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여러 번씩 가슴이 철렁 철렁해요.”
도로변에 사고 난 차가 서있으면, 경찰이 티켓을 떼고 있으면, 과속으로 달리는 차가 눈에 띄면 … 자동차 색깔만 비슷해도 긴장을 하게 된다고 한 후배는 말했다. 갓 운전을 시작한 10대 아들의 엄마이다. 저녁이 되어 자동차와 아들이 나란히 집 차고 안으로 들어와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는 나날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요즘 유난히 대형 교통사고 뉴스가 눈길을 끈다. 지난 27일 밤에는 조지아에서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조지아대 한인 여학생이 고속도로 운전 중 맞은 편 차량과 정면충돌하면서 함께 타고 있던 백인 여학생 4명이 숨졌다. 자동차는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졌고 운전을 했던 아그네스 김(21)양은 의식불명상태이다. 의식이 회복되어도 걱정이다.
19살, 스무 살의 친구들은 모두 죽고 혼자만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김양은 얼마나 큰 충격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인가. 마케팅 전공으로 5월에 졸업예정인 김양은 대학 기독교 클럽의 핵심 멤버로 신앙심 돈독하고 밝은 학생으로 알려졌다.
그 전날인 26일 낮에는 남가주 위티어에서 큰 사고가 있었다. 타인종인 10대 6명이 타고 가던 차가 중심을 잃고 벽을 들이받은 후 전복되면서 14살 여학생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19세의 운전자는 술을 마신 상태로 나타나 음주운전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되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롯 한인사회는 한달 전 교통사고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전하는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매순간 조마조마하다. 4월의 첫 토요일이던 지난 2일 새벽 한인 청소년 5명이 탄 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으면서, 차체는 두 동강 나고 앞좌석에 타고 있던 14세 소년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뒷좌석에 탔던 15세 여학생 3명은 중경상을 입었고, 운전을 했던 앤드류 성(17)군은 한달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인인구 7,500명의 작은 커뮤니티로 한두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인 지역 한인들에게 이번 사건은 여간 큰 충격이 아니라고 샬롯 한인회의 전승현 회장은 말한다. “이곳에서 30년을 살았지만 한인사회에서 이런 큰 사고는 처음”이라며 사망한 소년의 장례식에 200~300명이 참석할 정도로 커뮤니티의 슬픔이 컸다고 전한다.
전 회장에 의하면 이들 청소년은 모두 같은 교회에 다니는 학생들이다. 금요일 저녁 교회 행사를 마치고 한 장로의 집에 모여 있다가 “아마도 야식을 먹으러 나간 것 같다”고 한다. 유일하게 운전면허를 가진 성군이 교회 후배들을 위해 운전을 해주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사고원인은 과속. 그날 밤비가 좀 내렸고, 도로면이 젖어 차가 미끄러지니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게 액셀레이터를 밟은 게 아닐까 그는 추측하고 있다.
아들을 잃은 부모나 아들이 사고를 내고 의식불명 상태인 부모나 옆에서 보기에 너무나 안타깝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자녀양육은 두 시기로 구분된다.
자녀가 운전하기 전과 후이다. 운전은 청소년들의 성장기 통과의례이자 부모들의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자녀가 운전을 시작하면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는다. 한시라도 더 부모와 있고 싶어하던 품안의 자식은 사라지고 틈만나면 집을 빠져나가려 드는 고삐 풀린 망아지가 등장한다.
사춘기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이다. 호르몬 변화로 인한 억제할 수 없는 충동들, 부모와 떨어져 독립된 자아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싶은 욕망, 동년배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이 뒤섞이는 반면, 뇌는 덜 발달해서 이성적 사고능력이 떨어진다. 10대가 충동적으로 운전대를 잡는 배경, 과속이나 음주운전 등 위험운전을 하는 배경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세대인 이들은 운전 중에도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니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1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자동차 사고이다. 10대 운전자의 사고원인 1위는 주의산만이다.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인 1위는 동승한 또래친구들과 텍스팅. 차 안에 친구가 셋 있으면 사고위험은 3배, 문자메시지 들여다보면 12배, 문자를 보내면 16배 위험이 증가한다.
세상은 위험하다. 운전은 아이가 위험한 세상으로 나가는 첫 관문이다. 위험하다고 막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통과해야 할 문, 아이가 혼자 가도록 손을 놓아주어야 하는 문이다. 운전은 자유이자 책임이라는 사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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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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