이들이 3분의 1, 신통찮은 인구가 3분의 1, 그리고 그사이의 중간에 속하는 이들이 3분의 1, 이렇게 그 인간분포를 보는 게 정확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물론 누구나 자신이 사는 곳이 좋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뉴욕이나 LA에서 사는 게 한인들에겐 가장 무난하고 쉬운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처럼 주류 미국인의 흉내를 내면서 살지 않아도 되는 점이 편하다. 자식들에게 한인으로서의 자긍심 심어주기에도 환경이 무척 호의적이다. 그래서 한인인구도 가장 많다.
동양인들에게 가장 우호적인 시애틀 같은 교육수준 높고 신사적인 곳에만 살수도 없다. 겉으로는 친화적으로 보이지만 속마음은 인종 면에서 닫혀있는 남부, 서남부에서도 생업이 그러면 살아야하고, 영악한 백인들에게 신경 써야하는 보스턴 쪽 북동부에도 살아야하고, 좋은 이들이긴 하지만 트인 머리들이 없어 답답한 중서부에서도 살아야하는 (같은 중서부에서는 미네소타가 가장 진보적이라 좋다) 우리 한인 동포들의 현실이 존재한다.
영어를 빨리 배우고, 투표율이 높은 민족이란 인식을 심도록 투표 열심이 하고, 자식들 공부 잘 시키고, 같이 섞여서 친화적으로 살되 한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갖고, 의연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 살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위쪽 3분의 1의 괜찮은 주류친구들과 같이 해결하는 방법이 좋다. 인종문제나 갈등이 신경 쓰이는 다른 어려움은 소수민족인 한인들의 힘만으로는, 개인적으로나 단체문제에서나, 사회적으로, 아주 힘들다. 평소에 우호적인 3분의 1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유익하다. 정말 기분 나쁘지만 우리는 소수민족이란 자각을 버리고 살수는 없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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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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