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생활 은퇴… 지도자로 인생 2막 시작”
▶ 시합 없을 땐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연습
PGA 프로 찰리 위(한국명 위창수)선수가 최근 21년간의 프로 생활에서 은퇴, 지도자로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11세에 골프를 시작, 2004년 PGA에 입성한 위 프로는 97년부터 아시아 및 유럽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으나, 유독 PGA 우승과는 인연이 없어 5회 준우승에 그쳤다. 최근 은퇴를 선언하고 LA 북쪽 발렌시아 소재의 ‘발렌시아 TPC(Tournament Players Club)골프장’(26550 Heritage View Lane, Santa Clarita)에서 지도 생활을 시작한 위 프로를 만나, 그의 골프 인생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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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년 프로 생활 끝에 최근 은퇴한 소감이 어떤가.
이렇게 일찍 은퇴할 줄 몰랐다. 선수로서 끝내 PGA우승을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과정 면에선 21년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골프를 마음껏 즐겼다는 점에서 감사하다. 가정적으로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점이 좋다.
- 은퇴를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1년 반 전까지 잘 치다가 최근 들어 갑자기 수준이 떨어졌다. 계속 해보자 하다가, 그래도 잘 할 때 떠나자 싶어서 은퇴를 결심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7월 알라배마에서 열린 바바솔 PGA 챔피언십에서 쓰리 퍼팅을 한 것이다. 이제 떠날 때가 됐다는 느낌이 왔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04년 11월말에 응했던 PGA의 관문 ‘Q스쿨’(Qualifying Tournament) 파이널이다. 마지막 9번홀에서 3미터 퍼팅을 성공했을 때 그 환희를 잊을 수 없다. 가족과 매니저 등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PGA 티켓을 딴 순간이었다.
- 가장 아쉬웠던 대회는.
거의 600개 대회를 했기 때문에 특별히 한가지만 꼽기는 어렵다. 준우승에 그친 대회들은 다 아쉬운 것 같다. 특히 2012년 페블비치에서 열린 AT&T PGA 챔피언십에서 내가 마지막홀까지 3타차로 선두를 유지하다가 막판에 필 미켈슨한테 역전 당해 준우승한 것이 아쉽다.
- 아시아 및 유럽 투어에서는 우승했으나 유독 PGA에선 5회 준우승에 머물렀다. PGA에서 우승을 못 일군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운이 안 따른 것도 있고, 너무 잘하려다가 압박감이 심했던 탓도 있는 것 같다.
- 선수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업으로 하면서 돈까지 벌었는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사치일 것 같다. 굳이 한가지를 꼽으라면, 연중 26-30주 가량 전 세계로 투어를 다니느라 딸 케일린(10), 아들 조슈아(6)와 시간을 많이 못 보낸 것이다. 하도 다녀서 은퇴 직전에는 비행기와 호텔이 지겨워지기까지 하더라(웃음).
- 찰리 위에게 골프란?(한마디로)
‘리질리언트’(Resilient- 회복력이 있는, 탄력 있는). 왜냐하면 내가 몇 번 골프를 그만두려 했을 때, 다시 좋은 성적을 내서 골프를 계속하게 됐기 때문이다. 2000년 2부 웹닷컴 투어를 뛸 때, Q스쿨 2차에서 떨어져서 매니저에게 이제 골프 그만두고 다른 일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매니저가 곧 아시아 투어 3개가 있으니 좀 기다려보라고 했고, 내가 그 3개 투어에서 2, 3, 4등을 하고 2001년 아시아에서 세 번 우승하는 등 그 때부터 잘해서 다시 살아났다. 나의 경우 실력이 계단식으로 성장했다. 정체기가 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쑥 성장한 케이스다.
- 선수 시절 하루 일과가 어땠나.
시합이 없을 땐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에 짐(gym)에 가서 한 시간 반 정도 웨이트 등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오전 9시부터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고, 준비될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었다. 하루는 드라이버, 그 다음 날은 퍼팅 등 매일 한 가지씩 정해 그것에 집중했다. 다음 시합까지 일주일이 남았다면, 처음 2-3일은 쉬고, 나머지 3-4일은 연습했다. 시합과 시합 사이에 몸과 마음이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
- 골프 꿈나무에게 한마디 조언한다면.
나보다 다른 선수들이 잘 한다고 해서, 비교하지 말라고 하고싶다. 사실 비교를 안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사람은 저마다 자기 나름의 속도가 있고, 뒤늦게 실력을 꽃피우는 케이스도 많다. 나 역시 대기만성으로 32세에 PGA에 입문했다. 15년 전만해도 골프 선수의 절정은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나이 불문인 것 같다. 20대에도 우승하고, 40대에도 우승한다. 조급해서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페이스대로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 아마추어에게 조언하는 골프 팁 딱 한가지만.
연습은 양(quantity)이 아니라 질(quality)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건 프로건 아마추어건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이 종종 "우리 아이가 하루에 10시간 연습하면 PGA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사람이 5-6시간 이상 100% 집중해서 한 가지 일을 하기 어렵다. 중간 중간 얘기하면서 5-6시간 연습하는 것보다, 2-3시간을 하더라도 실전이라 생각하고 100% 몰입해서 하는 게 낫다.
- 골프 외 취미와 특기는.
지금은 와인 뿐이다. 전에는 스키를 잘 탔는데, 보따리 싸는 게 지쳐서 스키 안 탄 지 16년 됐다(웃음). 스키 한 번 타려면 장비만 해도 한보따리지 않나. 골프 프로하면서 하도 투어를 많이 다녀서, 이제 짐싸는 게 힘들다. 전 세계에서 북극, 남극 빼고 다 다녀본 것 같다. 다닐 땐 세계 곳곳을 여행해서 정말 좋았는데, 후회 없이 했으니 이젠 좀 진득하게 집에 있고 싶다. 요즘은 친구랑 와인 한 잔 기울이며 수다 떠는 게 제일 좋다. 와인은 카버네, 피노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즐긴다.
