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What is Truth? / 진리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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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e way, and the truth, and the life.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간혹 이 세상 사람이 아닌듯 보이던 그가 세상을 떠났군요. 기이한 모습과 음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데이빗 보위(David Bowie). 1982년 미국 유학왔을 무렵, 막 시작된 MTV 시대를 살며 접한 그의 그로테스크[grotesque]한 면모. 구약성경 창세기 6장에 나오는 '하나님의 아들들'[the sons of God]을 연상케 하는 묘한 에토스[ethos, 기풍]. 왠지 수수께끼같은 그분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 1988년 작품이니 어느새 고전(古典) 반열에 드는 클래식 영화로 남았군요. 이제 곧 십자가에 달리게 되는 예수 그리스도와 독대하는 로마 총독 빌라도가 바로 David Bowie! 왠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제법 길게 예수님과 대화하던 데이빗 보위. 2016년 정초 그분의 사망 소식에 바로 떠오른 이미지는 바로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서 본 빌라도의 모습. 그리고, 귓가에 쟁쟁히 울리던 말씀.
영화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와 빌라도의 대면에서 늘 인상깊게 남아있는 대목은 바로 빌라도의 그 건방진 질문입니다.
“진리가 무엇이냐?” Pilate said unto him, "What is truth?" [요한복음18:38]
I am the way, and the truth, and the life.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글로 읽으면 "진리가 무엇이니이까?" 라고도 들리지만, 사실 빌라도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잔뜩 경멸하는 쪼(調)가 가득한 물음입니다. "진리가 도대체 뭐냐?" 또는, "진리가 도대체 뭐길래?" 하는 반 힐난/반 냉소조의 질문입니다. 그러길래, 그렇게 묻곤 곧 나가버립니다. 애당초 답을 기대한 물음이 아니었던 거죠. "그가 이 말을 하고 다시 유대인들에게로 나가" After he had said this, he went out to the Jews again, ......
묻긴 했으되 답은 들을 필요가 없었든 게 바로 "What is truth?" 라는 질문! 21세기를 사는 인류가 여즉 서로 묻는 질문이 바로 "What is truth?"가 아닌가요? 사람을 자유롭게 하리라는 그 진리!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갈구하는 그 진리. 그 진리를 예수님께 물었던 빌라도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말았던 것! 구세주 그리스도와 독대해 일대일 과외교습의 기회를 놓친 빌라도! 어차피 돼지 목에 진주?
"너희가 진리를 알리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Ye shall know the truth, and the truth shall make you free. 바로, 그 진리를 문득 접할 뻔했던 빌라도. 오호 애재(嗚呼哀哉)라! 영화 또한 애석하게도 성경의 이 장면이 빠져 있습니다. 제법 길게 대화를 나누는 빌라도 역의 데이빗 보위. 그럴싸하게 대화를 나누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대목은 빠져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들의 한계가 바로 이런 구석이죠.
I am the way, and the truth, and the life.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영화엔 나오지 않더라도, 이미 선명하게 각인된 질문이 들리지 않을 턱이 있을까요? 데이빗 보위가 제 입으로 묻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내 선명한 질문. 바로 이 질문 "What is truth?" 진리가 뭐길래! 도대체 진리가 뭐란 말인가? 진리란 게 따로 있긴 하단 말인가? 진리가 뭐길래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는 말인고? 냉소하든 경멸하든, 아님 진솔하든 경건하든, 어찌 묻든 질문은 질문 그대로 거룩하게 남습니다.
기인(奇人) 데이빗 보위가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에 바로 내 안에서 살아 꿈틀댄 그 질문. "What is truth?" 진리가 무엇이뇨? 과연 답은 무엇이뇨? 빌라도에게 답하신 건 아니지만, 이미 오래 전 제자 도마에게 친절히 푸신 적이 있죠. “I AM the Truth!” 내가 곧 진리니라! 진리는 '무엇'이 아니고 '누구'라는 겁니다. 진리는 무엇에 관한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어떤 '분'이라는 해답(解答)인 겁니다.
데이빗 보위의 야릇한 눈매를 한 빌라도 총독의 가증스러운 질문, "진리가 뭐길래?" 답은 의외로 쉽고 단순합니다. 모든 진리가 간명(簡明)하듯, 예수님의 진리 또한 그저 한마디로 똑 떨어집니다. "I AM the Truth!" 세상 떠난 데이빗 보위, 그분 가시는 길에 이 ‘한 말씀’이 함께 하길 빌어 봅니다. What is truth? I AM the Truth!
Shalom!
<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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