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캠퍼스 비용 들쭉날쭉, UC 샌타바바라 1인당 비용 6,345달러로 산정했지만 공유해도 1만3,478달러 들어
▶ 대학들 왜 낮게 추산하나, “어디 사느냐 따라 달라” 해명 불구 학생 유치 일환 렌트 못내 중도하차 많아
대학이 산정한 오프-캠퍼스 주거비는 비현실적인 경우가 다반사다.
대학 캠퍼스 밖(off-campus)의 주거비는 들쭉날쭉하다.
브루클린 소재 프랫 인스티튜트는 오프-캠퍼스 주거비 예산을 연 1만8,500달러로 책정했다. 반면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불과 두 블락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세인트 조셉스 칼리지는 1만달러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뉴욕주립대학의 올드 웹스트베리 캠퍼스와 롱아일랜드대학의 포스트 캠퍼스는 서로 5마일 정도 떨어진 브룩스빌의 부촌에 위치하고 있지만 양측이 제시한 지난해 오프캠퍼스 비용은 각각 1만1,300달러와 2만7,500달러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필라델피아 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펜실베니아대학과 바로 그 옆에 위치한 드렉셀대학이 각기 추산한 오프-캠퍼스 비용은 3,000달러 이상의 편차를 보인다.
존슨 & 웨일즈대학은 노스 마이애미, 덴버, 로드아일랜드 주의 프로비던스와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등 4개 도시 캠퍼스의 학생들에게 오프-캠퍼스 비용으로 8,609달러를 제시한다. 도시별 생활비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캠퍼스 주거비 예산에 단 한 푼의 차이도 두지 않는다.
위스콘신 HOPE Lab이 영구적으로 진행하는 리서치에 따르면 대학들의 거의 60%가 오프-캠퍼스 주거비용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한다. HOPE는 대학교육의 장애물을 연구하는 단체다.
연방 교육부는 지난 2010년부터 모든 대학에 ‘넷 프라이스 캘큐레이터’라 부르는 웹사이트를 설치, 지원자들이 가정형편에 따른 재정보조금의 수위를 계산해 총 학비 중에서 해당 가정이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즉 넷 프라이스(net price)를 대강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같은 목적으로 연방 정부가 개설한 온라인 도구인 ‘칼리지 스코어카드’(College Scorecard)와 각 대학의 넷 프라이스 캘큐레이터는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대량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입학지원자가 진학 희망 대학들을 정확하게 견주어보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보다 낮은 예상 비용은 대학 측에 도움이 된다. 학생들로 하여금 “그 정도면 감당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입학 후 생활비가 감당불능 수준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학생들에게는 수습하기 힘든 재앙이다.
위스콘신 HOPE Lab의 창립자이자 템플대학 교수인 사라 골드릭-랩의 지적대로 일찌감치 생활비가 바닥이 난 학생들은 학교를 그만 둘 수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으로 내몰리곤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대학 당국이 계산해서 책정한 재학생의 총 경비(예산)에 따라 각 학생의 가정이 신청할 수 있는 연방 대출금 및 사채의 규모에 상한선이 설정된다는 사실이다. 대학 측이 정한 예산이 정확하지 않으면 융자금을 너무 적게 받아 일찌감치 생활비가 거덜 나거나 필요 이상으로 많이 받아 공연한 빚을 짊어지게 된다. 대학 경비의 절반은 방, 식사와 개인비용이 차지한다.
현재 전체 대학생의 87%는 캠퍼스 밖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지낼 계획인 학생들도 부정확한 통계자료의 영향을 받는다.
연방 교육부는 각 대학에 재학비용(cost of attendance)을 의무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재학비용(COA)은 앞에서 나온 예산이나 총비용과 같은 개념으로 등록금, 주거비, 식비, 도서비, 개인경비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하지만 산정 방법은 대학당국이 결정한다.
관련 연방 규정이 전혀 없고 지침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학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COA를 산정한다.
바로 이 때문에 같은 카운티에 위치한 대학들이 추산한 학생들의 식비와 주거비가 평균 6,448달러의 차이를 보이는 게 된 것이라고 ‘뉴아메리카 파운데이션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일부 대학이 추산한 오프-캠퍼스 주거비용은 터무니없이 낮다. 부동산 웹사이트인 트루리아(Trulia)는 여러 명이 방을 공유한다 해도 각자 학교가 추산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보자. UC 샌타바바라는 2015-16학사년도의 학생 1인당 주거 예산을 6,345달러로 산정했다. 그러나 트루리아는 대학과 동일한 지역코드(ZIP code)에 위치한 2-베드룸을 2명이 공유할 경우 각자 1만3,478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5명이 4-베드룸 아파트를 공유해도 1인당 8,460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학생들의 예산작성을 돕기 위해 학교가 제시한 주거비용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거처를 옮긴다. 통학거리는 늘어나지만 렌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볼티모어 외곽 타우선에 위치한 4년제 학부중심대학 가우처 칼리지(Goucher College)의 케이시 미셸 대변인은 “우리가 예상비용을 낮게 잡는 이유는 학생들이 불필요한 빚을 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강변했다.
가우처는 주거비, 식비와 잡비를 포함한 2013-14학사년도 오프-캠퍼스 경비를 6,132달러로 잡았다. 이는 볼티모어 지역에 밀집한 16개 대학 가운데 가장 낮은 산정액이자 HOPE가 정부의 식비와 주거비 전망치를 근거로 2명의 학생이 2-베드룸 아파트를 공유할 때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 액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2014년도 가우처 졸업생의 1인당 평균 학비대출금은 2만5,580달러로 같은 지역 대학 졸업생들의 융자금에 비해 낮았다.
실제보다 훨씬 낮은 예상 주거비가 학생 유치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프-캠퍼스 주거비를 높게 계산해도 학교입장에서는 그리 나쁠 게 없다.
재학비용이 비싸면 학생들은 저금리 연방 론을 더 많이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이를 통해 두둑한 융자금을 비축해둔 학생들은 렌트가 없어 도중에서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이 모두가 사회로 진출한 후 졸업생들이 갚아야 하는 빚이다.
또한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기숙사가 싸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기숙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날수록 학교의 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충분한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소속 대학의 재정보조담당자에게 그들의 재학예산(cost-of-attendance) 인상을 청원할 수 있다. 승낙을 받은 학생에게는 추가 학자금 융자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오프-캠퍼스 주거비용이 정확히 얼마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알 수 없다”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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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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