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견 탤런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한국 뉴스를 읽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황망하게 떠나야 했을 그의 고통을 가늠할 순 없지만 극단적 선택에 마음이 무겁다.
다음날 인터넷 판에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자살을 시도하는 젊은 여성을 구조하는 사진이 올라 있었다. 긴 머리에 짧은 원피스를 입고 아찔한 높이의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던 21살의 여성은 주변의 평범한 학생의 모습이라 더욱 가슴이 먹먹해진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진 오늘날 평범한 사람의 자살은 뉴스로도 취급되지 않을 만큼 일상화 된 조국의 현실은 승리 지상주의 교육의 단면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OECD 국가 중 한국인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자영업자와 청소년 비중이 크게 차지하고 있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자살해도 괜찮은 사람이야 없겠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막중한 위치에 있는 중년 가장과 아직 사회에 첫발도 내딛지 못한 청소년은 어떤 경우도 막다른 선택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30~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한국인의 자살률이 높은 건 유달리 강한 승부욕과 정당한 패배도 인정하지 못하는 낮은 자존감도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한정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사회에선 상대평가를 선택의 수단으로 삼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비교 우위를 가르는 상대 평가는 객관적 실력이 우수한 사람도 자칫 무능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하는 유치원부터 높은 이상과 상상력을 키워야 하는 청소년 시기를 치열한 경쟁으로 보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지식은 더 많이 습득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극단적 경쟁심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자기 행복의 기초로 삼는 비뚤어진 인성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정당한 결과나 주장도 경쟁자라면 무조건 반대하며 자신의 실패도 타인에게 전가하는 비뚤어진 사람이 흔하게 목격되는 사회는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 없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자본주의 사회가 무한경쟁 구도로 짜여 있음은 모두에게 적용된 불가피한 상항이며 체급을 가리지 않고 룰도 없이 싸우는 격투기와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자본주의 사회는 아인스타인 박사의 지적대로 ‘경제적 무정부 상태’와 다름없다. 따라서 자본주의 정글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경제적 전투를 치룰 수밖에 없음은 오늘을 사는 모두가 당면한 현실이다.
경쟁에는 언제나 상대가 있게 마련이고 아무리 유능한 개인이나 조직도 최선을 다하는 경쟁자를 항상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메이저리그의 우승팀이라도 100번을 싸우면 40번은 패하고 천재적 재능을 가진 타자도 10번 시도에 6번을 실패 한다. 또한 아무리 번듯해 보이는 회사도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있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고통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음도 같은 이치다. 이는 성공과 실패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실패의 뒤편에 성공이 자리하고 있어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성공의 척도는 절대로 주관적 이어야 하고 진정한 경쟁자는 자신이어야 한다. 특정 상대나 조직을 비교해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면 세상은 실패자로 넘쳐나겠지만 반대의 경우 모두가 성공하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몇 번의 도전으로 목적을 이루지 못했거나 본래의 목표를 낮췄다고 실패라 생각하는 건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기업이나 개인이든 목표가 없는 것이 실패지 현재 달성 여부가 아니다. 무슨 일이든 계획과 달리 환경은 언제나 바뀔 수 있고 변수는 상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상황이 바뀌거나 변수 때문에 수정한 현실적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것이 진정한 성공임을 믿어야 한다.
유도를 배울 때 낙법부터 가르친다. 상대의 공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부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낙법의 목적이다. 당장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해 영원히 지는 것보다 한판을 잃고 다음 경기에 승리하는 게 현명한 처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이 길 수 없는 경쟁이라면 질 때도 현명하게 지는 당당함이 필요하다. 비뚤어진 자존심을 버리고 당당한 자존감을 키우는 게 진정한 성공의 시작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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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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