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년 교직 은퇴 수지 오 3가 초등학교장 인터뷰
▶ 31년간 한국일보 칼럼 통해 학부모들과 소통, 제자들이 벌써 교장, 은퇴 후 교육컨설턴트로
40여년 넘게 교직에서 학생들에게 비전과 꿈을 제시해온 수지 오 3가 초등학교장은“공부만 잘하는 학생보다는 인격을 갖춘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은퇴후에도 교육계의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 교육계의 대모(God Mother)로 불리우는 수지 오 3가 초등학교장이 오는 6월말 41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 하고 은퇴한다. 주변에서는 현역에서 물러나는 수지 오 교장에 대해서 아쉬움을 피력하지만 정작 본인은 교육 컨설턴트로 활약하면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지금 당장의 대학입시나 성적에만 치우치지 말고 먼 장래의 커리어를 생각하면서 높고 넓게 볼 것을 강조해온 수지 오 교장은“학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인 학부모, 교사, 교장들도 계속 공부하고 배우는 곳”이라며“부모와 교사들이 먼저 학생의 롤 모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3가 초등학교 교장으로 무려 23년이나 재직하면서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유태계 커뮤니티에서도 놓은 신망을 얻으면서 이 학교를 명문초등학교로 올려놓은 수지 오 교장의 은퇴계획을 들어봤다.
-40여년 교직생활중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있는 일은
▲한 평생을 학생들의 잠재 능력을 개발하고 그들의 꿈을 키우는 일을 해왔다. 1985년부터 한국일보에 교육칼럼을 써오고 있는 데 31년 동안 칼럼을 읽으면서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학부모들을 만날 때 보람을 느낀다. 또한 교육세미나때마다 참석하는 학부모들이 큰 힘이 된다. 제자들이 장성하여 고맙다며 학교를 찾아오고 또한 결혼해서 자녀를 데리고 와 3가 초등학교에 꼭 자녀가 입학하게 달라고 말할 때 정말 교직에 있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젊은 교장과 교사들이 나의 조언을 들어주고 멘토이자 롤모델이라고 말할 때 감격스럽다. 특히 학생들의 잠재성을 개발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한인교장으로 한인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당장 눈앞의 목표에만 연연하지 말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 사회에 공헌하는 지덕체가 골고루 갖춰진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힘쓰면 좋겠다. 높은 학과목 점수와 명문대학보다는 자녀의 인성교육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 올바로 성장한 자녀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하고 결국 주류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한인 학부모들이 타인종의 학부모들과도 공감대를 가지고 잘 어울렸으면 한다. 자기 자녀만 잘 성장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본인의 교육철학은
▲학교는 학생들만 배우는 곳이 아니다. 학부모, 교사, 교장들도 계속 공부하고 배우는 곳이다.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다. 학생이 처한 경제, 사회, 언어, 문화적 배경을 막론하고 그들 스스로 독립할 수 있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자가 할 일이라고 본다. 사실 학생들로부터 더 많이 배웠다. 자폐아를 접하면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하게되었고 또한 영재를 대하면서 어떻게 그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효율적인지 배웠다. 평생동안 배우는 것을 중요시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인 학생들이 잘하는 점과 부족한 점이 있다면
▲한인학생들은 영어, 수학 등 학과목 점수는 강한 반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부족해 남과 갈등이 있을 때 문제를 헤쳐나가는 능력이 부족해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오해로 말미암아 처벌을 받기도 한다. 즉 발표하고 남을 이해시키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는 부모의 책임도 있다. 집에서 자녀가 이야기할 때 윽박지르지 말고 참을성을 가지고 잘 들어주기 바란다. 절대로 부모의 생각을 강요해선 안된다. 자녀들이 자신 나름대로 주관을 갖고 스스로 설 때 자신감과 용기를 갖는다.
-기억에 남는 제자들이 있다면
▲하시엔다 교육구 시다레인 초·중학교의 엘렌 박 교장과 웰비웨이 초등학교의 제니퍼 유 교장이 내가 길러낸 제자로서 같이 교장선생으로 일해 가장 인상깊다.
현재 KGI 약대에서 조교수로 일하는 지니 전, 건축가로 일하는 스티브 강 등이 학교를 방문해 학창시절에 갓 이민와서 영어도 못하고 힘들었는데 학교 생활에 적응하도록 많이 선생님이 도와준데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할 때 보람을 느낀다. 특히 조반 하친슨이라는 흑인학생이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결과 지금은 소방관을 거쳐서 소방서의 행정가로 일하고 있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대니라는 한인학생이 독해력이 문제가 있어서 리딩만 따로 지도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독해력이 향상된 것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느낀다.
-유독 독서와 리더십을 강조하는 데
▲개인적으로 독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독서는 모든 공부의 기초이다. 어린 자녀들에게 독서습관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독서하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표준학력고사에서 고득점은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인격을 함양하는 데도 독서는 필수이다. USC에서 ‘Educational Leadership’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공부하게 된 Leadership이 너무 재미있었고 3가 초등학교에서 800명의 학생, 600명의 학부모, 70명의 교직원을 책임지고 있는 교장으로서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행하는 기회가 있었던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리더십의 요체는 이익 집단간 갈등의 해소에 있다. 부모와 교사, 부모와 학생, 부모끼리도 갈등이 있으며 자신들이 서로 옳다고 주장한다. 모든 스토리에는 양면이 있게 마련이다. 양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부모와 교사, 교장이 머리를 맛대고 고민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은퇴후의 생활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아마도 학교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쁠 것이다. 대학에서 파트타임으로 가르치는 것은 물론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고, 교육칼럼도 계속 쓰고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할 것이다. 언어에 소질이 있어서 스페니시와 중국어를 배우고 싶고 여행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계획이다. 이번 여름에도 한국에 나가 이대와 서울교대, 교원대, 경인교대 등에서 영어교육, 다문화가정의 교육, 박사학위 지도 등 다양한 분야의 강연이 예정되어있다. 한미교육자 협회 등 교육단체의 활동도 고문역할을 하면서 지속할 것이다. 은퇴후에도 교육자로서 쌓은 경험, 공부, 연구를 토대로 단체의 활동은 물론이고 교육계의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
-AP 한국어 채택을 위한 본인의 역할과 제언은
▲세계한인교육자 협회(International Korean Education Network·IKEN)가 현재 AP의 한국어 채택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IKEN 이사 자격으로 같이 고민해보고 중국, 이태리 등 타 커뮤니티에서 자국어의 AP 채택을 위해 어떻게 시도했는 지 그 과정을 배우려고 한다. 일단 AP의 한국어 채택을 위한 특별위원회(Task Force)가 결성되어야 한다고 보며 ‘액션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두 사람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커뮤니티 차원에서 학부모와 관계교육단체, 교육구 한국정부 등 민관협동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가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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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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