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aissance Man / 르네상스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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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evalist, philosopher, semiotician,linguist, literary critic, novelist. I'm no Renaissance man. 중세학자, 철학자, 기호학자,언어학자, 문학비평가, 소설가. 저는 르네상스 맨이 아닙니다.
이 정도 이력이면 명함이 여러 장입니다. 쓰고 다니는 모자도 한 두 개가 아닐 터! 모자가 여럿이니 신발도 당연히 여러 켤레. 모자와 신발을 두루 갈아 쓰고 신으며 세상 속'르네상스 맨'으로 그럴 듯한 삶을 누리다 가신분. 올해 84 세라는데, '갑작스런' 타계 소식에세상이 애도하고 있다네요.
"중세를 사랑했던 '현대의 르네상스맨'"이란머릿기사가 떴더군요. 지구촌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아는게 당연하다는 듯한 이름 움베르토 에코. '르네상스 맨'이란 표현이 인문학적 상식에 속하는 시대에 삽니다. 움베르토 에코 정도는 귀에 익숙하고 입에 올릴 수 있어야 인문학에 능한 교양인 신세가 되는 작금(昨今)입니다.
먼 옛날, 신문/방송 등 언론사 취업을 위해 치뤘던 입사시험. 뭐 이런 걸 다 묻지? 아니,이런 걸 굳이 알아야 하나? 이른바 "상식"이란 어이없는 시험을 통과해야 어엿한 직함을 취할 수 있었던 시대. 회고컨데, 영어와 상식과 논술만으로 언론인 자격을 땄을 때, 나도 과연 ‘르네상스 맨’이라 철없이 자처했던가.
Medievalist, philosopher, semiotician,linguist, literary critic, novelist. I'm no Renaissance man. 중세학자, 철학자, 기호학자,언어학자, 문학비평가, 소설가. 저는 르네상스 맨이 아닙니다.
자기 소개가 장난 아닙니다. 트위터 계정에 올린 자화상은 나름대로 꽤 정제된 산물이리라. 몇 차례 이것저것 섞어 상큼한 이력서를 만들다보면 시쳇말로 '굵직한' 소개만 남게 마련. 사소한 이력들은 자동 걸러지고. 그럼에도 남은 모자와 신발 면목을 들여다 보니 진짜 장난 아님?인류 역사 암흑기 중세에 익숙하며, 구름 잡는철학과 각종 기호(記號)를 돋보기로 탐구하는취미에 조예가 있음. 언어학에 능통하며, 남들 애써 지어 놓은 문예를 이런저런 말로 재단하는 비평가. 나름 소설도 쓰며 <장미의 이름>같은 비상한 얘기로 지구촌 출판계와 예능계를 들었다 놨다하는 영향력 있는 작가! 진짜, 모르는 것 빼곤 다 알고 다 할 줄 아는 르네상스 맨?
그런데, 움베르토 에코 스스로 "잠깐!" 하며 각주(脚註)를 답니다. I'm no Renaissance man. 전 만능 교양인 만능 탈렌트가 아닙니다. 세상이 나를 '르네상스 맨'이라 해도 난 결코 르네상스 맨이 아니에요. 중세학자, 철학자, 기호학자, 언어학자, 문학비평가, 소설가. 맞습니다, 맞고요. 그러나, 난 결코 르네상스 맨이 아닙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박식가(博識家)요 르네상스 맨이죠. 맞아요. 하지만, 나 움베르토는 결코 르네상스 맨이 아니랍니다.
Medievalist, philosopher, semiotician,linguist, literary critic, novelist. I'm no Renaissance man. 중세학자, 철학자, 기호학자,언어학자, 문학비평가, 소설가. 저는 르네상스 맨이 아닙니다.
열거된 이력들만 제대로 풀려 해도 꽤 시간이 걸립니다. 중세학자? 도대체 뭘 캐는 분인가? 철학자야 그렇고 그렇다 해도 기호학? 다빈치 코드 푸는 사람? 언어학자? 바벨탑 후 철저히 혼란스럽게 된 인류의 언어를 사람들이 뭘 얼마나 알기에 언어학자? ...... 다만, 갸륵하게 들리는 고백은 그저 마지막 몇 마디. 그런데요, I'm no Renaissance man.
"중세를 사랑했던 '현대의 르네상스 맨"이란헤드라인 아래 간략한 기사 요약이 친절하게뜹니다. "라틴어 등 10여개 언어 정통 / 철학기호학 예술 등 종횡무진 '살아있는 백과사전'으로 불려 /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 대히트 / 대중적 인기 한몸에 받기도 / 소설 '0번' 올해국내 출간." 신문기사라는 게 대략 이 정도의뻥튀기는 기본 아닐런가! 두 세 언어에 능하기도 한 생애로는 턱 없이 부족하거늘, 10여개 언어에 정통(?)하다는 무모한 평가는 실로 가소로울 뿐! 게다가, "Jack of all trades, master of none!" 잡동사니만물박사란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게 없더라? 이런 정황을 익히 아는 ‘르네상스 맨’ 움베르토 에코는 진정 반어법이 아닌 반어법으로 단언합니다. I'm no Renaissance man.
르네상스는 다시 태어 난다는 말입니다.
re(다시) + naissance(태어남) = Renaissance. ‘르네상스 맨’은 중세 암흑기를 견뎌내고 다시태동된 르네상스 시대의 여러 출중한 박식가들을뜻합니다. 그런 박식가들에 비추어, 움베르토는 스스로를 일컬어 일언지하에 선언했습니다.
I'm no Renaissance man!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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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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