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해야 하나.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플루토늄, 우라늄에 이어 이번에는 수소폭탄을 실험했다고 주장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다. 중국 발로 시작된 증시 폭락은 전 세계적인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신년 벽두를 장식한 메가톤급 뉴스다. 그 뉴스마저 수소폭탄 소리에 잠잠해졌다. 북한의 소년 독재자는 하루아침 뉴스의 인물로 떠오른 것이다.
유엔안전보장 이사회가 황급히 소집되고 온갖 제재방안이 제시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 3국의 기관, 기업까지 제재할 것이다. 미국에서 나오는 소리다. 일본의 분위기도 격앙돼있다.
무대는 똑 같다. 주역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20년 전부터 보아 온 움직임이다. 이를 두고 데자뷔(기시감- DejaVu)라고 하던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겹도록 보아왔다. 불장난도 모자라 핵 장난을 친다. 그럴 때마다 유엔 안보리가 소집되고 그 북한에 대한 응징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그러나 얼마 못가 상황은 흐지부지 종료된다.
그래서인지 북한이 도발을 했다 하면 바로 몰려드는 것은 피로감이다. 그리고 드러나는 것은 정부당국의 무능력이다.
“북한도 8.25 합의 이행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이산가족 해결 등 남북관계 정상화에 힘써 주기 바란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전날인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그러니까 한국 정부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 징후에 대한 보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방부 직속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가 핵실험 사흘 전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새로운 갱도 굴착과 증폭 핵분열 실험 가능성 징후를 포착하고 보고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신빙성이 낮다는 이유로 무시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소집된 국가안보회의.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북한이 상응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발언이 그렇다. 피로감이 지나쳐 우울증까지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억제에 중국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수폭실험인가 뭔가가 발표 된지 사흘이 지나도록 박 대통령은 중국의 시진핑과 전화 한 통화조차 하지 못했다. ‘밀월’로까지 묘사됐던 중국과의 관계가 머쓱해진 것이다.
중국이 나서야 한다. 도발이 계속된다. 그럴 때마다 나온 소리다. 북한의 유일한 동맹이다. 북한 원유 소비량의 90% 정도를 공급해준다. 식량은 절반 이상 공급해준다.
4차 핵실험이 이루어진 현 상황에서 그 기대는 더 높아졌다. 시진핑 체제출범 이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냉각기를 맞았다. 그런 마당에 김정은은 중국에 사전 통보도 없이 핵실험을 했다. 시진핑은 망신을 당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게 쏟아지는 분석이다.
한국의 기대는 더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 너무 기울었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 북한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을 담은 것이었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로 그치고 있는 느낌이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르다. 중국은 종전의 그 자세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여전히 6자회담 타령만 하고 있다. 각국의 냉정한 대처와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는 애매모호한 말만 되뇌면서.
그 중국당국의 입장을 인민대학의 시인홍은 이런 식으로 대변했다. “중국은 유엔의 북한 제재안에 어느 선까지는 찬동하겠지만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구애’작전은 그저 프로토콜상의 변화만 가져왔을 뿐 현실정치에서 중국의 대북정책 전환으로 뒷받침 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은 그러면 전혀 없는 것인가. 관련해 새삼 관심을 끄는 주장이 일본, 호주, 한국, 대만의 핵 무장론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중국의 군사대국화는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그런 정황에서 2년 전 워싱턴 안팎에서 제기된 주장이다.
‘핵 비확산 체제 고수’는 미국해외정책의 한 주요 틀이었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아시아의 안보지형이 뒤흔들리고 있다. 그 상황에서 막대한 군비를 홀로 부담하면서 미국은 그 체제를 고수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 새삼 제기된 것이다.
냉전시대 나토의 경우 영국과 프랑스의 핵 무장은 소련억제에 오히려 효과적이었다. 일본, 호주, 한국은 믿을 수 있는 맹방에 민주국가다. 이 아시아의 맹방들의 핵무장 허용은 중국견제에 가장 효과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게 하는 방안은 없을까. 일본의 핵무장, 그리고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가 그 한 방안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이 스스로 던진 질문이고, 답이다.
대한민국 안보의 궁극적 답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플루토늄, 우라늄, 그것도 모자라 수소폭탄을 만들어 실전배치를 하려 든다. 그 1차 타깃은 남한이다. 중국은 그 북한을 방관만 하고 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논리나 들먹이면서.
이제 핵 무장을 심각히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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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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