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직함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북한의 로열패밀리와 상당히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이다. 그의 이름은 이수용이다. 그런 그가 김정은 특사자격으로 시진핑을 만났다.
일반적인 예측은 핵문제와 관련해 한 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거였다. 예상은 크게 벗어났다. 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시진핑은 대신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 한다’고 말했다.
쇼크였나.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한국 언론들은 이 베이징에서 벌어진 일을 보도했다. 공들여왔던 한국 미국 중국 간 대 북핵문제 공조가 한 순간 흐트러졌다는 분석과 함께. 그리고 분분히 쏟아져 나온 것이 각양각색의 해설이다. 시진핑은 북한의 핵과 경제발전 병진정책을 사실상 수용했다 등등의.
과연 그렇게 쇼크로 받아드릴 사태일까. 그 보다는 ‘중국스러움의 본색’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게 시진핑의 발언이 아닐까.
지난 4월말 시진핑은 아시아지역 외상들이 모인 베이징의 한 모임에서 외교문제와 관련된 발언을 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혼란상황 발생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 발언을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의 마이클 오슬린은 ‘시진핑 독트린’으로 해석했다. 한반도, 대만, 남중국해를 중국의 핵심적 이해(core interest)가 걸린 지역으로 설정, 무력개입을 통해서라도 이 지역에서 중국의 이해에 유리한 안보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시진핑 독트린의 주 내용으로 지목해 설명한 것이다.
그 선언이 그렇다. 과거 냉전시대 브레즈네프 독트린과 흡사해 보인다는 거다. 공산주의에 적대적인 세력들이 공산주의 국가를 자본주의로 바꾸려는 시도를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브레즈네프 독트린으로 동구권 국가들에 대한 소련의 무력개입 근거로 활용됐다.
그러면 한반도 선언은 중국이 적극적 개입을 통해 북한 김정은 체제 붕괴를 막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무력개입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과도한 도발을 저지할 수 있다는 시그널인가.
그 부문에서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일부러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장래가 미국이나, 한국 등 다른 파워에 의해 결정되는 사태를 결코 방관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라는 거다.
“중국은 북한이 지닌 현실적 가치를 알고 있다.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가 중국으로서는 필수불가결적인 요소다.” 핵과 경제개발,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북한의 병진정책을 사실상 용인한 시진핑 발언과 관련해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조지 프리트먼이 내린 진단이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한반도는 중국을 위협하는 비수와 같다. 특히 미군이 주둔한 한반도는. 때문에 중국은 핵 공격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6.25때 개입을 해왔다. 한반도는 중국으로서는 포기 할 수 없는 완충지역이라는 거다.
그 한반도에서 중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이 어떤 망나니짓을 하든 그 체제를 존속시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반도 통일을 어떻게든 막는 것이다. 그것이 중국의 일관된 전략으로 시진핑의 김정은 체제 끌어안기는 이런 면에서 필연적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지닌 더 직접적인 가치는 대 미국 외교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도발을 한다. 핵 위기를 조성한다. 그럴 때마다 미국은 중국에 개입요청을 할 수 밖에 없다.
중국 개입으로 북한이 도발을 멈춘다. 미국은 그 대가로 중국과의 현안문제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양보할 수밖에 없다. 만만치 않은 군사력을 갖춘, 그리고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잇단 핵에, 미사일 실험을 해대는 북한은 이런 면에서 대미 전략 카드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중국의 외교적 자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억측에 가깝지만, 한 가지 더 과감한 가설을 제시한다. 중국이 원하는 특정한 타이밍에 북한에게 뻔뻔한 도발을 주문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시진핑 독트린은 그러면 심사원려(深思遠慮)의 산물인가. 그런 측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는 초조감에서 비롯된 패착성의 한 수로 보인다.
자본이 대거 해외로 유출된다. 그것도 급격히. 해외자본의 중국투자는 날로 줄고 있다. 탄압이 가중되고 있는 중국, 그러면서도 완력외교로만 일관하는 중국이 맞고 있는 경제적 현실이다.
그런 마당에 중국은 자국의 작은 안보이익을 위해 국제적 망나니 북한이라는 체제를 껴안았다. 북한을 적극 관리하겠다는 거다. 그 착상이 퇴행적이다 못해 반(反)역사적이다. 그리고 그 관리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아 보여서다.
그 중국의 모습은 어딘가 청(淸)제국 말년을 연상시키고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허약한 주제에 제국주의 근성은 남아 있어 한반도에 개입을 하다가 패망을 자초한 그 때 그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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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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