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퍼터 분질러버린 웹 심슨, 가장 화끈하게 대처
▶ 쿠차는 샤프트를 팔뚝에 고정시키는 방식 고안해
2013년 매스터스에서 롱퍼터를 사용해 정상에 올랐던 애덤 스캇은 이후 롱퍼터를 포기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올해부터 PGA투어에서 롱퍼터 사용이 금지됐다. 사실 롱퍼터 사용 금지는 2013년 연말에 확정됐다. 2년 동안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1월1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롱퍼터 금지 규정이 시행된 뒤 열린 첫 PGA투어대회는 지난 주에 열린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였다. 하지만 이 대회는 지난해 투어대회 우승자만 출전자격이 있는 대회라 출전 선수가 31명뿐이었다. 출전 선수 가운데 롱퍼터 애용자도 없었다. 하지만 14일부터 시작된 소니오픈은 이른바 ‘풀 필드’ 대회다. 따라서 이 대회에는 과거 롱퍼터를 사용했다가 규정 변경 때문에 롱퍼터를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 여럿 출전한다. 사실상 롱퍼터 금지 규정이 적용되는 첫 대회라고 할 수 있다
8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롱퍼터는 최근 10년 사이에 전성기를 구가했다. 롱퍼터가 주목받은 계기는 2011년 키건 브래들리의 PGA챔피언십 우승이다. 브래들리는 롱퍼터를 사용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첫 번째 선수다.
하지만 이어 이듬해인 2012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서 웹 심슨(미국)과 어니 엘스(남아공)가 롱퍼터를 들고 나와 우승한 데 이어 2013년 매스터스에서 롱퍼터를 앞세운 애덤 스캇(호주)이 정상에 오르자 롱퍼터는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양팔을 자유롭게 휘두르는 동작을 ‘스윙’으로 보는 전통주의자들 눈에 샤프트나 그립을 신체 일부에 고정시킨 채 스트로크를 하는 롱퍼터는 ‘반칙’으로 보였고 결국 많은 논란 끝에 롱퍼터는 퇴출당하는 운명을 맞았다.
롱퍼터를 쓰던 선수들이 규정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심슨의 경우는 일찌감치 롱퍼터에 대한 미련을 접은 경우다. 2014년 말부터 일반 퍼터로 돌아선 심프슨은 롱퍼터를 쓰고 싶다는 유혹을 방지하려고 쓰던 롱퍼터를 아예 분질러버렸다.
분질러버린 롱퍼터는 US오픈 우승 트로피와 함께 진열장 속에 넣어 놨다. 단번에 롱퍼터와 작별을 고한 셈이다. 심슨은 “1년만 더 쓰자는 유혹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더라”면서 “아내가 보는 앞에서 퍼터를 무릎에 대고 분질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구나 심슨처럼 ‘금단 증세’를 단숨에 극복하지는 못한다. 브래들리는 2014년 시즌 중반에 들어서서야 애지중지하던 롱퍼터를 내려놨다. 하지만 전통적인 짧은 퍼터가 아니라 길이 41인치짜리 퍼터를 대용품으로 결정했다. 그가 쓰던 롱퍼터는 46.5인치짜리였다. 대신 배꼽에 퍼터 그립 끝을 댄 채 스트로크를 하던 퍼팅 방식은 버렸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한동안 벨리 퍼터를 다시 쓰다가 지난해 가을이 되어서야 롱퍼터와 영영 작별할 수 있었다. 그는 “짧은 퍼터를 처음 쥐니 너무 가볍고 짧은 느낌이라 생소했다”면서 “그래도 지금은 다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스캇도 퍼터를 바꾸는데 꽤 애를 먹었다. 2014년에도 롱퍼터를 고집했던 그는 2015년 첫 대회 캐딜락챔피언십 때 짧은 퍼터를 잡았다. 하지만 그해 매스터스 땐 다시 롱퍼터를 들고 나왔고 한동안 롱퍼터를 사용하다 다시 쇼트퍼터로 돌아간 건 지난해 10월 프레지던츠컵 때부터다.
아무래도 적응 기간이 부족했을 법하지만 스캇은 “이젠 짧은 퍼터로도 퍼팅을 잘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나마 6개월 전부터 짧은 퍼터로 갈아탄 브래들리나 스캇과 달리 지난해 연말까지도 롱퍼터를 놓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데이빗 헌(캐나다)은 지난달 15일 RSM 클래식이 끝나고서야 롱퍼트를 내려놨다. RSM 클래식은 PGA투어에서 롱퍼터를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였다. 소니오픈에 출전하는 헌은 “나는 2005년 투어 데뷔 때는 일반 퍼터를 썼다”면서 “그래도 어떨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팀 클라크(남아공)와 칼 페테르손(스웨덴)도 지난해 연말까지 고집스럽게 롱퍼터를 사용했다. 헌, 클라크, 페테르센에게는 소니오픈이 롱퍼터를 쓰지 않는 첫 대회이다. 이들 롱퍼터 애용 선수들이 일반 퍼터로 전환하는 건 쉽지는 않다. 20년 동안 롱퍼터를 써온 클라크는 짧은 퍼터가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고 울상이다.
규정의 틈새를 찾아 생존을 모색하는 선수들이 많다. 바뀐 규정은 퍼터의 길이를 제한하는 건 아니다. 앵커링, 즉 퍼터 샤프트를 신체에 고정한 채 스트로크를 하는 행위가 금지된 것이다. 롱퍼터를 쓸 때는 대부분 샤프트 끝을 턱이나 가슴, 배 등 신체에 고정하는 앵커링을 한다. 바뀐 규정에서 길이가 긴 롱퍼터를 쓰더라도 샤프트를 몸에 대지 않으면 된다.
소니오픈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중 하나로 꼽히는 맷 쿠차는 롱퍼터를 계속 사용하되 앵커링을 않는 방식으로 새 규정에 대처하고 있다. 배꼽 부분에 샤프트를 대고 퍼팅하던 쿠차는 퍼터 길이는 줄이지 않고 샤프트를 팔뚝에 고정하고 스트로크하는 방식으로 바꿔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샤프트를 팔뚝에 대는 것은 앵커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퍼팅 스트로크로 2014년 RBC 헤리티지에서 우승했다. 쿠차는 “왼팔뚝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으로 퍼팅을 하는데 아주 효과가 좋다”고 밝혔다.
그립 끝을 가슴에 댄 채 퍼팅하던 페테르손도 “그립을 팔뚝에다 고정하고 스트로크를 하는 방식으로 바꾸거나 집게 그립을 하면 된다”면서 “큰 걱정은 않는다”고 태평이다.
용품 업체도 롱퍼터에서 일반 퍼터로 돌아선 선수들을 위한 퍼터 개발이 나섰다. 앵커링을 금지하기로 결정난 뒤 3년 동안 일반 퍼터면서도 기존 퍼터보다 샤프트가 다소 긴 제품을 앞다퉈 내놨고 롱퍼터의 무게감이 익숙한 선수들을 배려해 헤드나 그립 부분에 무게를 더한 퍼터도 만들어냈다.
이런 새로운 제품은 워낙 일관성이 뛰어나고 방향성이 좋아 일반 퍼터를 쓰던 버바 왓슨이나 더스틴 잔슨도 쓰기도 했다.
롱퍼터 전면 금지라는 새로운 규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소니오픈에서 롱퍼터를 쓰던 선수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밋거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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