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요통을 경험한다. 많은 경우 심한 요통으로 자리에 누워야 하기도 하고 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만성적인 요통으로 겨우 견딜 만큼보다 조금 더 심한 고통과 함께 매일 매일을 살아가기도 한다. 마징가 Z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나 역시 허리를 삐끗해서 자리에 누워야 했던 적이 있다. 끔찍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이 요통과 이렇게 친하게 된 배경에는 두 발로 걷기라는 진화 역사가 있다. 인간의 조상은 아마도 두 발로도 걷고 네 발로도 걷는 일반적인 유인원의 보행을 따랐을 것이다. 인간의 조상 중 침팬지의 조상과 갈라져 나온 시점부터 인류라고 부르는데, 이들 초기 인류에게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특징은 두 발로 걷기, 이족보행이다.
초기 인류는 두 발로 걷는 이외에는 인류적인 특징이 없었다. 인류의 특징인 큰 두뇌 용량, 도구, 작은 치아 등은 훨씬 뒤에야 나타나는 특징이다. 두 발로 걸음으로써 네 곳으로 나눠지던 체중이 두 곳으로 나눠지게 되면서 고관절에 그만큼 큰 부하가 걸리게 되었다. 그리고 척추로 체중이 전달되면서 허리와 척추 뼈에 큰 부하가 걸리고 요통에 더 쉽게 걸리게 되었다.
삐끗한 허리로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는데 4-5백만 년 전의 초기 인류가 먹고 먹히는 대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 이렇게 위험한 보행 수단에 의지해 성공적인 적응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기 인류의 허리는 큰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초기 인류는 1m정도의 키와 450 cc 정도의 두뇌 용량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유치원생 정도의 키와, 갓난아기의 머리 크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허리에 실리는 무게는 가벼웠다. 게다가 그렇게 오랜 세월을 버티지 않아도 되었다. 증거는 없지만 30여 년 정도 살았던 것으로 추측한다. 인류의 허리는 두 발로 걸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초기 인류에 비해 거의 2배가량 키가 커졌다. 키가 2제곱 커지면 무게는 3제곱 늘어난다. 허리에 실리는 무게가 엄청나게 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30여 년 정도 쓰면 되었던 허리를 이제는 60년, 90년까지도 써야 한다. 유치원생 정도의 몸집을 30 년가량 지탱할 수 있도록 적응된 허리가 이제는 그 두세 배의 무게를 두세 배의 긴 시간 동안 지탱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요통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그렇지는 않다. 여느 현대인처럼 큰 몸집을 가지고 두 발로 걷지만 요통을 경험하지 않는 집단이 있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민족지 집단 중에는 ‘아픈 허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존재한다. 에콰도르, 포르투갈, 그리고 서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허리 아픈 줄 모른다. 이들을 연구해 보니 척추뼈의 곡선이 특별했다. S자가 아닌 J자에 가까운 곡선이었다. 똑바로 서서 엉덩이를 삐죽 내민 자세, 어린이들이 똑바로 서는 자세이다.
이들의 척추뼈 곡선이 특별해진 이유는 복부 근육이 현대인과 달리 튼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부 근육이 튼튼하게 된 것은 머리에 무엇인가를 이고 걸어 다니는 문화에서 비롯된 듯하다. 머리에 무엇인가를 이고 걸어 다니려면, 턱이 아닌 목으로 쭉 뻗는 자세를 유지하고, 엉덩이에 힘을 주어야 한다.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걸으려면 배에 힘을 주어야 한다. 탄탄한 엉덩이와 배 근육이 바로 튼튼한 허리의 비결이라는 이야기다.
한국 문화에도 머리에 무거운 짐을 이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이라면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들이 큰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걸어 다니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 할머니들 또한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셨다. 머리에 짐을 이고 다녀서 허리가 아팠던 것은 아니다. 머리에 짐을 이고 다닐 뿐 아니라, 등에는 애를 업고, 밭도 매고, 밥도 하고, 청소 바느질 등 쉬지 않고 일하면서 허리를 많이 썼기 때문일 것이다.
턱을 안으로 당기고 머리 위에 무엇인가를 이고 있는 듯한 자세는 지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지내는 우리의 거북목과 휜 등과는 대척점에 있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백세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몸을 아끼고 아껴서 써야 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에 책을 얹고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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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 UC 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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