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Cana Wine / 가나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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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whatever he tells you.
뭐든 그분 말씀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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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마셔 볼 와인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가나 와인"입니다. 지금 당장 수소문해서 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꼭 찾아가서 마셔야 할 와인입니다. 갈릴리 지역 그곳에서 "가나 와인"을 시음하는 자화상을 봅니다. 말갛게 붉은 "가나 와인"에 홍조를 띤 불그스레한 모습.
"셋째 날 갈릴리 가나에 혼인이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인에 청함을 받았더니, 포도주가 모자란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희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시니, 예수께서 가라사대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 하시거늘, 그분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시니라.” [요한복음 2:1-5]마태/마가/누가복음엔 없는 얘기가 오직 요한복음에만 실려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일찌감치 등장합니다.
꽤 엄숙하고 거창하게 시작하는 요한복음.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In the beginning was the Word, and the Word was with God, and the Word was God." 그러다가, 2장에 이르면 곧바로 혼인잔치가 벌어지고 곧이어 ‘신(神)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Do whatever he tells you.
뭐든 그분 말씀대로 하라.
한참 흥(興)이 오르는 잔치 마당에 포도주가 떨어집니다. 잔치에 술이 없다니! 예나 제나 잔칫집에 술 떨어지는 것처럼 허망한 일이 있을까요? 여기저기 부산스레 시끄럽긴 해도 미상불 잔치 흥은 술로 더부는 법! 시들시들 술깨듯 흥이 가시는 가나의 혼인잔치. 마침내, 주빈 예수님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시니, 결국 마지못해(?) 손수 술 담그시는 '양조(釀造)의 기적'을 선사하는 예수님!"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 "Woman, what have I to do with thee? mine hour is not yet come." 짐짓 그렇게 대꾸하시던 예수님. 그러나, 이내 마음을 돌려 넌지시 물 항아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시는 예수님. 아직 '때'가 아니라 하시지만, 그래도 "뭐든 그분 말씀대로 하라!"는 성모님의 분부를 못내 감당하시는 효자(?) 예수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유대인들의 정결하게 하는 관례에 따라 각각 물 두세 통 담는 돌 항아리 여섯 개가 놓여 있더라.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물 항아리들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그들이 아귀까지 그것들을 채우니, 그분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이제는 떠서 잔치를 맡은 자에게 가져다주라' 하시매 그것을 가져다 주었더니,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잔치를 맡은 자가 신랑을 불러말하되,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었도다' 하니라. 예수께서 이 처음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요한복음 2:6-11]
Do whatever he tells you.
뭐든 그분 말씀대로 하라.
예수님의 '신성(神性)'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도 요한의 필치는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많이 배워 박식한 사도 바울의 필치가 꽤나 만연체인 반면, 가방끈은 짧아도 진리를 꿰뚫어 깔끔하게 아는 사도 요한의 문장은 간단명료합니다. 쉽지만 심오합니다. 읽긴 쉬우나 깨달아 소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말씀이 바로 <요한복음>입니다.
오래 전 어느 날, <요한>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던 사진이 거실에 놓여있습니다. 볼 때마다 내가 아닌 듯한 모습이려니와, 그래도 이름 <요한(John)>은 늘 친숙하게 내 영어이름으로 보듬고 삽니다. 굳이 속내를 밝히자면, 90세 넘도록 말년을 보내며 성경의 결론 <계시록>을 선사했던 사도 요한. 십자가 위에서 하달된 예수님의 명에 따라 성모님을 직접 모시고 살았던 사도 요한의 품성을 은근히 사모하는 까닭?복음서에 기록된 표적들 외에도 너무나도 많은 기적들을 손수 목격했던 사도요한.
'사랑받는 제자[the beloved disciple]'로 예수님을 가까이에서 보고/듣고/만졌던요한이 예수님의 첫번째 기적으로 기록한 "가나의 혼인잔치." 성모 마리아의 입술로 새겨진 말씀, “Do whatever he tells you.” 뭐든 그분 말씀대로 하라는 다부진 계명이 묻어나는 "가나 와인." 언젠가 거기서 짙게 음미할 흥분을 그저 수수한 동네 포도주 두어 잔으로 대신하는 정월 대보름밤입니다.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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