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를 승복 안 할 수도 있다’-. 3차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한 말이다. 정말이지 ‘트럼프스러운’ 발언이라고 할까. 이로써 길고 길었던 올 미국 대통령선거 레이스도 사실상 종료됐다.
공화당 일각에서지만 ‘혹시’하는 일말의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선거결과 불승복 발언’으로 공화당의 여론도 돌아섰다. 보수파 논객들조차 공개적으로 힐러리 클린턴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힐러리 압승’은 이제 예측이 아닌 기정사실이 된 느낌이다.
이와 함께 새삼 한 가지 불길한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대통령선거 종료에서 차기 대통령 취임까지의 기간, 그 레임덕(Lame Duck)시기가 이번의 경우 특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테러리즘이 여전한 일반적 관심사다. 트럼프와 힐러리의 토론도 이 범주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국방전문가들에게 테러는 이제 부차적 관심사다. 전쟁, 그러니까 한동안 앞으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됐던 열강 간의 전쟁이 주 관심사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지의 보도다.
한 때 군사전문 싱크 탱크에서나 다루던 주제였다. 이제는 현실의 정치지도자들도 대(大)전쟁은 가능하고 또 어느 순간에도 발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 같은 사고의 전환을 불러왔나. “유라시아대륙의 두 거대 권위주의국가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체제다. 그 중 보다 단기적으로 위협이 되고 있는 체제는 푸틴의 러시아다.“ 로버트 카플란의 지적이다.
푸틴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가 점차 긴장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의 상황으로 나토의 동부전선, 다시 말해 발틱 3국과 폴란드를 포용하는 지역에서 전쟁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 지역에서 러시아와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전선은 스칸디나비아반도와 북해지역으로 확산된다. 그로 그치는 게 아니다. 자칫 핵전쟁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나토의 예상이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뿐이 아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도, 이코노미스트지도, 그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기 미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러시아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킹공격을 통해 미국의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 그 푸틴의 러시아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접경지역에 핵미사일을 배치했다. 북해와 영국해협에 항공모함을 파견해 무력시위를 하는 한편 미국이 시리아정부군 폭격에 나서면 격추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핵전쟁이 임박했다는 선전과 함께 수천만 러시아시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왜 이 난리인가. 경제상황이 말이 아니다. 경제난은 정치,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의 이 취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해외에서 모험주의 행동을 하고 있다. 국가선전기구를 동원해 내셔널리즘을 고취시키면서 위기감을 한껏 높인다. 그리고 해외에서 전쟁을 벌이는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다.
군사력에 있어 과거 소련에 크게 못 미친다. 그 푸틴 러시아가 그러나 과거 소련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구소련은 공산당 정치국의 견제로 1인 독주가 불가능했다. 푸틴 1인 독재체제의 러시아에는 그런 견제 장치가 없다.
그러니까 허약하고, 불안정한데다, 예측불가능 한 핵무장 국가가 더 위험할 수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전쟁발발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그만큼 더 높다는 얘기다.
그러면 도발의 가장 적합한 타이밍은 언제일까. 지금부터 차기 대통령 취임까지의 미국의 레임덕기간이다.
이 기간이 그렇다. 일종의 권력 진공상태 기간이다.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런 마당에 대선 투표결과 불복종으로 미국은 준 내전상태에 빠져든다. 밖을 내다볼 경황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레임덕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는 것이다.
러시아뿐이 아니다. 남중국해를 내해(內海)로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 중국도 남중국해에서의 도발의 적절한 타이밍을 레임덕 기간으로 보고 있다.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 핵무장 완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 북한도 핵무장 완성시기를 바로 이 기간으로 보고 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이어 주요 해외정책을 발표한다. 미국과 동맹국의 중차대한 이해에 도전하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이렇게 되면 도발을 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의 창은 닫힌다. 푸틴의 러시아나, 김정은의 북한이나, 시진핑의 중국에게나.
그래서 앞으로의 3개월 동안, 레임덕 기간이 더 불안하다는 것이다.
위험한 정도를 넘었다. 아주 위태해 보인다. 30%선에 머무는 것 같더니 최순실 의혹이 계속 부풀려지면서 지지율이 28%, 26%, 25%선까지 떨어졌다. 권력이 새나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그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시에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레임덕현상이다. 그 추락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식물정권, 아니면…. 아무래도 한국은 총체적 위기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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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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