- 가장 좋아하는 선수, 가장 친한 PGA선수는.
최경주, 양용은 프로다. 경주 형은 2005년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선수들이 보통 우승하러간다고 말하지만, 먼저 컷을 통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컷을 통과하면 그 다음 탑 10을 목표로 하라고. 처음부터 막연히 우승하겠다 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목표를 잡으라고 말이다. 이 조언 덕분에 시합에 임할 때 마음이 훨씬 여유로와졌다.
그리고 단 워즈워쓰(Don Walsworth) 프로도 잊을 수 없다. 내가 1996년 나이키 2부 투어를 뛸 때 그는 스탠포드대 선수였는데, 내 플레이가 조금 기복이 있자 "네가 마음 먹은 것을 100% 골프에 올인하라"는 말을 하더라.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이 기억난다. 내가 최근 은퇴한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 PGA, LPGA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에 대해 한 마디.
글쎄. 다들 너무 잘하고 선수마다 스타일이 있어서, 뭐라 말할 수 없다. 최근 스물 한 살을 갓 넘긴 나이에 PGA에서 우승한 김시우 선수는, 착하고 완전 ‘아기’다. 나는 스무살 때 노느라 바빴는데, 생각 차이가 놀랍다. LPGA 선수들도 워낙 열심히 하고 마음이 강한 것 같다.
- 4일동안 경기를 치르면 피곤하지 않은가. 체력과 PGA의 상관관계는.
시합 마치면 몸은 안 피곤한데 정신이 지친다. 시합이 끝난 날엔 신경이 팔팔하게 살아있어 잠을 푹 못잔다. 시합에 대한 감정이 교차해서 그렇다. 와인조차도 맛을 못 느껴 한 잔 마시면 끝이다. 그 다음날부터 잘 잔다. 물론 체력관리는 매일 한 시간 반씩 한다. 투어를 꾸준히 뛸 때는 트레이너랑 같이 운동하고, 저녁마다 호텔에서 트레이너한테서 마사지를 받았다.
- 타이거우즈와 플레이해봤나. 느낌은.
우즈와는 내가 13세, 우즈가 9세였을 때 처음 만났다. 롱비치에 있는 엘도라도 골프장이었는데, 9번홀에서 우즈가 220야드 정도 되는 길이를 거의 넣을 뻔하다가 빗나갔다. 그런데 우즈가 골프채를 내던지며 화를 내서 내가 깜짝 놀랐다. 아홉살밖에 안된 소년이 그만큼 한 것도 잘 한건데, 우즈는 본인에 대한 기대감과 승부욕이 남달랐던 것 같다. 이후 올랜도에서 열린 아놀드 파마 챔피언십 등 투어에서 종종 만나 반가웠다. 내가 UC버클리 재학 시절 올아메리칸 퍼스트팀에 뽑혀 대학생 중 3위였고, 당시 스탠포드 학생이던 우즈가 대학랭킹 1위였다.
- PGA선수들의 수입은.
선수마다 다르고 경기도 탄다. 내 경우 PGA상금 1,000만 달러를 포함해 20여년간 2,000만불 정도 벌었다. 내가 PGA에 들어갈 때는 루키(rookie)가 23만 달러를 받았는데,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 15만달러에서 시작한다고 들었다. PGA에서 잘하면 계약금이 올라간다.
- 골프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나.
스윙, 몸 관리, 정신 모두 중요하지만 나는 집중력을 꼽는다. 집중력이 좋으면, 실수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좋은 방법은 뭔가.
멘토(mentor)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골프를 배울 때 부모님의 지원을 많이 받았지만, 어떻게 시합에 임해야할 지 구체적인 방법은 스스로 터득해야해서 좀 힘들었다. 정신력, 코스 전략, 집중력 강화, 스윙 등 모든 면에서 내가 21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이제 지도자로서 멘토로서 나누고 싶다.
- 코치 시작한 지 3주 됐는데, 레슨 비용과 가르치는 대상에 대해 말해달라.
레슨 비용은 시간당 250불이다. 배우는 사람의 나이는 상관없다. 진지하게 골프로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이나, 클럽 챔피언을 목표로 하는 중장년층 등, 골프실력을 정말 제대로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면 좋겠다. 얼마전엔 할아버지 한분이 본인의 손자가 골프 시작한 지 4개월 됐다며 전화를 주셨는데, 레슨비를 내면서 나한테 배우기엔 아직 이른 것 같아서 정중히 사양했다.
- 위 프로는 지금도 창창한 44세다. 앞으로 지도자로서 또 다른 21년을 기대해봐도 좋은가.
글쎄. 모르겠다. 10년, 20년 후는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빨리 간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미래에 대한 계획보다, 현재에 120% 몰입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코치 생활도 즐기면서 잘 할 것 같다(웃음).
문의 전화 (818)350-2394, 이메일 charliewi1@yahoo.com
# 찰리 위 프로는…
1972년생. 82년 미국 이민. 83년 11세에 골프 시작. 네바다 대학에 골프 장학생으로 입학. UC버클리 편입.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2004년 PGA 입성. 2006년 메이뱅크 말레이시안 오픈 우승 등 아시안, 유럽 투어에서 여러 차례 우승. 2007년 US뱅크 챔피언십 준우승 등 PGA투어에서 5회 준우승. 현재 포터랜치 거주. 결혼해 케일린(10), 조슈아(6) 등 두 남매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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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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