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로 부인 자태 뒤로 코발트빛 삼척 바다…
▶ 스노클링·카누 체험도
옛 7번 국도에서 내려다 본 갈남해변. 한없이 투명한 물빛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코발트 빛으로 변한다. 삼 척<= 최흥수 기자>
“앗! 차가워” 강원 삼척의 작은 포구 갈남해변에서 웃통을 벗어 젖힌 젊은이 넷이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지만 풍덩 뛰어들기엔 아직 물이 차다. 천천히 온몸을 적신 후 이내 모래 알갱이가 눈부신 수면으로 자맥질한다.
갯바위에 둘러싸인 파도는 기분좋을 만큼 일렁이고, 한없이 맑고 투명한 바다는 해안에서 멀어질수록 코발트 빛으로 변해간다. 가슴팍쯤 찰랑찰랑한 깊이라 위험해 보이지는않았지만, 그래도 구명조끼 정도는 착용했으면 좋으련만. 6월말 삼척의 해안도로에서 본 여름바다 풍경이다.
▶바다풍경이 그리우면 7번 국도는 잊어라
초행이라도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만 찍으면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하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동해안 여행에서는 문명의 편리함을 잠시 접어두고자신의 감각을 믿고 차를 몰아보자.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면 무조건 7번국도로 안내한다. 지금의 7번 국도는 바다를 볼 수 있는 구간이 거의 없다. 태백산맥 자락에 일직선으로 뚫린 왕복 4차선 도로는 웬만한 고속도로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 정도다(물론 제한속도는 시속 80km). 대신 해안마을과 포구를 연결하며 이어진 옛길로 이동해야 ‘7번 국도의 낭만’을 만난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이정표를 유심히 살피면 그리 어렵지않다. 더러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이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원덕읍 임원항에서 출발해 해안도로를 거슬러 올랐다.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던 임원항은 어느새 삼척을 대표하는 포구가 됐다. 시내에서 가까운 삼척해변 만큼은 아니지만 횟집거리가 형성되는 등 마을 규모에 비해 관광객이 많은 편이다. 올해 초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항구 끝자락 바닷가 언덕에 수직 엘리베이터가 눈길을 잡는다. 남화산 꼭대기에 조성한 ‘수로 부인 헌화공원’으로 통하는 길이다.
모티브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헌화가(獻花歌)’. 신라 성덕왕(재위702~737년) 때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순정공의 부인 수로에게 한 노인이 천길 낭떠러지에 핀 진달래를 꺾어바쳤다는 설화에서 유래한다.
설화라는 것이 말 그대로 그럴듯하게 지어낸 얘기니 남화산이 바로 그 곳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경주에서 강릉까지 해안 길은 경북 영덕이나 울진일 수도 있고, 강원 삼척과 동해도 지난다. 삼척에서 수로부인 설화를 선점하고 더 체계화한 것뿐이다.
51m의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언덕은 ‘천길’은 못되지만 걷기에는 가파르다. 엘리베이터에서 대나무숲길을 약 500m 걸으면 정상이다. 바다가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수로부인 석상을 설치했다. 천연석재로 만든 부인상은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의 1.5배 크기로 초대형이다. 여의주를 문 용의 등에 올라탄 모습은 수로부인과 관련한 또 다른 설화, 해가사(海歌詞)를 형상화한 듯하다. 동해 해룡이 절세미인 수로를 납치했는데, 인근 백성들이 해가를 불러 풀려났다는 얘기다.
남화산은 공원을 조성하기 전부터 일출명소였고, 맑은 날이면 울릉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정상에는 해학적으로 표현한 십이지신 조각을 세웠고, 산책로에는 해가를 부르는 군중상을 설치했다. 언덕을 거슬러 전망대로 불어오는 바람이 바다색 만큼이나 푸르고 시원하다. 입장료 겸 엘리베이터 이용료는 3,000원.
임원항에서 약 5km 위쪽 신남항에는 해신당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옛날 이 마을에 결혼을 약속한 처녀 애랑과 총각 덕배가 살고 있었는데 애랑 홀로 애바위에서 해초 채취작업을 하던 중 큰 풍랑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 후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마을에서는 애랑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남근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더니 다시 고기가 많이 잡혔다.’ 이 전설에 기초해 조성한 것이 바로 해신당공원이다.
애랑과 덕배의 집만‘ 19금’ 안내판을 설치했지만, 실제로는 바다 전망대까지 이르는 산책로 전체가 남근조각공원이다. 미성년자와 함께 간다면 눈길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하다.
박물관인 어촌민속전시관에 이르는 길만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갈 수있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입장료는 3,000원.
▶삼척바다 즐기기, 장호항 바다체험과 해양레일바이크
신남항에서 언덕배기 하나 넘으면 어촌체험 마을로 유명한 장호항이다.
카누와 스노클링을 즐기는 곳으로, 엄밀히 말하면 바다 물놀이 체험마을이다.
장호항은 해안선 자체가 옴폭 들어간데다 포구 바깥쪽 바다는 갯바위에 둘러싸여 다른 곳보다 파도가 잔잔하다. 여기에 카누 놀이장 바깥쪽엔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물인 테트라포드를 투여해 안전성을 더했다.
2인용(30분 2만원)과 4인용(4만원)카누는 투명한 재질로 제작해 노를 저으며 맑은 모래와 해초를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갯바위 사이에 자연적으로 갇힌 해수에서는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열대 바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래미와 우럭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치어를 볼 수 있고, 초록빛 바닷물에 일렁이는 해초의 움직임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스노클링 장비와 구명조끼 대여료는 1시간 1만원.
장호항 바로 윗마을인 용화해변에서 궁촌 해변까지 5.4km 구간에서는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 삼척해양레일바이크’는 일제시대 말기 철도를 부설하려다 마무리하지 못한 기반시설에 설치했다.
원평 초곡 문안해변과 나란히 달리고, 해송 숲과 바다 전망대, 레이저쇼가 펼쳐지는 터널도 지난다. 약 1시간이 소요되며 편도요금은 2인승 2만원, 4인승 3만원.
삼척구간 옛 7번 국도에서 바다 조망이 가장 시원한 곳은 한재쉼터다.
근덕면과 삼척시내 사이 가장 높은언덕의 도로변 쉼터에서 내려다보면 맹방해변과 덕산해변으로 이어지는 6km 모래사장으로 밀려드는 파도가 시원하다.
용의 등에 올라탄 수로 부인 석상 뒤로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장호항 카누체험. 바닥을 볼 수 있도록 투 명 재질로 만들었다.
장호항 스노클링 체험. 어린 물고기와 해 초 등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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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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