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발생한 올랜도 총격사건이 다시 한 번 미국 전체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49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 사건은 테러사건이다. 그러나 범행 동기는 아직 정확히 드러나고 있지 않다.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편향된 종교적 행위인지 아니면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인지는 철저한 수사를 거쳐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범행자가 이슬람 사원에서 정기적으로 기도를 드리던 무슬림이었고, 그러한 사실이 미국 내의 이슬람교도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나에게 바로 떠오른 것이 2007년도의 버지니아텍 총격사건이다. 그 사건은 당시 단 한명의 총격자가 저지른 사건으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인 32명의 사망자 숫자를 기록했다. 범행 학생이 한국계 미국인 학생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혹시 다른 한인 학생들이나 이곳 페어팩스 카운티 지역의 한인 사회에 위해가 가해질까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교육감과 잘 아는 카운티 수퍼바이저에게 연락해 한인사회와 한인학생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당시 한인사회는 그 사건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한인이 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범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인사회의 자각과 피해자 가족 그리고 한인사회를 위한 기도회를 갖기도 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 청사에 모여 가졌던 기도회는 지역 주민들과 지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모였던 사람들 모두가 눈물로 기도했고 깊은 감명을 가져다 준 기도회였다.
그러나 나에게 더 큰 감명은 어느 누구도 총격사건의 책임을 한인사회 전체로 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총격사건은 한 청년이 앓고 있던 정신질환이 문제였지, 한인사회의 문제나 한인사회가 그룹으로 책임져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대신 정신건강에 대해 좀 더 철저한 관심과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커뮤니티 전체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버지니아텍 사건 후에도 미국에서는 여러 차례 큰 규모의 총격사건이나 테러사건이 일어났다. 샌디훅 초등학교와 샌버나디노 총격사건, 그리고 보스턴 마라톤 폭탄 사건 등이 그에 포함된다. 또한 이러한 사건들이 날 때마다 총기규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었지만 그 동안 그에 대해 달라진 점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슬람교도가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국 내의 무슬림 사회 전체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우연이지만 지난 주 화요일에 이슬람교도들이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라마단 절기를 맞아 하루 종일 금식하다 금식을 깨는 저녁식사인 이프타르 저녁식사 모임에 초대 받아 갔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오래전부터 계획이 되어 있었던 이 저녁 모임이 올랜도 총격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 안 된 때에 열려 나름대로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섄틀리에 위치한 자그마한 이슬람교 사원에서 갖게 된 이 저녁 모임에서 이번 올랜도 총격사건으로 곤혹스러워 할 수 있는 무슬림들을 만나 위로해 주고 싶었다. 과거 버지니아텍 사건 때 한인사회가 긴장하고 우려했던 것을 기억하며, 비록 내가 믿는 종교와는 다르지만 같은 지역사회 일원으로, 그리고 어쩌면 같은 소수민족으로, 그들이 겪는 고충을 경청하고 싶었다.
그날 저녁 모임에서 그들은 이렇게 하소연 했다. 과거에 미국에서 흑인들을 린치하던 KKK단원들도 자신들은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했고, 인종차별도 성서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던 기독교인들도 많았다. 그러나 결코 그들을 극단적 기독교파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독교가 그러한 폭력이나 인종적 차별 행위를 조장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슬람교도 폭력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범이 이슬람교도 출신일 경우에는 극단적 이슬람파라는 표현이 쉽게 거론되는 것을 본다. 그러면서 왜 이슬람교 전체가 공격을 당하고 무슬림들 모두가 곤경에 처해야 되느냐고 역설적으로 묻는다.
버지니아텍 사건이 한인에 의해 저질러졌지만 한인사회 전체가 책임 추궁을 당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인종적, 종교적 배경에 의해 그룹으로 나뉘어 편 가르고 서로 공격하고 당하는 일들이 사라지는 날이 조속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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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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