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는 올해에도 몰아닥쳤다. ‘화창한 봄 날씨’- 이런 것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서울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5월이 지나면서 황사도 어느 정도 그쳤다. 그러면 또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결국은 임진왜란으로 이어졌다. 그 왜구의 노략질을 연상시킨다고 할까. 중국 어선들의 침범이다. 저마다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내걸었다. 그 중국의 어선들이 수 백 척씩 떼를 지어 서해바다로 몰려온다. 그리고는 도적질에 나선다. 꽃게를 비롯해 어족의 씨를 말리는 거다.
벌써 10년도 훨씬 넘었다. 중국 어선들이 한국의 바다를 휩쓸고 다닌 것이. 그 폐해는 날로 더해간다. 이제는 한강 하구까지 몰려들어 어족자원을 싹쓸이 하고 있을 정도다.
한반도 안보의 뇌관이라고 할까. 그 한강 하구 중립수역으로의 중국어선 침범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만 120회, 지난 5월에는 520여회로 급증했다.
거칠다. 난폭하다. 필사적이다. 그리고 한국의 공권력을 아주 우습게 안다. 중국 어부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다. 그런 그들이 남북대치의 미묘한 틈새까지 파고들고 있다. 뻔뻔스러움을 지나 가증스럽다. 이를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하나.
고기 씨가 말라 간다. 전 세계 어장의 90%는 남획으로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그 사실에 특히 당혹해 있는 것이 중국이다. 어업관련 종사 인구만 1,500여 만이다. 보유 어선 수는 일본의 두 배에, 어물 소비는 전 세계 톱이다. 2030년이면 전 세계 생선의 40%를 중국이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 관련 국제기구의 전망이다.
그런데 중국의 어자원이 말라가고 있다. 해마다 어획고가 30%나 줄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어장을 찾아라. 한국의 서해바다로, 남중국해로, 동중국해로, 그리고 멀리 인도양으로 나가는 거다. 전 지구촌이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불법조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러나 그 보다는 다른 데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육지가 아니다. 바다다.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그 중국의 경제안보와 지역 헤게모니 장악의 열쇠는 바다에 있다. 이와 함께 강조되는 것이 도련선(島連線-Island Channel)이다. 그 도련선에는 제1 도련선과, 제2 도련선이 있다.
제1 도련선은 한반도- 일본 규슈-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잇는 선이다. 제2 도련선은 사이판- 괌-인도네시아를 잇는 선이다. 중국은 이 도련선 안의 해역을 자신들의 영해처럼 지배하고 싶어 한다. 또 도련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제해양법이 인정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조차 무시하려 든다.
이 개념에 따르면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 그리고 서해바다의 대부분 해역은 중국의 내해(內海)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그 해역을 지배할 것인가. 여기서 도입 된 것이 갖가지 ‘창조적 전술’이다. 그 중 하나가 ‘작은 몽둥이 외교’(small-stick diplomacy)다.
“그 전술은 비(非)군사적 자산을 동원해 군사적 어젠다를 추구하는 것이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바다다. 이를 어떻게 기정사실화 할까. 수십만 척에 이르는 방대한 어선 선단을 그 전초병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미 해군대학의 제임스 홈스의 설명이다.
그 전술의 핵심은 미 해군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도련선 안의 바다, 즉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주요해역을 ‘중국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다.
사실에 있어서는 중국정부의 재정지원과 인민해방군의 훈련을 받았다. 그 어선 선단, 다시 말해 해상 민병대를 분쟁해역에 출동시킨다. 남중국해서 인공 섬을 조성한다. 베트남 어선을 쫓아낸다. 동중국해 센카쿠열도 상륙을 시도한다. 미 해군 함정의 자유항해 초계 작전을 방해한다. 그런 역할을 맡은 것이다. 중국의 해안경비대와 해군의 엄호를 받으면서.
어선은 어디까지나 민간선박이다. 분명히 군사적 목적을 띠고 있지만 민간행위로 가장했다. 그러니 미국으로서는 충돌사태 개입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변 약소국들에게는 겁주기에 충분한 완력을 과시했다.
교활하다고 할까. 비열하다고 할까. 그게 중국이 구사하는 ‘작은 몽둥이 외교’전술인 것이다.
올해로 10년도 넘었나. 그러니까 그동안 수차례 정상회담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로 빈번해지고 또 흉포화 되고 있는 것이 중국어선의 침범행위다.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서해는 그들이 말하는 제1 도련선 안에 있는 중국의 바다’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기 위한 떠보기 전술이 아닐까. 다른 말이 아니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서해 버전의 작은 몽둥이 외교전술’을 구사해본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한국을 아주 우습게 본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정부의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다. 중국어선이 수도권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런데도 우왕좌왕이다. 그러다가 마지못한 대응에 나섰다. 여론에 쫓기듯이. 마치 중국 짝사랑의 DNA가 골수에 맺힌 것 같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해마다 더해 가고 있는 사현상, 내년에는 다소 나아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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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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