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가 심상치 않다. 땅이 갈라지고 지층이 뒤틀린다. 강진의 연속이다. 마치 도미노 현상이라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빅 원’(Big One)은 오고 말 것인가. 일본에서, 대만, 필리핀, 그리고 미 대륙의 서해안에 이르는 환태평양 지역을 짓누르고 있는 공포다.
마치 지진이 휩쓴 것 같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총선이후 한국정국이 그렇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깨졌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가라앉은 것이다. 현 정부 출범이후 최악이다. 원로들도 들고 일어섰다.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문과 함께.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보수단체들도 청와대를 공격한다. 네티즌의 반응은 더 신랄하다.
그 모습이 너무 황폐해 보인다. 오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 같았다. 그 권력이 줄줄이 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만의 목소리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위기감은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다.
민심이 등을 돌렸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미동도 않는다. 여전히 오만이, 독선이 엿보인다. 선거후 민심 관리도 부재상황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민심의 폭발을 일으켰나. 오만한 권력이다. 틀리지 않은 분석이다. 그러나 보다 심층적인 원인은 다른 데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정부여당의 총선참패. 이는 분명 강진은 강진이다. 그러나 ‘빅 원’을 유발할 전조성의 지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뭐랄까 표층 아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진앙(震央)의 민심’은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할까. 그런 민심의 소재를 계속 헛짚고 있다.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늑대들이 기승이다. 이른바 ‘외로운 늑대’(lone wolf)들이다.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그들이다. 왜 그들은 폭탄테러를 불사하는가. 원인은 여러 가지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자리 부족에서 찾는다. 실업은 인간 존엄성을 무시한다. 때문에 테러보다도 무서울 수 있다.”
전 세계인구의 25%는 10~24세 연령그룹의 젊은 세대다. 이들 중 40%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빈곤에서 탈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 내용이다. 이는 개발도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청년 실업률은 25%에 이른다. 그 유럽에서 곧잘 출몰하는 것이 ‘외로운 늑대’다. 일자리에서 멀어졌다. 외톨이가 된 것이다. 거기서 싹트는 것이 반(反)사회적 감정이다. 범죄자도 모자라 테러리스트가 되는 거다.
“세계의 주된 소망은 더 이상 평화나 자유, 심지어 민주주의도 아니다. 가족을 꾸리는 것도, 집이나 땅을 소유하는 것도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세계인의 시대적 소망이다.” 갤럽의 최고 경영자 짐 클리프턴의 말이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세계 70억 인구 중 15세 이상 인구는 50억이다. 그 중 30억은 일하고 있거나 일을 원한다. 그들 대부분이 원하는 것은 정규직 일자리다. 그러나 그런 일자리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12억밖에 없다. 그러니까 18억은 양질의 일자리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통계제시와 함께 클리프턴은 다가오는 세계 전쟁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전면전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일자리 전쟁’은 한국에서 더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3월 현재 12.5%로, 체감실업률은 25%로 치솟았다. 두 자녀가 보통이니까 청년실업문제로 속을 썩는 가정은 두 집에 하나 꼴인 셈이다.
‘영혼을 팔아도 일할 기회가 없다’- 인간 존엄마저 거부당한 실업청년들이 내 뱉는 신음이다. 그 신음이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침내 행동에 돌입했다. 결과는 ‘투표 민란’이다. 2030의 반란이 기득권층 중심의 한국의 정치 지평을 뒤 엎은 것이다.
4.13 투표 민란, 그 지진의 심층적 진앙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청년들의 깊은 실망, 그리고 그 자녀의 고통에 아파하는 부모들,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불평등의 고착에 대한 그들의 깊은 분노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그 분노는 여전히 이글거린다.
그러다가 어딘가 틈새를 만났을 때 ‘빅 원’으로 분출되는 것은 아닌지….
테러리즘에, 핵 확산에, 지구 온난화가 일상의 화두가 됐다. 그러니까 비정상이 정상이 된 뉴 노멀(New Normal)시대인 것이다. 거기다가 ‘일자리 전쟁’의 공포가 엄습해오면서 불안정성은 더 가중되고 있다. 이 정황에서 요구되는 것은 비상한 리더십이다.
그 부문에서도 전망은 흐리다. 지도자가, 다시 말해 권위주의 형 대통령이 한국의 리스크다. 그동안 외국 언론이 보여 온 시각이다. 거기에 더해 이제는 한국 정치 자체를 리스크로 보고 있다. 정치인들이 구조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국제기구 이코노미스트들의 하나같은 진단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한국 유학생의 미군입대가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왜 그들은 애써 미군에 자원입대하고 있는 것일까. 왜. 왜. 어딘지 가슴이 먹먹해 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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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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