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화 드라마 ‘부인’의 레이첼 바이스(Rachel Weisz)
▶ 아우슈비츠 밖에서 수용소 촬영 허가는 처음, 젊은 사람들 불공정에 맞서는 용기 가져주길
데보라 립스탯이 런던 법정에 서 있다.
실화 드라마 ‘부인’(Denial)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영국의 저술가 데이빗 어빙을 비판하는 책을 냈다가 어빙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런던 법정에 섰던 미 대학교수 데보라 립스탯으로 나온 영국 배우 레이첼 바이스(46)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씩씩한 모습의 바이스는 우아하면서도 시선이 따갑도록 강렬한 인상을 주었는데 약간 아이 같은 음성으로 위트와 유머를 섞어가며 질문에 지혜롭게 대답했다. 깔깔대고 웃으면서 액센트를 섞어 똑똑 부러지듯이 분명하고 총명하게 대답, 인터뷰가 재미있고 즐거웠다. 바이스는 현 제임스 본드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의 아내다. 한편 바이스와의 인터뷰 중간에 실제의 데보라 립스탯(맨 왼쪽)이 참석했다. *은 립스탯의 대답. <박흥진 편집위원>
-영화에서 립스탯은 아우슈비츠를 방문, 감정적으로 깊은 경험을 겪는데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는가.
“이번에 처음으로 그 곳엘 갔다. 실화의 주인공으로 그 땅에 서 있자니 현실과 영화의 얘기가 충돌하면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아우슈비츠 밖에서 철조망을 통해 수용소 안을 향해 촬영이 허가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역의 어떤 부분이 흥미 있었나.
“영국 사람인 내가 뉴욕 퀸즈에 사는 유대인으로 나와 런던에서 영국의 법제도에 대해 몰라 혼란을 겪는 노릇을 한 것이다.”
-영화 찍기 전에 립스탯을 만났는가.
“그렇다. 그를 안 만났더라면 이 역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우리 집을 찾아와 며칠을 함께 보내면서 자신의 얘기를 자세히 들려줬다. 립스탯은 뭐든지 자기가 하는 사람이다. 매우 독립적이요 생동적이며 다채로운 사람이다. 강렬하고 우습고 결단력이 있는 훌륭한 사람이다.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후에야 립스탯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립스탯처럼 불공정한 것에 대해 맞서는 사람인가.
“난 정의 수호를 위해 일어서는 사람을 존경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성이다. 영화를 본 젊은 사람들이 불공정에 대해 맞서는 용기를 가져주길 바란다. 나 자신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난 내 고양이를 아주 사랑하는데 그것도 사랑이고 내 아들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다. 그 중에서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장 강력하고 맹렬하다고 본다.”
-누구와 친한가.
‘난 아직도 학교 때 사귄 친구들과 교제하고 있다. 자라면서 새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내게 중요한 사람들은 어렸을 때 안 사람들이다.“
-집과 식당 중 어느 곳에서 식사하기를 즐기는가.
“집이다. 난 훌륭한 부엌을 가지고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인을 불법으로 취급하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홀로코스트 부인을 인정하지는 않으나 그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 틀린 말이라도 하게 하는 것이 낫다. 생각하는 것을 공개하지 않고 숨기면 오히려 썩게 마련이다.”
-당신의 아버지는 헝가리 유대인인데 그로부터 홀로코스트에 대해 얘기를 들었는가.
“아버지는 2차 대전 직전에 조국을 떠나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진 않았으나 조국에 남은 가족은 잃었다. 늘 그의 가슴엔 그것이 남아 있는데 따라서 나도 홀로코스트를 생각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나도 그것과 함께 자란 셈이다.
-남편과 서로의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가.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의 각본도 읽지 않는다. 무슨 직업이든 간에 늘 그것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그러나 난 남편의 영화에 매우 관심이 있고 그의 연기의 열렬한 팬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세계 정치 등 다른 할 말들이 많다.”
-다음 영화는 무엇인가.
“17세기 영국을 무대로 한 ‘페이보릿’이라는 작품이다. 앤 여왕과 그녀의 자문관인 레이디 소머셋의 얘기로 나는 소머셋 역을 맡는다. ‘권력의 균형’이라고도 부르는데 제목이 계속 바뀌고 있다.
★이 때 립스탯이 인터뷰에 동참했다.
-당신의 얘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느낌은.
*“우선 레이첼이 투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가 주연한 이 영화는 내 생애 있어 가장 좋은 일 중의 하나다. 영화에 대한 반응도 좋다. 레이첼을 배우로서 뿐만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알게 된 것이야말로 행운이다. 그는 내 얘기를 바로 표현하기를 원했다. 참으로 인간적인 사람이다.
-레이첼이 당신 역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에 대해 조사를 했는가.
*“레이첼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몰랐기 때문에 철저히 연구를 한 결과 110% 찬성했다.”
-장애물이 앞에 있을 때 그것과 다투어 극복하는 편인가.
*“우리는 늘 그른 것과 싸울 수는 없으나 때론 싸워야 한다. 그러나 이 싸움은 내가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싸울 수밖에 없게 된 경우다. 그런데 승리란 기분이 좋은 것이다. 영화를 통해 젊은이들도 불의에 대항해 승리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삶에 대한 청사진이라도 있는가.
“없다. 나아가면서 그때 그때 결정한다.”
-살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하는가.
“항복하지 않고 조용히 대응하는데 종종 실패한다.”
-당신의 책을 영화로 만든다고 들었을 때 우려한 점이라도 있는가.
*“처음부터 걱정한 것은 내 책은 진실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어느 정도 진실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극영화 아닌 기록영화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얘기의 본질은 진실이어서 제작자들과 얘기할 때도 그 점을 강조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진실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그 말을 믿고 영화화를 허락하면서도 망설였고 과연 내가 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 하고 물어야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그들이 내 믿음을 지켜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부인’의 실제인물 데보라 립스탯(왼쪽), 레이첼 바이스(오른쪽)과 본보 박흥진 기자(가운데)
<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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