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자. 한 순간에 훅 간다!”
-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 회의실 백보드에 걸린 문구다. 선거결과 말 그대로 한 순간에 무너졌다. 일종의 자기암시, 자기최면에 걸렸다고 할까.
‘정신 차리자, 한 순간에 훅 간다!’- 새누리당만이 아니다. 요즘 돌아가는 국제정세도 그렇다. 건설에는 참으로 오랜 노력과 시간이 든다. 파괴는 그런데 잠깐이다.
1차, 2차 양 차 대전이라는 대참사를 겼었다. 그 비극을 딛고 오랜 세월에 걸쳐 태동된 게 유럽연합(EU)의 꿈이다. 그 EU가 흔들린다. 70년 걸려 이루어진 유럽통합이 대불황 수 년여 만에 한 순간 와해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전무(前無)하다. 후무(後無)까지는 몰라도. 지난 30여 년간 이룩한 중국의 경제발전상이 그랬다는 거다. 그 중국식 경제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
그 모델이 오히려 짐이 되면서 베이징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초조감에, 절망감이다. 경제발전만이 공산당이 살 길이다. 경제가 주저앉을 때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혁명의 위험이다. 권력을 상실할 수 있는 것이다.
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10년 후면 국가재정의 상당부문을 노년인구 부양에 투입해야 한다. 한 세대 이상 강제로 시행해온 ‘한 아이 낳기’정책이 가져온 결과다. 중국몽(中國夢), 강성대국의 꿈도 접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훅 간다’- 그 강박증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대적인 탄압이 우선 그렇다. 천안문사태 이후 최악이다. 권력이란 권력은 모두 한 사람, 시진핑에게 집중된다. 그 와중에 경제는 계속 곤두박질이다.
“중국은 전쟁을 원하는 것 같이 행동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본 마음을 미국이 모르기를 원한다.” 내셔널 리뷰지의 지적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외교, 해외정책에서도 그 강박증세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계속 쏟아내는 것이 강경발언이다. 공격적이고 호전적이다. 최근 들어 중국 지도자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다. 쑨젠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의 최근 발언도 그렇다.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중국은 문제(미국과의 충돌)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과연 그럴까.
“내부 문제로 정치적 곤란에 봉착한 정권은 외부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모험주의 정책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3년 전이었나. 이 전제와 함께 디플로매트지가 그 가능성이 특히 큰 나라로 중국을 지적했던 것이.
중화 민족주의는 자신감을 지나쳐 오만불손의 경지에 다다랐다. 주변 국가들을 조공국가로 간주하는 황제국가 멘탈리티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그 중국이 내부문제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을 때 외부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모험주의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 잡지는 내다보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중화민족주의에 편승해서.
그러나 한 가지 확실히 해 둘 것이 있다. 군사적 모험을 했으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거다. 패배는 백파이어를 불러와 자칫 체제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중국이 취할 모험주의 정책의 최우선 후보지역은 어디가 될까. 동중국해에서의 분쟁조성은 위험하다. 일본의 군사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답은 남중국해로 기운다.
베트남, 필리핀 등 이 해역국가들은 군사적으로 허약하다. 베트남의 경우 미국의 동맹국도 아니다. 때문에 민족주의 이름으로 불장난을 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대상지는 남중국해라는 것이 디플로매트지의 결론이다.
“남중국해가 아시아지역의 새로운 전쟁터가 되고 있다.” 아시아위크지의 진단이다. 그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헤이그상설재판소가 남중국해의 90%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제멋대로 설정한 9단선을 불법으로 판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그러나 그보다는 베이징발로 전해지는 소식들이 꽤나 심상치 않아서다. 모든 것을 안보에 귀착시킨다. 그러면서 외국, 특히 서방을 사악한 존재로 몰아 부친다. 그 와중에 농민공(農民工)의 시위가 하루에도 수차례나 발생, 공산당 권력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거다.
어디가 고장이 나도 단단히 고장이 났다는 신호가 잇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번 가정을 해본다. “…그래서 중난하이는 모종의 결정을 내린다. 필리핀을 손보기로 한 것이다. 2016년 8월 어느 날 결국 작전 명령은 떨어졌다.” 어떤 결과가 올까.
중국인민이 환호한다. 위대한 중국이 마침내 해냈다는 갈채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 반대의 가능성도 크다. 생각밖에 미국은 단호한 대처를 해온다. 그리고 국제여론이 빗발친다. 완력을 자랑하는 중국을 응징하라는. 그 경우는 어떻게 될까. 한 순간에 중국이라는 권위주의형 체제는 훅 갈수도 있다. 중화민족주의란 덫에 스스로 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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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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