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보도에도 일종의 ‘관성의 법칙’ 같은 것이 존재한다. 대형 이슈가 발생한다. 그러면 모든 보도의 초점은 거기에 맞추어진다. 그리고 며칠, 때로는 몇 주까지 뒤따르는 주요 보도는 그 후속기사와 관련 해설 등이기 마련이다.
그 관성의 법칙이 무시된다. 인터넷 시대의 한국 국내 언론에서 보여 지는 현상 같다.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실험 보도만 해도 그렇다. 불과 4개월 만에 북한은 SLBM의 비행거리를 30km에서 500km로 늘리는 실험발사에 성공했다.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육지뿐이 아니다. 바다 속 어디에서도 이제는 핵미사일을 날릴 수 있다. 그 공포감에서다.
그러나 며칠이 안 갔다. 이내 관심은 바뀌었다. 북한 핵 기사는 약속이나 한 듯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조금만 끌면 이내 식상해하는 독자들의 취향 탓인지…. 어쨌거나 적어도 인터넷을 통해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북한의 핵위협 같은 것은 사라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북한의 핵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핵도발도 도발이지만 김정일 체제는 핵보유국으로서 곧 붕괴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진짜 위험한 이유는 북한의 핵 선제 공격가능성 보다는 한국, 일본, 호주, 그리고 대만도 핵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의 북한 핵관련 논평들이다. 직접적인 당사자다. 그 한국의 언론은 정작 조용한데 미국 언론들은 시도 때도 없이 이 같은 논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전쟁 이야기도 그렇다. 아주 초연하다. 아니 아예 무시한다고 할까. 그게 국내언론에 투영된 한국 사회의 분위기 같다.
강대국 간의 전쟁은 한동안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됐었다. 그 전쟁 이야기가 요즘 곧잘 등장한다. 러시아와 나토와의 전쟁 위험성이 높아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지적으로 관련해 싱크 탱크들은 그 가상 시나리오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제는 한동안 터부시되던 것도 공공연히 논의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다. 랜드연구소가 ‘중국과의 전쟁, 생각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생각(War with China, Thinking Through Unthinkable)‘이란 타이틀로 발표한 중국과의 전쟁시나리오가 그것이다.
말 그대로 가상의 시나리오다. 그리고 인명피해 같은 부문은 다루지 않았다. 그 내용이 그리고 상당히 드라이하다. 그래서인지 한국 언론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주 언론은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먼저 랜드연구소가 왜 이 타이밍에 그 같은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그 배경을 주목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전쟁에 돌입하면 호주는 물론 일본, 한국, 필리핀 등도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미-중 충돌은 먼 산의 불이 아니다. 그 불길은 서태평양은 물론 한반도에도 바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호주 언론의 진단인 것이다.
흉흉한 거대한 파도 같다고 할까. 동아시아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세 말이다. 그런데도 아주 초연하다. 아예 무시하고 있다. 그게 국내 언론을 통해 비쳐 지는 한국 사회 모습인 것이다.
그렇다고 관성의 법칙이 완전히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 법칙에 함몰돼 한 발짝도 못 벗어나고 있다. 그것이 국내 언론을 통해 비쳐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닐까.
‘세월호 특위 활동기간을 연장하라’- 이 외침과 함께 야당 초선위원 20여명이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시가행진을 벌였다는 보도다. 2년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세월호 타령이다. 북한의 미사일발사에는 입도 벙긋하지 않으면서.
사드배치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북한이 SLBM을 쏘아올린 그날 김천시민 수 천 명은 사드 배치 반대집회를 열었다. 그 광경이 그렇다. 어딘가 미친 소의 괴담을 닮았다.
그 집회를 더욱 빛나게 한 건 대한민국 국회의 정보를 총괄하는 정보위원장의 행보다. 성주 사드배치를 지지하다가 자신의 지역구인 김천으로 바뀌자 ‘전면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불통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문고리 권력’난리 때 청와대가 보인 모습이다. 2년만의 데자뷔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권력실세의 비리 의혹을 언론이 보도했다. 그 언론의 행위를 국기문란으로 몰아 부친 그 해괴한 논리까지도,
그 와중에 계속 소식이 잇달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할 길이 원천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신임 일본 외상의 발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일본 핵 무장론을 새겨 들여야 한다.” 뒤 따른 일본 논객의 경고다.
미국과 방위협정체결에 나설 것이다. 핀란드에서 전해진 소식이다. 러시아 사대(事大)속에 신음해왔다. 그 핀란드가 안보상황 급변에 따라 과감하게 예속의 대명사격인 ‘핀란드화’를 벗어 던진 것이다.
결기(決氣)가 엿보인다. 그런 소식이 국내에서도 전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마침내 청와대가 칼을 뽑았다는 소식이다. 친박(親朴) 중에도 친박이라고 하던가. 그런 국회의원이 국기문란의 장본인으로 간주되는 모 언론사간부의 비리사실을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어이가 없다.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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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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