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이념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하는가”라며 기가 차하는 미국의 대선판. 아무리 유권자들이 성났다 해도 인품과 과거 경력이 ‘인간쓰레기’ 급인 도널드 트럼프가 오른 쪽에서, 늙은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왼쪽에서 상상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는 지금의 대선판은 정상이 아니다. 법망을 뺀질이처럼 빠져나가는, 존경스럽지 않은 영악한 변호사에서 더도 덜도 아닌 힐러리가 그중 나아보이는 기가 막힌 현재…누가 당선되건 미국과 세계가 하나도 나아질 가망이 없는 이 시절에 우리는 그래도 설명을 해가며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가 알아야한다.
거기엔 확실한 경제적 이유가 있다. 문제는 이 기막힌 현상이 단기적이 아니라, 닷컴시절 같은 엄청난 경기호황이 오지 않으면 그 불만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심각한 지경에 와있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현황을 보자. 근세의 침체회복의 미국경제사를 보면 지금 같은 경기회복이란 건 없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건 상관없이 앞으로 몇 년 미국경제는 완만히 나빠지거나 좋아지더라도 미미한 수준으로의 경기개선밖에는 기대할 수 없다.
왜 이런가. 21세기 경제에서 가장 큰 흐름은 인터넷과 중국이다. 폭발적인 텍산업의 성장은 고졸 직원들을 필요로 하던 산업들의 쇠퇴를 가져왔는데, 예전엔 상상으로 얘기하던 컴퓨터가 사람을 대체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애플, 아마존, 구글이 우리의 현실이 되고, 온라인 샤핑몰이 동네가게들과 타운의 비즈니스들을 몰락시켰다. 코스트라도 줄여서 살아남으려면 기업들은 임금 싼 해외로 아웃소싱을 했어야하고 여기에 중국이 등장한 것이다.
싼 외국에서의 상품들이 대량 수입되면서 물가는 내려갔으나 많은 이들의 직장이 사라졌다. 20세기 말에서 2010년까지 650만이나 되는 직장이 없어진 것이다. 텍산업 발전과 변하는 국제무역이 태풍처럼 미국인들의 생활을 위협하는데 새로운 직업훈련과 정책적 조정이 등한시되었다. 행정부 입법부 할 것 없이 워싱턴에 있던 어느 누구건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세정책은 새로 부(Wealth)가 창출되고 갑부가 생기는 곳에 세수를 늘려서 힘든 경제부문에 장래를 위한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할 시기에 공화민주 양당의 정치인들은 예전 프레임에 갇혀 기회를 놓쳐버렸다. 세율을 낮추어야 경제성장의 과일이 못사는 곳으로 흘러간다고 케케묵은 공급(Supply-side)경제학을 떠든 공화당 정치인들이나, 사회약자들에게 들어온 세수로 돈을 풀어야 그들의 소비가 살아 경제가 나아질 거라는 민주당 쪽이나 한심하기로는 똑 같았다.
2010년부터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난 것은 틀림없었으나, 경기회복도 회복 나름이다. 옛 경기회복시기에는 적어도 3% 성장은 되는 게 정상이던 경제가 2%밖에는 크지 않는 것이다. 빈곤율이 올라가고 병약자로 웰페어 신청하는 이들이 900만이나 되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직장에서 쫓겨난 후 구직시장에서 포기하고 사라져 버린 동안에 연방준비은행의 한심한 금융정책은 부유한 1% 자산가들을 위한 증권시장 성장쪽 밖에는 도와준 데가 없다.
2011년 이후 1,300만 가까이 되는 일자리가 생기고 실업률도 5% 아래로 떨어졌다는데 임금인상은 보잘 것 없었다. 불황 전에 3.2%이던 임금인상률이 2%를 겨우 넘어서는 수준이니 유권자들의 삼분의 2가 “나라가 제대로 가고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거기에 머리 나쁜 인기영합형 정치인들이 나서서 “최저임금 올리자”고 하니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사람 줄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나쁜 머리 쓰지 말고 워싱턴은 월스트릿에서 자사주 매입(buyback)과 배당 늘이는데 쓸 이윤을 자본 재투자와 직원 임금인상에 쓰도록 입법을 서둘러야한다.
미국인들은 찌들려 있다. 15년 전과 가계수입이 같다. 나이가 든 고졸 노동자들과 젊은 고졸이하 학력의 미국인들이 특히 어렵다. 이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다. 이민자들도 싫고, 자유무역도 싫은 것이다. 적으나마 내가 가진 걸 잃는데 좋을 이가 있겠는가.
젊은 밀레니엄 세대는 어떤가. 풍요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의 높은 기대에 버릇이 된 이들은 자기가 배운 것을 다 써먹지도 못하고 학자금 융자에 허덕인다. 경제에서 가장 임금인상률이 낮은 그룹으로 베이비붐세대인 부모 집으로 들어가야 살 수 있다. 이들의 소득이 신통치 않고 결혼도 못하고 집도 못 사고 가구도 못사니 경제가 이런 것이다. 말뿐이라도 학자금 융자 감면한다는 버니 샌더스가 좋은 것이다. 이들에게 관심도 갖지 않고 쉽게 쉽게 잘 지내던 미국의 기성정치인들은 이제 끝났다.
<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