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랜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들’이란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여성’이란 단어에 입맞추고 있다.
음담패설 녹음파일 폭로와 성추문 후폭풍으로 위기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선거조작 가능성을 잇달아 제기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최근 유세에서 잇달아 미국 투표 전산 시스템의 조작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허용함으로써 11월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 투표를 하도록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미 대선토론위원회(Commission on Presidential Debates)를 존중할 수 없으며, 선거 시스템이 조작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미 대선후보 1차토론에서 자신의 마이크에 결함이 있었다면서 재차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역대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양대 정당 후보가 미국 선거제도 전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사례는 트럼프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또한 공화당 동료들에게 “불충실(disloyal)”하며 “힐리리 클린턴 보다 훨씬 까다로운(far more difficult)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펜실베이니아 윌크스배리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이번 대선을 도둑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라델피아가 흑인 인구 비중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조작된 선거로부터) 보호받고 있음을 확실히 해야만 한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흑인과 연계시킨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최근 보다 강도 높은 새로운 발언으로 이 같은 가능성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 편향된 미디어로부터 선거 당일 부정행위의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윌크스-배리=AP/뉴시스】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배리에서 10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유세 행사에 참석한 여성 지지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처럼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발언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 시점은 성추문 사건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된 데 이어 성추문 주장까지 다시 제기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대부분 백인 유권자들이 운집한 펜실베이니아 지역의 한 선거유세장에서 트럼프는 “다른 집단(other communities)들이 나의 승리를 가로챌(하이재킹)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들이 다른 집단들을 주시하는 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번 선거를 도둑 맞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 윌크스배리에서 가진 저녁 유세에서 트럼프는 선거부정에 대한 발언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트럼프는 “그런 보고를 필라델피아로부터 받았다.
소름끼치는 쇼(horror show)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이번 선거가 도둑질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 모두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알 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청중들은 트럼프가 CNN방송을 비난하면서 사용한 표현인 “비뚤어진 미디어(crooked media)”를 연호하면서 화답했다.
라이스대학의 대통령 역사학 교수인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역대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양대 정당 후보가 미국 선거제도에 대해 통째로 의문을 제기한 사례는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밝혔다.
브링클리 교수는 “1860년 이래 연방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위협을 제기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 트럼프는 지금 우리 정부 전체가 부패해 있으며, 전체 시스템이 조작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분리독립주의자의 주장이거나 혁명적인 동기를 지닌 것이다. 사과 수레를 완전히 넘어트리려는 시도”라고 우려했다.
트럼프의 측근이자 비공식 조언자인 로저 J. 스톤 주니어 역시 선거 조작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했다. 스톤은 지난 8월 정치전문 매체인 더힐에 기고한 글을 통해 투표 전산처리 기계의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
스톤은 지난 8일 뉴욕커 페스티벌의 패널로 참석한 자리에서 만일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패할 경우 트럼프에게 승복할 것을 권유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사기라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예스’다. 논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 그는 승복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논박한 만한 증거가 있다면 승복할 수 없다는 여지를 남긴 답변이었다.
민주당 측은 트럼프의 발언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선거 조작 가능성에 대한 트럼프의 잇단 발언들은 단기적으로는 유권자들을 위축시킴으로써 투표율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클린턴이 당선되더라도 정통성이 없는 대통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유권자 위협 모델(voter intimidation model”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이브람스 의원은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은 겁주어 쫓아내려는 것이다. 유권자들을 위축시키는 조악한 형태다. 기교는 없지만 아주 효과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트럼프는 또 다른 선거 조작의 사례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불법적인 이민자들을 받아들임으로써 11월 대선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미 국경순찰위원회(the National Border Patrol Council)의 한 미팅에서 “그들은 우리나라로 사람들이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투표를 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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