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를 양약으로 삼으라. 세상살이 곤란함 없기를 바라지 말라. 어려움이 없으면 업신 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들어오니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배우는데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쉽게 공부하면 배움이 넘쳐 깊은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신앙생활에 유혹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유혹이 없으면 믿음이 굳건해지지 못한다. 일을 추진할 때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풀리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돼 결국은 실패한다. 그래서 성인은 여러 겹을 겪어 일을 성취하라 말씀 하셨다.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계산을 앞세우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순수함으로 사귀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움직이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 지나니, 내 뜻에 반하는 사람도 가까이 두라. 도움을 베풀면서 보답을 바라지 말라. 보답을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품나니, 덕을 베풀었던 기억을 헌신처럼 버려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적은 이익으로 부자가 되라. 억울함을 당하면 밝히려 하지 말라. 해명하는 과정에서 원한을 품게 되나니, 마음 수련의 기회로 삼으라. 이와 같이 막히는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오히려 막히는 것이다.
오래전 독실한 불교 신자인 친구로부터 받은 족자에 적힌 ‘보왕삼매론’이라는 불교 경전 내 용을 읽기 쉽게 옮겼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계획하는 사업들이 무탈하게 진행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양한 경로의 업무를 여러 사람이 수행하는 기업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사소한 실수부터 회사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는 각종 사고나 억울한 소송 등 경영자는 어떤 결과든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
이런 가운데 문제가 발생하면 끈기 있게 극복하여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 경영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판이한 결과는 기업 경영은 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각오가 돼 있는 사람과 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다. 계획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걸 기대하는 사람은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민감하게 반응하여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만약을 준비하고 있으면 침착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쿠쿠밥솥으로 잘 알려진 쿠쿠전자는 LG에 전기밥솥을 만들어 납품하는 OEM 업체로 출발했지만 몇 년 후 자사 제품에서 화재가 발생해 납품이 끊기고 관계 당국으로부터 생산 정지까지 당했다.
문을 닫아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전기밥솥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으면서 밥맛이 좋은 압력 밥솥을 개발했다. 그러나 초창기 자주 발생한 폭발 사고로 납품처인 LG전자가 이미지 실추를 염려해 밥솥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며 하루아침에 판로를 잃었다. 공장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IMF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욱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지만 대기업들이 철수한 시장에 독자 브랜드 제품을 출시할 전화위복의 기회로 생각했다.
극심한 경영난 속에서도 안전한 제품과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는 연구 개발을 멈추지 않고 매진한 결과 오늘날 밥솥시장 세계 1위의 자랑스러운 기업이 된 것이다. 이는 얘기치 않게 닥쳐온 문제를 해결해야 할 짐이 아니라 성공으로 한 발짝 더 나아 갈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기업 내부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문제들은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함으로 회사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건 문제의식이 없음과 다름없다. 문제의식이란 현재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개선하겠다는 욕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를 너무 두려워하거나 기피하는 경영자는 회사를 크게 성장 시키지 못한다. 경영자가 문제없이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건 수영 선수가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우승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언제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폭풍이 몰아쳐도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가는 담력과 용기를 갖춘 경영자가 진정한 사업가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야 할 머리 아픈 과제로 생각하기 보다는 금고의 비밀 번호를 푸는 것으로 이해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임을 인식하자. 막히는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순조로움을 구하는 것이 오히려 막힌다는 성 인의 말씀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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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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