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너무 좋아서 사흘 동안 밤잠을 못 주무셨어요.”
올해 100세가 된 고상덕 옹의 딸 고성녀(64) 씨는 “아버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15일 LA 시의회에서는 고상덕옹의 100세 축하행사가 있었다. 그가 사는 다운타운 지역구의 길 세디요 시의원이 그를 초청해 100세 장수 기념패를 증정했다. 할아버지의 2남2녀 중 막내딸인 성녀 씨는 특히 기뻐했다. “아버지가 건강하셔서 100세까지 사시고, 시의회 기념패까지 받으시니 …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 1월 100세 생일을 맞은 고 옹은 보통 상상하는 100살 노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도 하루 한두시간씩 걷기운동을 하고, 팔씨름을 하면 나이 70의 아들이 당하지를 못한다. 젊어서 씨름 선수로 활약할 만큼 타고난 장사인데다 특별한 건강 지킴이가 옆에 있는 덕분이다. 바로 딸, 성녀 씨이다.
매일 아침 각종 야채와 곡물 30여 가지를 갈아 주스를 만드는 것을 비롯해 매 끼니 정갈한 건강식을 준비하고,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도록 ‘잔소리’를하며,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도록 코미디나 가요 프로그램 비디오들을 빌려다 틀어놓고, 출근하고 나면 퇴근까지 서너번씩 전화해 아버지를 챙기는 것이 60대 중반 딸의 일과이다.
이렇게 세세하게 보살피기 위해 그는 지난해 아예 아버지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엄마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혼자 사시면서 건강이 상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 자신 남편과 사별하고 삼남매 모두 독립해 혼자 살던 터였다.
아버지의 건강 체질에 딸의 정성이 합쳐지면서 ‘100세 인생’이 탄생했다.
인간으로서 도달하기 어렵다는 100세 고지를 가뿐하게 넘어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100세가 되면 총리가 축하 편지와 함께 은 술잔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100세를 기념해 축하주 한 잔 하시라”는 의미이다. “사람이 100살을 살다니 … 기적같다”고 감탄하며 1963년에 만들어진 전통이다. 당시 100살 넘은 노인은 153명이었다.
그런데 그 기적 같던 일이 지금은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 4배나 폭증해 현재 100세 넘은 노인은 3만 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은 술잔 값을 감당하지 못해 순은 대신 합금 술잔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집단이 바로 100세 이상 노인들, 말하자면 ‘100세클럽’ 회원들이다. 전 세계에 45만 명정도 된다. 100세 인구 최다 국가는 미국이다. 현재 7만2,000명인데 지금 같은 추세로 늘어나면 오는 2050년 1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의 100세이상 인구는 1만6,000여명 선이다.
‘100세 클럽’ 회원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평균수명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개개인의 수명은 여전히 예측 불가이다. 누구보다 건강한 생활을 한 사람이 60대나 70대에 암이나 알츠하이머에 걸려 죽는가 하면, 건강상식과는 반대되는 생활을 한 사람이 80대 90대까지 잘 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공식적 최장수 인물인 프랑스 여성 잔느 칼망이다. 122세까지 산 그의 삶은 가히 신화적이다.
85살에 펜싱을 배우고, 100살까지 자전거 타기를 즐겼으며, 혼자 밥하고 빨래하며 독립적으로 생활하다가 110살에야 양로원으로 들어갔다. 21살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는 117살까지 근100년을 피웠다. 포도주를 항시 마셨으며, 초컬릿을 좋아해서 매주 2.2파운드씩 먹었다. 건강한 생활습관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의 장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가족 중에 장수한 사람이 여럿이었으니 유전적 요인은 분명 작용했고, 매사에 느긋하던 성격이 한 요인이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100세 클럽’ 회원들이 말하는 장수비결은 제각각이다. 금연, 금주를 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술과 담배를 마음껏 즐긴 것이 비결이라는 사람, 닥터 페퍼를 평생 마신 덕분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들 개별적 버릇들을 한꺼풀 벗기고 보면 공통점이 있다. 각자 방식은 달라도 삶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사는 게 즐거우니 항상 뭔가 흥미로운 일을 찾아 활발하게 움직이고, 사람들과 즐겨 어울린다. 아울러 대개 신앙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걱정과 스트레스로 속 끓이는 일이 없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날 뿐, 그리고 지나간다”는 자세이다.
‘100세 클럽’ 회원이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할 일이 있다. 도전 정신이다. 호기심을 갖고 뭔가를 늘 배우며 뇌를 자극하면 몸은 따라온다. 사는 게 즐거워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삶이 즐겁지 않다면 ‘100세’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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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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