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김정은이 북한의 주민 인권침해 주범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일, 북한 인권침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김정은 등을 북한주민 인권학대 혐의로 제재대상에 포함시켰다. 금년 2월 제정된 대북제재강화법(H.R. 757)에 따른 ‘맞춤형 북한인권 보고서’였다. 미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인 15명과 주요기관 8곳을 제재대상으로 지목했다.
이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을 좌지우지하는 김정은과 하수인 모두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이례적이지만, 반(反)인도 범죄를 죄목으로 제재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북한간부들과 나란히 제재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것에 대해 예상대로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과 인터넷 선전매체도 연일 비방공세와 협박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참혹한 인권유린상에 공분하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사진이 일본 아사히신문에 실리면서부터이다. 이후 현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UN 인권위원회가 2003년부터, 그리고 UN 총회는 2005년부터 매년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해 오고 있다.
UN 총회는 2005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마침내 UN 인권이사회에서 2013년 3월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를 상세히 파악할 목적으로 COI 즉,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COI는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에 대해 1년간의 조사를 거친 후 2014년 2월 372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의 상당부분이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의 후폭풍은 거셌다. 2014년 개최된 UN 인권이사회는 COI의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현장사무소 설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5년 6월 서울에 ‘유엔 인권사무소’가 설치되었다. 이 사무소의 역할은 북한정권이 조직적으로 자행해 온 반인도적 범죄의 증거를 수집ㆍ존안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을 하는데 있다.
COI를 영구적인 조직으로 출범시킨 셈이다. UN 총회와 안보리도 가세했다. 2014년 9월 UN 총회는 북한 인권문제를 UN 안보리 차원에서 논의하고 인권침해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UN 안보리는 작년까지 2년 연속 북한 인권문제를 공식 토의했다. UN 안보리는 북한 인권범죄의 ICC 제소 문제를 논의했고 이번에 미국까지 독자적인 김정은 제재 방침을 천명한 만큼 ‘김정은의 ICC 출두’는 시간문제인 것 같다.
금년 3월 UN 인권이사회는 ‘전문가그룹 신설’을 권고하는 대북결의안을 채택했다. 2명이 임명되어 6개월간 활동하게 될 ‘전문가그룹’은 북한정권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 문제를 전담하게 된다.
더불어 한국 국회도 2016년 2월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룰 근거와 기구를 마련하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신설될 한국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을 감시하고 인권개선을 위해 각종 인권범죄 자료를 수집ㆍ기록ㆍ보존하는 일을 수행하게 된다. 북한정권이 저지른 반인도 범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이를 근거로 가해자 처벌도 가능하다.
캄보디아 킬링필드 대학살의 장본인들은 35년만인 2014년 종신형을 받았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양민을 학살한 정치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도 21년 만에 징역 40년형에 처해졌다. 북한 양민들의 인권을 유린해온 책임자 김정은도 주민학대 등 반인도적 범죄를 멈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ICC 법정에 서게 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이번에 김정은과 함께 새롭게 인권범죄 가담기관으로 지목된 당 조직지도부ㆍ보위부 요원들도 김정은의 반인권 범죄를 계속 방조한다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심판의 날은 그리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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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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