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는 어느 곳에서나 피의 진창 속을 걸어 다닌다. 러시아 지주계급의 몰살, 중국의 문화혁명, 북한과 쿠바의 지식인 말살이 그것이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이 일찍이 한 말이다.
그 공산주의의 대학살 연대기가 ‘공산주의 흑서’(Le livre noir de communisme)다. 1997년 볼셰비키혁명 80주년을 맞아 프랑스 국립학술연구센터가 주도해 발간한 것으로 이 흑서는 공산주의 체제의 인류학살 죄악상을 파헤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인류 학살범’ 하면 그동안 항상 먼저 거론되어온 인물은 나치의 히틀러였다. 그러나 이 공산주의 잔혹서(殘酷書)가 발간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 2,500여만, 마오쩌둥 치하 중국에서 6,500여 만 등 1억여 명이 20세기 공산치하에서 학살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히틀러는 오히려 ‘경량급’으로 격하되고 만 것이다.
이 ‘공산당 흑서’가 나온 지 20년이 가까워 오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폭로되고 있다. 1958~62년 중국의 대약진운동기간의 희생자 수는 종전의 추정치 2,5000여만을 크게 웃돌아 거의 배에 이른다는 것이 그 하나다.
이는 역사학자 프랑크 디쾨터가 ‘마오의 대기근’(Mao’s Great Famine)이란 저서를 밝힌 내용이다. 공산당은 집단화에 광분하면서 식량을 인민통제의 무기로 사용했다. 그리고는 강제사역에 혹독하게 몰아 붙였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이 최소한 4,500만이 넘는다는 것이다.
엄청난 희생자 수치도 수치지만 그가 정작 더 주목한 점은 학살의 방법이랄까 하는 측면이다. 고문은 예사다. 아주 사소한 잘못도 가혹하게 처벌한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만 300만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 한 예는 이렇다. 후난의 한 촌에서 한 소년이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곡식 낱알을 한 움큼 훔쳤다. 촌장은 소년의 아버지에게 아들을 생매장하도록 강요했다. 아버지도 극도의 비탄 속에 며칠 못가 죽었다.
대약진 희생자는 수동적인 아사자(餓死者)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그 동안의 정설이었다. 새로 밝혀진 사실은 마오쩌둥의 ‘의도적인 학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참상을 밝히면서 그가 말하고자 한 숨겨진 포인트는 무엇일까.
유대인 등 600여만을 학살했다. 그 나치의 죄악상은 낱낱이 공개되고 또 단죄됐다. 이후 나온 구호가 ‘Never Again!’이다. 그 같은 인류의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다.
그 보다 엄청나게 많은 무고한 인명을 학살했다. 그 공산체제는 한 마디로 반(反)인륜 범죄 시스템, 그 자체다. 그 체제는 인류의 이름으로 단죄되어야 한다는 것이 ‘마오의 대기근’이 던지고 있는 또 다른 메시지인 것이다.
대학살의 참상에 대해 중국 공산당은 계속 함구하고 있다. 아니, 은폐에 급급하고 있다. 그 진상이 드러날 경우 ‘국부 마오쩌둥이란 우상’은 무너진다. 공산당 통치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무관심에, 침묵을 지키기는 서방의 지식인 세계도 마찬가지다.” 케이토 연구소의 일랴 소민의 지적이다.
우파 권위주의 체제가 저지른 범죄에는 꽤나 민감하다. 그에 반해 공산체제가 저지른 범죄는 가볍게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만큼 서방의 지식세계는 좌파적 시각에 물들여져 있다는 거다.
그리고 공산주의는 나치와 달리 그들이 저지른 반인륜 범죄로 인해 재판을 받은 적이 없다. 그뿐이 아니다. 오늘 날에도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공산주의자들은 오히려 모호한 진보주의자로 면책되는 혜택마저 누리고 있다는 것이 기 소르망의 지적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이 지나쳐 동정론으로 확산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실에 있어서는 공산주의자인 자들이 민주주의자에, 도덕적 지도자를 자처한다. 결국은 정치 세력화 되고 있다. 그게 2016년 8월 시점의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아닐까 해서다.
한동안 움츠러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또 다시 전면 부상했다.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국론이 갈리는 틈을 타고. 버젓이 중국공산당 기관지에 사드 반대론을 개진한다. 떼를 지어 중국을 방문한다. 종북의 구호는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대신 내건 구호가 ‘중국만이 살 길’이다.
동맹외교는 냉전의 유령이란 주장과 함께 대한민국의 생존은 오직 중국에 달렸다고 외친다. 오직 힘의 논리만 말할 뿐 자유, 민주주의, 법치, 인권 등 가치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대놓고 국방의 주권포기를 주장한다. 굴종을 통해서라도 생존을 해야 한다는 괴이한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목격되는 것은 종북과 종중(從中)세력의 교묘한 연합이다.
공산주의는 과거의 위협이 아니다. 현존하는 위협이다. 모화(慕華)사대주의는 역사의 유물이 아니다. 한국안보의 최대의 적이다. 이 그 두 가지 망령을 몰아낼 때 대한민국이 바로 서는 것이 아닐까. 벌써 71년째를 맞는 8.15…. 이와 함께 새삼 스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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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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