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동포들에게 지난여름의 리우 올림픽은 전 세계에서 참가한 선수들과 주최국의 뜨거운 뉴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한 선수들의 투혼을 오랜만에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고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116년 (남자는 112년)만에 처음으로 여자골프가 올림픽에 다시 데뷔해서 박인비선수가 시원한 플레이로 금메달을 조국에 안기고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시상대에서 꿋꿋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면서 조국을 떠나와 살고 있는 미주동포들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도록 너무나 행복했었다. 그동안의 부상으로 제대로 플레이하지도 못하고 있던 박선수가 한국에서 다른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해야한다는 비판까지 들어가며 어려운 환경에서 놀라운 투혼으로 이룬 쾌거는 중계하는 미국방송에 나온 모든 세계 골프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오랜만에 올림픽에 2회(2016 리우와 2020 동경)의 시험기회를 받은 골프계에서는 지카 바이러스와 주최국 브라질의 엉성한 준비, 유명한 선수들의 불참 등 악조건 하에서 무엇이라도 좋은 뉴스를 찾던 참이라 박선수의 감동적 스토리는 이들이 며칠에 걸쳐서 여러 차례 얘기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할 만큼 골프계에도 신선한 선물이 되었다.
거기에다 한국 여성골프에 신화적 토대를 쌓아준 박세리 감독의 이번 대회에서의 섬세한 배려와 계획은 모두의 귀감이 되었다. 골프채널의 여성앵커 캐런 스터플은 박감독이 “박선수의 금메달 소식은 나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현장을 중계하다가 눈물을 보일 정도로 한국의 골프팀은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해외 미디어에서도 박선수의 금메달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때, 한국의 보수언론을 대표한다는 두 신문들이 전달한 톱뉴스 제목들을 정확히 여기에 옮겨보겠다. C일보: “올림픽골프는 상금 없지만 박인비는 ‘억대포상금’” D일보: “금메달리스트 ‘억’ 소리 나는 포상금”
정작 한국과 상관없는 해외언론에서, 사려 깊은 분석으로 한국선수와 감독의 가치를 얘기하고 있을 때, 소위 일국의 대표 보수언론들의 수준이 이러했다. 한국에서 지금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자조 섞인 자포자기에 빠져있는 이유가 어디 있는지 너무나 명백하게 보여주는 예가 이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모든 게 ‘돈’이다. 치가 떨리도록 오랜 세월 가난에 찌든 조국을 1960년대에 “우리도 좀 잘 살아보자”는 구호로 시작해서 오늘날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되도록 만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지금의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교육에서는 참담한 실패를 한 것이다.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행복론은 비교효용 이론이다. 사람들은 세계에서 제일 부자가 되고 싶어 하기보다는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제일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게 그 핵심이다. 이것은 또 “출퇴근시간에 번잡한 하이웨이에서 왜 내가 있는 레인이 아니라 옆에 있는 레인이 더 빨리 움직이는가”란 의문과도 관계가 있고, 사람들이 자기가 행복할 때 보다는 불행할 때 옆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는 것과도 상관이 있다.
효용이란 것은 절대적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못살 예전의 우리 선조들은 행복론 면에서는 지금의 한국 젊은이들보다 훨씬 행복했었다. 지금 한국은 사회의 경제 인프라에서나, 수송교통면에서나, 지방자치단체의 서비스질에서나, 의료시설과 서비스에서 선진국수준이거나 미국보다 차라리 더 좋은 면들도 꽤 있다. 그런데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왜 그럴까? 대답은 간단하다. 너무나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기대수준들이 높기 때문이다. 남한사람들이 김씨 세습독재에 시달리는 북한주민들의 고달프게 살아가는 모습을 매일 옆 마을에서 볼 수 있다면 그날로 ‘헬조선’은 젊은이들의 마음에서 사라질 것이다.
매일 습관적으로 불평하며 살아가는 한국의 동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경제가 좋아도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없다는 것이다.
지방의 중소기업들에서는 사람이 없어 아우성들인데, 옛날 선별이 제대로 되던 시절 같았으면 고졸로 지방에 내려갔었을 마지널한 대졸생들이 수준에 맞지 않는 대기업만 찾는다.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우리 정신 좀 차립시다. 자신의 실상을 알고 삽시다. 지각없고 무책임한 미디어에서 아무리 말 안 되는 얘기들을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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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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