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사람이 등을 돌린다. 리더에게. 그런 그들은 배신자다. 등을 돌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과반이 넘는다. 그 경우는 리더가 배신자다.
70% 정도가 등을 졌다고 한다. 원조 친박(親朴), 그러니까. 의원시절 정치인 박근혜의 삼성동 집에 모여 처음 친박 서클을 결성했던 사람들의 대다수가 그랬다는 거다. 왜 그들은 떠났나.
“우리를 신하(臣下)로 여긴다.” “내가 머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대 정부 장관들 중에 지금처럼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고 자기정부에 대해 냉소적인 경우를 보지 못했다.” 퍽 오래 전부터 대통령 주변에서 들려온 이야기다.
스스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를 본 받으려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민주사회의 지도자인 것이다. 그런데 16세기 유럽의 절대군주를 ‘역할 모델’로 삼은 것이다.
대통령이기 보다는 스스로를 왕으로 여기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싸고 나오는 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군주적인 지도력을 휘두르려고 한다는 거다. 대통령 권력을 절대화 한다. ‘권력의 물신화’ 모습을 보인다고 할까. 사람들은 그래서 떠났다. 유승민의 경우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을 들먹이면서.
그렇지만 여왕의 주변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깨어도 또 깨어도 깨어지지 않을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 TK(대구-경북)로 불리는 지역에, 골보수로 분류되는 유권 층이다.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에도 30%의 국민은 ‘여왕의 충직한 신민’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을 한자리 하려면 결코 박 대통령의 눈에 나서는 안 된다. 대권을 바라보는 경우는 더 그렇다. TK가 ‘비토’하는 날이면 끝장이니까. 그래서 주변에 쳐진 것은 강고한 인의 장막이다. 친박에, 진박(眞朴)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청와대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치른 게 4.13 총선이다.
선거기간 중 이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은 왕조시대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이다. 대통령 사진을 어진(御眞-왕의 초상화)에 버금가는 존영(尊影)이라고 불렀다. 대통령과 의견을 조금만 달리하면 불충한 자에,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그리고 단행한 것이 학살공천이다. 여왕을 둘러싼 턱없는 충성경쟁을 펼친 것이다.
결과는 그러나 또 다른 ‘거대한 배신’이다. 어제까지이고 충성을 받칠 줄로 알았다. 콘크리트로 불리는 ‘진실 된 신민’들. 그들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뭐라고 할까. 사실상의 탄핵, 정치적 사형선고라고 할까. 그런 참담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만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다. 누가. 박 대통령이 늘 불러마지 않던 국민들이. 국민들의 그 배신감을 한 국내 보수 일간지는 영화의 대사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고.
군주제에서는 왕의 말 한마디면 그만이다. 왕은 무오류(無誤謬)의 존재니까. 법이니, 도덕이니 하는 것 보다 앞선다. 백성들은 그 말에 따르면 그만이다. 감히 따져서는 안 된다. 당 대표라는 사람도 머슴 대하듯 한다. 그러니 국민 정도야…. 왕조시대를 방불케 하는 오만한 권력을 직시하게 됐다. 그리고 그 권력을 둘러싼 아첨 극이 환멸로 다가왔다.
결국 분노가 폭발하면서 콘크리트 지지층도 깨진 것이다. 대통령의 정치 고향 대구에서도 ‘투표 민란’이 발생한 것이다.
국민의 그 엄청난 배신(?)에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얼이 빠진 모습이다. 대통령은 그러면. 역시 여왕다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침묵을 지키며 평상심을 잃지 않고 있어 보여 하는 말이다.
그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도 여전하다. “20대 국회가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짤막한 청와대 논평에서 보듯이 참담한 총선 결과를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반성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총선참패를 내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국민이 배신했다는 식으로.” 야권이 아닌, 보수일각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나오는 전망은 박대통령은 뭔가 국면전환을 위한 한 수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거다.
‘그건 외교적 드라이브가 아닐까’-. 뉴욕타임스의 추측이다. 국내에서 일이 꼬인다. 그럴 때마다 해외순방에 나서 한 건 올렸다. 외교 대통령이란 칭찬을 들은 것이다.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 다른 전망은 사정강화에, 개헌논의다.
그건 그렇고, 4.13 총선은 정치사적 관점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 하나의 변곡점을 이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 같다.
박정희 신드롬에 갇혀 있던 것이 한국의 보수정치권이다.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참패를 했다.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라는 신화가 이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대구의 ‘투표 민란’이 바로 그 증좌로, 배신으로 점철된 4.13 총선, 그 최대 아이러니는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 지우기’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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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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