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를 치는 전략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많이 낳지만 낳은 새끼에 대해서는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새끼는 죽고 그 중 한둘이라도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아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어류, 곤충류가 여기 속한다. 다른 하나는 적게 낳아서 공들여 키워 그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하는 전략이다. 포유류는 여기 속한다.
포유류 중에서도 채식 동물은 많은 수의 새끼를 낳는 편이지만 육식 동물은 적은 수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 한 마리가 제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익혀야 하는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들이는 공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움직이는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 동물일수록 새끼를 키우는데 많은 공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영장류는 적은 수의 새끼, 주로 한 마리만 낳는다. 쌍둥이도 드물다. 새끼 한 마리당 드는 비용이 많은 셈이다. 인간에 가장 가까운 침팬지의 경우,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아서 젖을 뗄 때까지 약 5년 동안 공들여 키운다. 그동안은 배란도 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터울이 진다. 한 마리의 새끼가 어느 정도 자기 앞가림을 하면 그다음 새끼를 낳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느 쪽에 속할까? 인간은 아이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배우고 익혀야 하는 정보의 양이 지극히 많은 동물이다. 급변하는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방법도 배워야 하지만, 몸담고 있는 집단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관계에 대한 정보의 양도 엄청나다. 아마 키우는 비용으로 치면 인간이 가장 비쌀지도 모른다. 5년 동안 공을 들이는 침팬지와는 비교할 것도 없이, 15년 이상 공을 들여도 될까 말까 할 정도이다.
새끼를 키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짐승들은 마릿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맹수들이 그러하며, 유인원들이 그러하다. 게다가 인간의 환경 파괴까지 더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가장 비싼(?)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인간은 멸종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인간은 멸종은커녕, 인구 과잉이 문제이다. 아이마다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하지만 낳아 기르는 아이의 수도 엄청난 인간은 질과 양에서 모두 성공한 사례다.
자연계에서 유일무이한 인간 성공의 비결은 아이를 한꺼번에 여러 명을 키워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인류 진화 역사에서 어떻게 하여 이 전략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인류학자 오웬 러브조이의 유명한 ‘인간의 기원’ 가설은 여자가 집에서 여러 명의 아이를 돌 볼 수 있게끔 아이들의 아버지가 집 밖으로 나가서 먹을 것을 마련해 온다는 주장이다. 대척점에 있는 다른 인류학자 크리스틴 혹스의 ‘할머니 가설’은 아버지가 아닌 할머니가 먹을 것을 마련해 온다는 주장이다.
두 가설 모두 인류학자들 간에 논쟁이 붙고 있지만, 다 같이 주장하는 전제는 인간 아이의 양육은 엄마 혼자서 맡아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엄마 외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아빠도 될 수 있고 할머니도 될 수 있고 공동체를 이루는 여러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공동체는 핏줄로 이어진 혈연 공동체이거나, 같이 사는 마을이라는 지역 공동체였다.
공동체가 책임지고 키워주던 아이는 전통적인 공동체가 붕괴한 지금 누가 키워야 하는가? 어떤 사람들은 “아이는 엄마가 도맡아서 키우는 것이 자연적인 섭리고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연적인 섭리에 따르면 새끼를 낳아 키우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수많은 새끼를 낳아 그들이 알아서 살아가도록 놔두는 것도, 수컷끼리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긴 알파 수컷에게만 번식의 기회를 주는 것도, 새끼는 암컷이 도맡아 키우는 것도, 그리고 인간처럼 여러 명이 참가해서 키우는 것도 모두 자연의 섭리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물론 보람도 크지만, 노력과 시간이라는 자원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현재 아이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성별과 계급에 따라 너무 다르다. 여성이 훨씬 크게 부담한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맡기는 비용이 무척 부담스러운 계급의 여성이 훨씬 크게 부담한다. 이렇게 계속된다면, 성별과 계급을 막론하고 사회가 십시일반으로 아이를 키우지 않는다면, 저 출산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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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UC 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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