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동부와 서부의 해안지역들과 텍사스 등 남부 일부들이 먼저 개척되었다. 극서부지역은 현재의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등의 지역들이 이미 부분적이라도 개척 되었기 때문에 그후의 개척은 더 정확하게는 중부개척이나 중서부개척이라고 말해야 되겠지만, 이 글에서도 새 개척지역을 미국사람들이 흔히 조금 애매하게 쓰는 서부 (the West) 라는 용어를 써서 부르기로 한다.
개척은 백인들 입장에서 보는 견해이고 사실은 그 땅은 오래 전부터 원주민들이 이미 개척해서 살고 있던 땅이었다. 우리는 지난 몇 회의 글에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날강도 당하고 멸족해가는미국원주민들의 슬프고 원통한 역사를 읽어 보았다. 그러면 남의 땅을 강탈한 날강도들은 과연 그 후에 잘 먹고 잘 살았는지 한번 보기로 하자.
벌써 55년이 지난 한국의 군사정변이 1961년 5월 16일에 성공하여 군부가 집권한 후 첫 한해 동안에는 장면총리의 민선정부가 없어졌어야만 했던 당위성을 홍보하느라고 군사정부는 바빴었다. 그 첫해 아직은 언론의 자유가 조금은 살아 있었을 때에 필자는 당시 상당한 신망을 얻고 있던 한 신문사 주필의 시국강연회에 참석 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군사정부 측에 아부하기 위해 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던 그 강연회에서 장면정부의 부패와 난정이애국적인 군사혁명을 자초하였다고 열변을 토하였다.
평소에 그사람 에게 가지고 있던 존경심이 강연을 들으면서 한 조각씩 깨어져 가고 있던 중 장면정부의 여러 가지 실책 중에 자기 정권이 군사정변으로 무너져 가고 있는 것도 몰랐던 것 같은 무능한 정권은 당연히 없어져어야 한다고 열을 올릴 때에 필자의 귀가 번쩍 띄었다. “과연 무능이 제1차적 죄이로구나” 하고 거의 동감을 했었다. 그
무능을 유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전지전능의 권력을 장악한 중앙정보부 같은 기관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것은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로. “무능한 정권은 군사정변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공식이었다.
자연세계에는 약육강식이라는 철칙이 오래 전부터 진리로 여겨지고 있다. 이 자연법칙이 인간사회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세계 도처에 많이 있는 것 같다. 요즘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공천 토론회를 듣고 있자면 공화당은 약육강식만이 미국이 국제정치에서 써야하는 유일한 진리인 것처럼 모든 후보들이 입을 모으고 있어서 듣고 있자면 온몸에 닭살이 돋기도 한다. 이 진리가 미국의 건국과 개척 때에도 적용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제 땅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한 부족이나 국가들은 그 무능죄 때문에 나라가 망해도 슬퍼하거나 원통해 할 자격이 없다” 라는 논리가 있을 수 있고, 오늘날 미국사람들 대부분은 이 원칙이 미국원주민에게도 적용되었던 것이라고 별 죄책감 없이 생각하고 있는 듯싶다. 이런 논리에 의하면 흑인인종차별은 죄악이지만 미국원주민 학대는 당연한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필자의 논조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어떤 사람이 필자에게 “그럼 당신 마음대로 미국역사를 다시 써보시오” 라고 다소 냉소적으로 요구한다면, 아마 필자는 며칠 금식하고 하나님에게 물어본 후에도 “그씨, 그것이 말씸이여, 역사를 고쳐서 새로 써본다는 것이 쉽지가 않구먼!” 하면서 뒷머리만 긁고 있을런 지도 모르겠다. “백인들의 미국개척은 처음부터 완전히 천륜을 배반한 것이었다”라고만 쓸 수도 없는 까닭이다.
원시상태의 북미대륙으로 건너와서 개척하고 개발해온 사람들의 희생과 피눈물나는 노력이 없었더라면, 가끔 ‘지상의 낙원’ 이라고도 불리는 오늘날의 미국이 있을 수 없었음을 알게 된다. 대부분 미국사람들의 선조들은 인구팽창과 자원의 고갈로 본국에서는 그야 말로 굶어죽게 되어있던 사람들이었다. 본국에서 배불리 먹던 사람들이 지구의 절반을 돌아 무슨 야수들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원시지역으로 자진해서 올리는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뼈대는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찾아서 온 사람들로 구성 되었지만 생존을 유지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미대륙에 건너온 사람들의 결사적인 피땀이 없었더라면, 미대륙은 아직도 농사도 지을 줄도 모르고 버팔로를 쫓아다니는 사람들만 살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이 광활한 서부는 일획천금을 노리던 금은광산 투자자들과 광부들, 인구의 증가와 함께 수요가 급증해진 소고기의 조달을 위한 축우업 투자자들과 카우보이 들, 그 뒤를 따라 항구적인 정착을 시작한 농사꾼들의 손으로 때로는 급격히, 때로는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개발되어 왔다. 이들의 발자취를 간략하게 따라가 보고자 한다.
