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거리로 나섰다. 브라질에 또 다시 탄핵정국의 소용돌이가 몰아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을 받고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 날은 2016년 8월31일이다.
바로 그 다음 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거리로 뛰쳐나온 인파는 50만이 넘어 보인다. 우고 차베스의 후임, 니콜로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것이다. 무엇이 불러온 대혼란인가.
코시긴 개혁(Kosygin reform)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60년대 들어 소련경제는 계속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중앙통제식의 산업화 경제정책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소련의 엘리트들은 초조해졌다. 결국 정변이 발생했다. 후루쇼프가 권좌에서 밀려난 것이다.
크렘린의 새로운 파워집단은 바로 경제개혁에 착수했다. 그 개혁안은 당시 소련 각료회의 의장 코시긴의 이름을 따 ‘코시긴 개혁’으로 불리게 됐다.
그 ‘코시긴 개혁’을 충실히 이행했으면 소련은 어떻게 변했을까. 덩샤오핑의 개혁정책에 따라 경제성장에 성공한 중국과 흡사한 궤적을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코시긴 개혁’은 그러나 곧 흐지부지됐다. 결정적 원인은 서부시베리아에서의 유전개발이다. 1965년 이 유전에서 연간 100만 톤의 석유를 퍼 올렸다. 20년 후에는 연 3억6500만 톤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소련의 석유수출은 연 1억9300여만 톤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국제원유 값은 여덟 배 이상 뛰었다.
소련으로서는 한 마디로 노다지를 캔 것이다. 석유수출로 얻는 재원이 1975년에서 85년 기간 동안 네 배로 증가하면서 크렘린은 이 ‘페트로 머니’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이 돈으로 해결한 것. 그 와중에 ‘코시긴 개혁’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1986년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국제원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 수출의 50%이상을 석유와 천연가스 판매가 차지하고 있었다. 에너지판매에 대한 정부의 재정의존도는 더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복병을 맞은 것이다.
상황은 날로 악화됐다. 재정적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1991년 가을 소련 경제는 마침내 도산 상황을 맞는다. 그리고 얼마 못가 소련제국은 붕괴됐다.
단지 석유값 하락이 붕괴를 불러왔다는 진단은 무리다. 소련의 계획경제 시스템은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석유값 하락이 그 붕괴를 촉진시켰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진단일 수 있다.
오직 석유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런 나라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20여 개국에 이른다. 걸프지역의 대다수 산유국, 그리고 중남미의 베네수엘라 등이 바로 이 나라들이다. 이들이 누린 영화는 영원할 것 같았다. 석유만 파먹고 산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와 적도 기니의 경제규모가 한때 신흥 경제 강국 한국을 능가할 정도였으니까.
상황이 일변했다. 석유 값이 폭락했다. 일시적 하락이 아니다. 수요나 공급, 어느 측면을 보아도 반등의 가능성은 없다. 대체에너지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셰일혁명으로 석유수출국기구(0PEC)가 공급을 멋대로 조종하던 시대도 끝났다.
다른 말이 아니다. 저유가 시대가 도래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예견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대변화다. 그 첫 번째 예상지역이 라틴아메리카다.
페트로 달러는 지배자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쓰였다. 그 돈으로 사복을 채우면서 대중영합의 수단으로 낭비했다. 그러다가 저유가시대를 맞으면서 몰락을 맞게 됐다. 석유는 축복이 아닌 저주로 변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베네수엘라로, 자칫 내전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 탄핵사태의 근본적 원인도 여기서 찾아진다. 그러니까 포퓰리즘 형 좌파정권의 잇단 몰락과 함께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지형은 구조적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게 내셔널 인터레스트지가 일찍이 내린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곧 혁명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저유가시대를 맞아 나오고 있는 또 다른 전망이다. 중동지역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사우디 왕정은 이집트의 무바라크체제가 맞은 운명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유혈의 갈등사태가 확산되면서 중동지역은 더 심각한 혼란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거대한 지정학적 변화가 예견되는 또 다른 지역은 ‘대(大)러시아 경제권’지역이다. 석유가 폭락으로 푸틴의 러시아는 자칫 체제붕괴위험에까지 몰릴 수 있다.
그 러시아 경제에 의존해 오던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은 벌써부터 경제는 물론 사회적 동요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수십만 난민이 발생이 그것으로 시리아난민사태에 버금가는 사태발생마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다시 브라질로 돌리자. 무엇이 대통령 탄핵을 불러왔나. 석유가 폭락에 따른 재정파탄. 아니다. 분명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민심을 외면한 오만한 정치권력이 정답이 아닐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심을 이기는 정치권력은 없는 법이니….
<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