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어업 국가는 어느 나라일까. 중국이다. 그 중국의 어획고는 연 1,390만 톤(2012년 말 현재)으로 세계 톱을 달리고 있다. 어선 수 보유에서도 중국은 세계 1위다. 상업용 어선만 69만5000여 척을 헤아린다. 거기다가 영세적인 소형 어선을 합치면 100만 척이 넘는다.
2013년 4월. 시진핑은 격려차 중국의 최남단 하이난(海南)성에 있는 한 어촌 탄먼(潭門)을 방문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어촌 마을이다. 그러나 남중국해에서 ‘애국적으로 활동하는‘ 어선의 90%가 이곳을 모항으로 여기는 일종의 해양민병대 전진기지가 바로 탄먼이다.
그리고 4개월 후. 중국은 민간해양기구의 전면적 개편을 단행한다. 국가해양국(SOA)을 새로 발족시켜 중국해안경비대(CCG)를 비롯한 모든 비 군사 해양기구를 SOA 산하에 귀속시켰다.
이후 남중국해를 비롯한 분쟁수역에서 중국의 도발은 부쩍 늘어났다. 그 뿐이 아니다. 전 세계의 바다가 시도 때도 없이 전개되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어로 활동에 골머리를 썩이게 된 것이다.
동시에 한 가지 새로운 조어가 탄생했다. ‘피싱포울 외교(fishing-pole diplomacy)’, 혹은 ‘작은 몽둥이(small-stick) 외교’가 그것이다.
먼저 어선이 달려간다. 분쟁이 발생한다. 그러면 해안경비대 함정이 달려든다. 중국 인민 해방군 해군은 뒤에서 엄호에 나선 채. 이런 식으로 분쟁해역을 ‘중국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더티 워크(dirty work)’는 SOA와 CCG가 맡아 처리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첨병역할을 하는 것이 ‘애국적으로 활동하는 어선’들, 다시 말해 해양민병대다.
정부로부터 정치와 군사교육에, 보조금도 받는다. 그 배에는 값비싼 위성항법장치 등도 장착돼 있다. 그리고 틈이 나는 대로 ‘애국행위’에 나설 것을 종용 받는다. 분쟁해역으로의 출동, 혹은 국제법을 무시한 어로행위다. 그 해양 민병대 함정 수가 5만대를 상회하고 있다.
이 해양 민병대는 이미 수차례 용명(?)을 떨쳤다. 남중국해 인공섬 조성에 한 몫을 했다. 베트남 어선을 침몰시킨 것도 그들이다. 또 센카쿠열도 상륙을 시도했고 남중국해를 항해중인 미 해군 함정의 진로를 고의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오비이락이라고 할까. 해양민병대의 본격적 활동과 함께 전 세계 해역은 중국 어선들의 사실상의 해적질로 난리를 겪고 있다. 그 피해가 가장 격심한 곳의 하나가 서해다.
서해상에서의 중국어선 불법어로활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법 활동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최근 2~3년 전 부터다. 그러니까 중국이 국가해양국을 발족시킨 2013년 이후 서해바다는 오성홍기를 휘날리는 중국 어선으로 뒤덮이다 시피 한 것이다.
한국정부 자료에 따르면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출몰한 중국 어선은 2013년 3만3031척에서 2014년 9만5064척으로 급증했다. 작년에는 10만 척을 돌파했다. 올해는 9월까지 5만22척이 서해 북단 해상에 출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해뿐이 아니다. 동해, 남해에도 출몰한다. 그리고 남북대치 상황을 악용해 수도권 턱 밑, 한강어구 비무장지대까지 침범했다. 그게 지난 6월의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단속 중인 한국 해경의 함정을 고의적으로 침몰시키기에 이르렀다.
들끓는 여론을 의식한 탓인가. 한국정부는 모처럼 강경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함포사격도 불사한다는 거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적반하장격의 주장이다. 까불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으름장과 함께.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도 중국의 그 같은 반응을 보도했다. FP가 특히 주목한 점은 사드배치로 긴장이 높아가고 있는 타이밍에 그 같은 사태가 일어난 점이다.
FP는 ‘작은 몽둥이 외교의 일환으로 고의적으로 어선을 파견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는 없다’고 일단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자국 어선들을 결코 처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뭔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는 지적을 하고 나섰다. 혹시 고의성인 작전이 아닌지, 중국 측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아예 무시하고 드는 중국의 무례. 이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중화 지상주의의 덜 떨어진 대국병(大國病)이다. 그런 측면이 결코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원인은 다른데 있는 게 아닐까.
참으로 공교로운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5월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키는 해경을 세월호사건의 책임을 물어 전격 해체 한 후 서해상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어로행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왔다는 점이다
해경 해체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주요 기관을 없애는 일로서 스스로 해양주권을 포기한 것과 같은 결정이다. 거기다가 사고가 날 때마다 말뿐인 대처에, 중화 사대에 급급해서인지 외교마찰만 우려해왔다. 그러니 자업자득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해경청을 부활시켜라. 새삼 뒤늦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다. 그게 그런데 가능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여전히 구중궁궐에 스스로 고립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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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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