■노다지꾼들
미국원주민들과 백인들의 관계를 복잡하고도 어렵게 만든 사람들이 금과 은의 채광에 투자한 광산업자들과 광부들이었다. 미국의 골드러시 는 1849년에도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있었지만, 본격적으로는 1858년부터 1880년 사이에 서부의 여러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들 노다지꾼들 행적의 공통점은 미국영토이던지 원주민영토이던지에 상관없이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문만 퍼지면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경쟁적으로 먼저 가서 땅의 소유주가 누구인가를 알아보지도 않고 우선 말뚝부터 박아놓는 것이었다.
그 후에 발생할 문제들이 엄청날 것임은 뻔한 일이었다. 그곳이 원주민부족 소유의 땅이라면 더욱 좋았다. 원주민들을 밀어내어 버리면 되는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미국정부의 협조도 자주 받았다. 만약 원주민들이 무력으로 저항이라도 한다면 그들을 토벌해버릴 정당한 구실도 생겼던 것이다.
미국에 이민은 왔지만 제대로 밥벌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노다지꾼들에는 독신 새 이민자들이 많았다. 금 발견이 헛소문인 경우도 많았고, 금발견이 사실이었더라도 대부분의 노다지꾼들은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 었다.
금이 발견되면 그 근처에 곧 Boom Town 이 형성되고 호텔, 가게, 식당, 술집, 도박장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돈을 땅에서 파낸 금으로 벌기보다는 피땀 흘리는 광부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버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진짜로 큰돈을 번 사람들은 광산에 큰돈을 투자한 광업주들이었고, 광부들은 큰돈을 벌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나마 대부분의 경우 몇 년이 지나 그 매장량이 바닥이 나서 광부들이 떠나고나면 boom town 은 ghost town 이 되었고 광부들이 농부 등으로 정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때에 생겨난 타운들은 광부들의 절박한 심리상태를 반영이라도 하듯이Tomb Stone, Deadwood, Last Chance Gulch (사금을 걸러낼 수 있는 급류가 흐르는 협곡) 등, 듣기에 끔찍한 지명들을 가졌다. 후일 주로 승격하였으나 이 시절 영토로 광부들에 의하여 시작된 곳들이 콜로라도 (1861), 애리조나 (1863), 아이다호 (1863), 몬태나 (1864), 와이오밍 (1868) 등이었다.
노다지꾼들의 희비극들이 많았다. 그들 중 성공한 몇 사람의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1858년에 지금의 덴버인 Pikes Peak에서 금발견 소문이 났다. 금이 사실상 채광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William Larimore 는 지금의 덴버가 된 넓은 지역을 2,500달러에 샀다. 그는 금을 캐지않고 그 땅에 도로를 내고 상가와 주택이 들어설 도시를 건설하기시작하였다. 1859년에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I am the Denver City” 라고 자랑을 했다는 그는 그후에 매 블럭을 2,500달러보다도 훨씬 더 높은 가격에 팔아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캐나다 출신으로 이것 저것 손대는 것마다 실패를 해왔으나 입씸은 좋았던 허풍선이 Henry Comstock 라는 사람은, 먼저 왔다가 병사한 사촌형 때문에 네바다 주의 버지니아 시티에 왔다가 그무렵 그 지역에서 창궐하던 노다지병에 전염되어 금을 찾으려 뛰어다녔었다. 후일 Comstock Lode 라고 불리게 되는 금맥을 발견하였는데, 얼른 말뚝을 박아놓고 사방에 자기가 엄청난 매장량이 있는 은맥을 발견하였다고 호언장담하고 돌아다녔다.
은맥을 사실상 발견하기는 하였으나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그 은을 캐자면 얼마나 많은 투자가 필요한 지도 몰랐던 Comstock 는 봉이김선달이 대동강 팔아 먹었던 것처럼, 그 은맥을 당시의 돈으로 엄청난 액수이었던 1만1,000달러에 팔아 먹었다. 그는 사실은 수 백만 달러 어치의 은매장량이 있던 것을 몰랐었다. 신이 나게 횡재한 돈을 다 탕진한 Comstock 는 결국 몇 년 후에 권총자살을 하는 불운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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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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