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정말 떠나셨나요
하얗게 배꽃이 담장을 뒤덮은날 그대는 정말 떠나셨나요
생각해보면 그대는 한 세상을 잘 사신분입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존경합니다 그대를 잊지 않겠읍니다.
우리 모두 가슴 가슴에 그대 모습 새겨놓고,
다시 만날 그때까지 평안히 계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이 시는 고 이현덕님의 추모 예배식날 내가 낭독한 시의 몇구절이다.
지난 2월11일 저녁에 라스모어 이벤트 센터에서 이현덕님을 떠나 보내는 추모 예배가 있었다.수백명의 참석자들이 그의 마지막 예배를 위해 뫃여 들었고 그야말로 성황리에 천국환송 예배를드렸다.사람들은 한 인간의 마지막 관 뚜껑을 덮는날, 그 사람의 가치를 알게 된다고 한다.그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아!정말 아름다운 추모식이었어!라고 한마딕씩 했다.아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 세상을 잘 살고 간 사람에 대한 한가닥 부러움들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들은 누구나 잘 살기를 원하는만큼 잘 죽기를 원한다.더구나 그날 그곳에 뫃였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칠십대,팔십대였던만큼 생각들도 비슷했을 것이다.그는 지병이 있었지만 췌장암에도 살아나 구년이나 버텼고,돌아 가실때는 병원 응급실에 끌려가 이삼일후 가족들이 모두 뫃인 가운데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그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고 복 많게 가신 것이다.
열일곱살 동안의 나이에 자원 입대하여 육이오 전쟁의 피나는 전쟁터를 누비고 살아 남아,나이 겨우 스므살에 대위가 되어 미국에 세번이나 유학을 왔고,이화여대 교육과 출신인 부인 이종희를 만나 결혼을 하고, 미국 이민을 와서는 사진관을 경영하면서 많은 한인들에게 기쁨과 좋은 추억을 남겨주셨다.아마 그분을 통해 금문교를 배경으로 가족 사진이나 친지들의 사진을 한장도 찍지 않은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늙어서는 한인 노인회에 열심히 출석하셔서 빙고 게임이며 여러가지 일로 봉사를 하셨고,늘 노인회에서 나오는 과일이나 음식들을 가지고 오셔서 우리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셔서 나도 그 덕을 제일 많이 본 사람중의 하나다.
나는 그날 남겨둔 자식들이야말로 우리 삶의 가장 큰 상이요 트로피라고 생각했다.우리들은 먼저 떠나지만,자식들이 면면히 그 뿌리를 지키기 때문이다. 부모를 보면 그 자식들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큰 아들은 웨스트 포인트 출신으로 현 미 육군 대령이며 막내 아들은 잘 나가는 공인 회계사,미인인 딸은 유능한 의사의 아내로 슬하에 스탠포드를 다니는 아들과 또 의사 공부를 하고 있는 딸등,삼남매를 잘 키우고 있다.큰 아들은 늦은 나이까지 혼자 지내다가 작년 여름에 훌륭한 배필을 만나 우리 친구들간에 큰 화제꺼리가 되기도했다.
자식들이 차례 차례로 나와 아버지를 추모했으며,큰 아들은 마지막 인사로 군복을 입은채 거수 경례를 했으며 심지어는 손자 손녀들,일곱살짜리 손녀딸이 울면서 자신이 쓴 편지를 읽을때 우리들 가슴을 모두 울먹울먹하게 만들었다.그분이 받은 그 사랑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분 자신이 먼저 많은 사랑을 베풀었기 때문일 것이다.가족뿐이 아니라 그날 추모식에 참석한 많은 친구와 친지들,교우들이 그분의 마지막을 아쉬어 하며 그 순간을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장례식은 화려한 것이 초라하고 쓸쓸한 장례식보다 백번 좋다.달랑 가족들만 뫃인 장례식은 너무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더구나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속에서 담임 목사님이신 김용배 목사님의 인도로 천국 환송 예배를 드렸으니 얼마나 복이 많은 분인가.다음날 하관식에서는 동료이던 십여명의 한국전 베테랑들이 오셔서 대형 태극기로 관 전체를 덮기도 했다.태극기로 관을 덮는 것은 오직 나라를 위하여 큰 일을 한 애국자만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지 않을수 없었다.
2월달에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이런날을 보기는 어려운데 날씨마저 화창한 아름다운 날이었다.나는 돌아오는 차속에서 고 이현덕님은 한 세상 잘 사셨고,참 아름다운 이별을 하시고 천국으로 떠나셨구나를 생각하면서 새삼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이제 남은 자들이 어떻게 이 세상을 정리하고 어떤 이별을 준비하고 떠나야할지 이것이 큰 숙제가 아닐까를 생각해 본다.이왕이면 우리 모두 지금부터 그날을 위해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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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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