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화가 난 유권자들이 많더라도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미국대중들의 결집된 집합으로의 기본을 믿었던 우리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얘기다. 5월에 들어서면서 거의 확실하게 공화당 대선후보는 트럼프로 낙착되었다. 미국의 여론선도 그룹들도 미국의 고립주의와 극우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 같아 보인다. 특히 비유럽 우방 중 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에 대해 드러내놓고 “공짜로 국방하는 돈 많은 얌체들”로 매도하는 트럼프만이 아니라 한국경제와 국방력을 높이(?) 평가하는 글들이 많아지고 있다.
근래 UPI에서는 남한군사력을 세계 11위라고 평가하면서 무기와 자연자원, 산업발전 정도, 지정학적 고려를 할 때 남한은 북한의 40배의 능력을 가졌고, GDP로 볼 때 2조 달러의 규모로 400억 달러 수준의 북한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세다(?)고 띄운 적이 있다. 국방비지출도 남한의 8조 달러는 260억 달러인 북한의 300배 정도 된다고 통계수치를 나열했다.
대한민국에 대한 높은 평가는 좋지만, 요즈음 미국의 이런 평가는 그 배경이 좀 의심스럽도록 의도적이다. 한국은 1960년 개발독재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약소국의 하나여서 미국이 맹방의 안보를 위해 상호안보조약으로 국방을 책임져 주었지만, 지금은 연간 세수입만 하더라도 2,960억 달러로 30억 달러의 북한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러니 형편이 예전 같지 않은 미국의 악화하는 여론에 편승해서 한국과 일본이 북한에 침공당하더라도 “그건 그들만의 전쟁”이란 트럼프의 주장이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백인 하층민들의 기분에 맞아들어 가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본선에선 힐러리 클린턴에게 밀릴 것이라는 예상도 이젠 점점 신빙성이 줄어든다. 엉터리 같은 TV 프로그램을 “곧 취소될 것이다”는 예상과 달리 12시즌이 넘도록 인기프로그램으로 만든 트럼프였다. 쓰레기 같은 인간성이긴 해도, 여론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핵심을 파악하는 데는 타고난 감각을 지니고, “기대에 어긋난 흑인대통령” 오바마 8년 집권에 식상해있는 하층 백인 유권자들의 마음깊이 자리한 그 분노를 대변해서 일약 공화 선두주자가 된 그는 절대 쉽게 볼 후보가 아니다.
미군주둔으로 국방은 안심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의 사치성 좌파인기에 편승해서 “멋으로 해온” 반미는 이제 시효가 지났다. 필자는 트럼프의 당선을 피부로 느낀다. 백인남성들 중 민주당이라도 심정적으로 그의 얘기를 비호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트럼프 지지자” 란 딱지가 창피해서 말을 안 할뿐이지 많은 주류 유권자들이 그와 심정적으로 동조한다. 사회의 온갖 소수그룹들-인종, 종교, 이민, 성적취향, 경제적 약자들의 “정치적 올바름”만 외쳐온 지난 8년 동안 경제적 상황이 점점 나빠져 온 주류백인들의 분노가 트럼프 현상을 불러온 것이다.
주한미군철수는 트럼프의 안보외교 1순위일 수 있다. 미국여론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자주국방’의 길엔 큰 걸림돌이 있다. 한국군대내의 부정부패이다.
여러분은 한국 신문기사 제목에서 ‘해군장성’이라는 글자를 볼 때 무슨 기사가 뒤따를 것이라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뇌물’이란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아마 그들에게 ‘국방’이란 진짜는 미군들이 할 것이니 자신들은 높은 자리에 있을 때 크게 먹자는 것이 아닐까. 사실 학교, 군대, 사회를 거치는 젊은이들의 인생역정에서 보면 그중 가장 썩은 곳이 군대였다고 느끼는 것이 병역을 마치고 나온 우리 한국남성들의 공통된 감정들이 아닐까.
어린 시절 청송 산판에서 나와서 통금이 해제되는 새벽 4시 도시를 향해 주변 소읍들의 검문소를 통과하는 군용트럭들의 엔진소리를 기억한다. 필자는 ‘후생사업’이란 말을 어려서부터 들으면서 자랐다. 무슨 복지사업이 아니고 군 고위장교 및 장성들이 군인들의 노동력으로 국유지인 산에서 나무를 베어 군용트럭으로 운반해서 팔아먹는 것이다. 그리고 군복무 시절, 수없이 보아온 고위직 군 간부들의 부정부패.
군대내의 부정부패가 무서운 것은, 그것이 우리 애국선열들이 피 흘려 싸워 이룬 나라의 근간과 자랑스럽고 용맹한 우리 애국 장병들의 사기를 죽이고 국방력을 좀먹기 때문이다. 군의 부패는 정치적 우파에서 더욱 미워하는 바이러스다. 그 엄청난 방위 예산이 이렇게 옆으로 새나가는 한, 자주국방은 요원해진다. 한국이 조속히 방위범죄를 특별법으로 다스려 뿌리 뽑지 않는다면 자주국방이 필요해지는 가까운 장래의 조국을 우리 모두는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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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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