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경기에서 타자가 1루에 진출하면 득점기회가 크게 높아진다. 그래서 공격하는 측에서는 1루에 진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수비 측에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된다.
3번의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에서 3-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다고 여겨지던 북한이 예리한 선구안으로 4-볼을 골라 1루에 진출했다고 깜짝 선언을 한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4번째 핵실험이다. 북한식 주체 야구는 이렇게 하는가 보다.
20년이 넘게 지속되어온 6자회담, 북핵 저지 노력은 새해 정초 북한의 수소탄 실험 성공 주장에 사실상 종말을 고한 셈이다. 믿고 의지했던 미국과 중국은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전가하기 바쁘고 한국은 결과적으로 북핵 도우미 노릇만 해온 셈이 되어 버렸다. 북한의 이중장부만 열심히 들여다보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힘들 정도로 키워준 셈이다.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의심해서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을 제거했던 미국이, 그 반대인 북한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의 확실한 물증과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럴 리가 없다고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 한다. 미국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뻥” 폭탄 보유국일 뿐이다.
북한에 대해 실질적인 압력을 기대했던 중국은 막상 일이 벌어지니 애매모호한 태도로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 북한을 제외한 회담 당사국들은 서로 누군가 총대를 메고 난제를 풀어 주기만 기다린 셈이다. 북핵에 가장 영향을 받을 당사국인 한국이 큰 역할을 해주길 은근히 기대했음직도 하나, 북핵이 문제가 된 이후 남한의 역대 지도자들 중에 그럴 능력을 가진 분이 없었던 것이 아쉬울 뿐이다.
최근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한 이란과 달리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란은 정권 교체가 가능한 국가라서 그게 가능했지만, 북한은 핵을 체제 수호의 보루로 여기기 때문에 북핵 제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북핵을 인정하자니 동북아 군비 경쟁과 핵 도미노 현상은 물론 세계 여타 국가에로의 핵확산을 막을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북한이 주장하는 핵과 경제 병진노선은 국제사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핵을 보유하는 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면할 길이 없고, 그렇게 되면 경제가 더 망가지게 되어 내부로 부터의 불만은 체제 불안요인이 될 것이 뻔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택하는 것도 북한 체제엔 독이 된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어, 북핵이 생각과 반대로 체제 붕괴의 시초가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북핵에 대한 무 대응, 무시 전략을 주장하는 측의 희망사항인 것이다. 북한이 제풀에 두손 들고 포기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미지수 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내부사정이 어려워지면, 그 해소 방안의 하나로 남한을 건드릴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수순이다. 따라서 북핵을 제거해야하는 책무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했어야만 했는데, 이제까지는 먼 산의 불구경 하듯 한 감이 든다. 일이 터질 때마다, 잠시 눈길을 주다가 다시 본업인 “이전투구 업”으로 돌아가길 반복한 것이 한국의 소위 정치 지도자들이 해온 행태이다.
정치가 국민을 선도하고 안심시켜야 할 판에, 거꾸로 가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이는 남한 내부의 북핵이나 마찬가지이다. 정치가 4류로 평가 받는 한, 혼란과 무질서, 비효율은 계속 될 것이다. 다가오는 선거를 통하여 정치판의 정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민’으로 불릴 것인지 ‘국민’으로 불릴 건지 선택의 기로에 있는 중요한 때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새해 벽두에 김정은 북한은 기습적으로 1루에 진출했다. 2, 3루를 거처 홈 플레이트를 밟고 점수를 올릴 수 있을 지,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불가한 미래가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을 태그 아웃시켜야 한국이 살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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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환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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