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10월16일. 무슨 날일까. 중국이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한 날이다. 이 날을 기해 중국은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에 이어 5번째 핵보유국이 된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일본은 자체 핵개발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섰다. 핵무장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도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사토 에이사쿠 당시 일본총리가 내건 논리였다. 미국은 망설였다. 그러다가 결국 불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영국의 핵무장은 지지했다. 프랑스의 핵무장은 묵인했다. 그런데 왜.
영국과 프랑스는 2차 대전 시 동맹국이자 전승국이다. 진주만 기습을 해온 일본은 적대국이었다. 그런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힘의 균형을 냉정히 계산한 지정학적 고려에서였다.
두 거대 공산주의 제국, 소련과 중국이 불화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면 중국은 다시 소련과 가까워질 수 있다. 이 같은 판단과 함께 당시 존슨 행정부는 일본에 압력을 가해 핵무장 대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소련과 중국의 불화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일본의 핵무장은 아마 정해진 수순이 됐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내려지는 결론이다.
피일시차일시(彼一時此一時 - 그 때는 그 때이고 지금은 지금이다)라고 했나.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일찍이 비슷한 말을 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한 때 훌륭한 아이디어는 계속해 훌륭할 수는 없다’고.
마치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정책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직까지 일부에서는. 핵 확산을 막는다는 NPT체제가 그렇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안보지형이 근본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힘의 균형이 달라지면서 지정학적인 대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정세가 특히 그렇다. 그 정황에서 새삼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그 변화의 제1 원인은 중국의 ‘군사굴기’에서 찾아진다. 군사적 팽창을 통해 중국은 동아시아, 더 나가 서태평양지역에서 패권적 지위를 노리고 있다. 그 결과 빚어진 것이 남중국해에서, 또 동중국해에서 미국과의 첨예한 대립이다.
그 지정학적 대변화에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다. 5차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실전배치를 목전에 두게 됐다. 북한 핵은 말 그대로 한반도 안보지형을 뒤엎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차 확인된 것이 있다. 침침한 색조의 중국의 한반도 정책, 그 밑그림이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두려워하고 있다. 때문에 압력행사를 자제하고 있다. 20여 년 전 키신저가 한 말이다. 이후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 저지에 미온적 태도를 보일 때마다 인용되어 오면서 하나의 정설인 양 굳어졌다.
진실은 그게 아니다. 핵무장에, 미사일 위협을 해대는 북한은 전략적으로 플러스가 된다는 것이 베이징당국의 판단이다. ‘미친 개 북한’은 미국과 서방의 전략적 집중에 분산을 가져온다. 동시에 중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시킨다. 6자 회담에서 보듯이.
한국의 사드 배치만 계속 물고 늘어진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실험에는 여전히 딴전이다. 5차 핵실험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의 행태다. 그 과정에서 본색이 드러났다. 북한의 핵무장을 방치하는 정도가 아니라 핵무장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맞춤형 핵 확산 허용정책’이다. 한국, 일본, 호주 더 나아가 대만의 핵무장을 미국은 허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일부 미국 내 우파 논객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완력외교로 일관 하는 중국, 그 중국이 군사적 팽창과 함께 곳곳에서 마찰을 일으키자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된 주장이다.
냉전시대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장은 핵전쟁 억지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오늘날 일본과 한국은 영국, 프랑스에 못지않은 경제대국에 민주국가다. 미국의 아시아 맹방들의 핵무장은 달라진 아시아의 지정학적 환경과 관련해 전략적으로 큰 플러스라는 것이 ‘맞춤형 핵 확산 허용 정책론’의 요지다.
이 선별적 핵 확산허용론은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대두된 일종의 ‘책임회피’주장과 함께 하나의 새로운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만일의 핵전쟁 시 미국은 서울을 지키는 대가로 LA를 희생시키는 모험을 할 수 없다’- 미국의 핵우산 정책 자체에 회의적이다. 이와 함께 차라리 핵무장을 허용해 스스로 안보를 지키게 하라는 것이 ‘책임회피’ 주장이다. 그 이면에는 중국과의 대결구도에서 미국의 아시아맹방의 핵무장은 오히려 바람직 할 수도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5차 핵실험도 모자라 곧 6차 실험에 들어간다. 핵에 광분하고 있는 그 북한을 중국은 적극 감싸고돈다. ‘핵에는 핵’만이 평화를 가능케 한다. 그 대처방안은 자체 핵무장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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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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