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라는 말의 의미는 즐거움을 나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난 시대에 신격호가 자신의 회사 이름을 외국어인 ‘롯데’로 작명한 것만 해도 비범하다.
롯데는 사랑과 열정의 소설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샬롯데에서 따온 것이다. 고달픈 젊은 유학생 신격호의 가슴에 이 소설은 꿈과 희망이란 씨앗을 심어주었던 것 같다.
베르테르의 정열적인 사랑은 모두의 환상이고 희망이고 젊음을 설레게 만든다. 생명을 잉태하는 싱싱한 사랑, 영혼을 사로잡는 사랑이야 말로 세상을 멋지게, 삶을 활기차게 바꿀 수 있는 위대한 힘이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롯데를 오늘의 대기업으로 키운 힘 역시 신격호의 일에 대한 사랑과 집념이었을 것이다. 사랑이 생명을 품듯이 사업에 온 정열을 불태우면 돈더미가 재처럼 쌓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돈이라는 게 잘 쓰면 약이요 못쓰면 독이 되듯이, 재도 잘 쓰면 거름이되지만 잘못 뒤집어쓰면 사람 꼴이 말이 아니다. 불꽃처럼 일군 아버지의 재산을 놓고 ‘금수저자식들’이 벌이는 싸움을 보는 ‘흙수저 관전자’는 베르테르의 행복으로 위안을 삼는다.
금수저 논란이 뜨거운 이 시대에 많은 부모들은 ‘흙수저 자식’으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엄청나게 ‘노오력’을 해도 변변한 도움을 줄 수도 없는 부모는 그저 자식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것은 이민생활이라는 것이 ‘금수저’와 ‘흙수저’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거의 모두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물설고 낯선 땅에 건너와 자식 하나 잘되라고 죽기 살기로 일하는 모습들이 비슷하다. 모두가 이민생활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부모들의 고생 스토리를 담은 영화 ‘국제시장’이 흥행 대박을 쳤다. 신격호 회장이 한참 한국에서 껌으로, 라면으로 한국에서의 상권을 넓히던 시절이다.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무릅쓰고 사는 모습에서 부모 세대의 고생보따리를 본다. 우리 아버지, 우리 엄마들은 그렇게 매섭고 힘든 세상을 살았다. 어느새 나 자신이 아버지가 돼 뒤돌아보니그 고생과 마음이 이해된다.
인생은 돈처럼 돌고 돈다. 박인환은 그의 시 ‘목마와 숙녀’에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지나간 숙녀의 이야기를 나눈다고 읊는다.
우리 인생에도 귀중한 샬롯데가있고 버지니아 울프가 있다는 것이다.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에게는 꿈속에서 만나는 아버지가 있었다. 삶은 이런 그리움과 추억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한 순간한 순간 삶의 모든 과정은 너무나 귀하고 소중하다.
아버지의 꿈과 노고 위에 세워진 재벌가에서 ‘왕자의 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선 초기 왕자의 난을 기억해 보라. 권력과 이해타산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다. 밥상 위에 금수저를 올려놓은 자식들 간의 싸움은 볼썽사납다. 세인들의 볼거리는 될지 몰라도 결코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다.
회전목마는 착한 말이다. 빙빙돈다. 그런데 고요하다. 뒷발질도하지 않는다. 목마가 돌때마다 나오는 밝고 명쾌한 음악이 분위기를 돋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닮아 있다. 결코 앞서려 욕심 내지 않고 순리에 따라 조용히 돌고 도는 모습과 과묵함이 더욱 더 그렇다.
롯데, 사랑스럽고 즐거운 의미란다. 하지만 기업 롯데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리는 흙수저를 들고 국제시장 덕수처럼 맨땅에 헤딩하며 피땀 흘려 여기까지 왔다. 금도끼 들고 싸우며 먹는 진수성찬보다 화목한 빵 한 조각에물 한 모금 마시는 것이 훨씬 행복한 일임을 되새겨 본다. 목마는오늘도 행복하게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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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용 공인회계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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