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사람이라고 모두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급이 있다고 보았다. 간단하게 두 부류로 나누면 군자와 소인이다.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알고 실천하며 자기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상적 인간은 군자, 별 생각 없이 본능 따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소인이다.
자기 자신이 군자인지 소인인지 혹시 궁금하다면 확인할 방법은 있다. 의(義)와 이(利)의 자를 대보면 된다. 의로움 즉 옳고 그름을 중시하며 살면 군자,이해득실을 따지며 이익만 쫓아 살면소인이다.
마땅히 대의를 쫓아야 할 사람들이자기이익 쫓기에 급급하면 세상은 어지럽다. 직위로 보면 군자여야 하는 데하는 행동을 보면 소인 중에서도 하급인 사람들이 있다. 뜨내기 정치인들이다. 2016년 총선의 해를 맞아 한국이연초부터 시끄러운 것은 정치인들의‘헤쳐 모여’가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는 있지만, 그 변신의 과정에 조금의 거리낌이나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오로지 관심은 이(利), 공천 받고 정권잡겠다는 데 집중되어 있으니 갈등이 없다.
한국에서 ‘공천’이 정치인들의 발목을 잡는다면 미국에서는‘ 돈’이 정치인들을 옭아맨다. 선거 때 후원금을 잔뜩 받고 나면 당선된 후 나 몰라라하기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후원단체의이익에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후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이익을 얼마나 잘 대변하는지 의정활동의 성적표까지 매긴다면 그때는 단순한 후원단체가 아니다.‘ 주인님’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 전국총기협회(NRA) 이야기이다.
새해 첫 주 미국에서는 오바마의 눈물이 화제가 되었다. 지난 5일 오바마대통령은 총기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연설 도중 눈물이 솟아 말을 멈춰야했다. 3년 전 코네티컷의 샌디훅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죽음을 언급할 때였다.
총기난사범의 총탄에 학교 교직원 6명과 함께 여섯 살짜리 아이들 20명이떼죽음 당한 사건은 그의 재임 중 가장 아픈 사건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참혹한 사건을 당하고도 총기규제법하나 제정하지 못하는 워싱턴의 현실,NRA 입김에 옴짝달싹 못하는 공화당의회에 대한 분노와 좌절, 무력감이 없을 수 없었을 것이다. 눈물에는 여러 배경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예민하다. 호들갑이 상식이다. 소세지 한 봉지에서E 콜라이 균이 발견되면 해당 제품 전체를 회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의경우를 생각해 약병은 어린이들이 열수 없는 특수 뚜껑을 쓴다.
그런데 그런 상식과 호들갑에서 유독 예외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총이다. 총으로 매년 3만명이 죽어도, 오바마 재임 중 총으로 죽은 사람이 시리아 내전 희생자보다 많아도, 집안의 총을 잘못 건드려 연간 수백명의 아이들이 죽고 다쳐도 공화당 주도 연방의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총기소지 권리는 어떤 이유로도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뿐이다.
아스피린 병뚜껑에도 안전을 생각하는 것이 상식인 나라에서 정치인들이총기 안전에 눈감는 이유는 하나다. 자신의 이익, 정치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기준 연방 상하원선거 중 NRA 기금을 받은 후보는 261명이었다. 그중 80%가 당선되었으니 선거에서 NRA의 힘은 막강하다. 물론 그중 90%는 공화당 의원들이다. 그리고나면 NRA는 의원들 관리에 나선다. 총기관련 법안 투표기록을 토대로 A+부터 F까지 성적을 매긴다. 좋은 성적을받아야 지원이 계속되니 이(利)를 쫓는의원들이라면 NRA 눈치를 안 볼 수가없다.
정치란 국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살 수 있도록 사회적 틀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현재 총기 매매의 40%는 구매자의 신원조회도 없이 이루어진다.
범죄자도 정신질환자도 어려움 없이 총을 손에 넣게 내버려두는 비상식적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국민의 안전보다 자신의 정치생명이 먼저인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의보다는 이익이먼저인 정치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2,500년 전 중국에서도 정치한다는사람들은 비슷했던 모양이다. 공자의애제자 자공이 사람됨의 여러 등급에대해서 스승에게 묻던 중 정치하는 사람들을 거론했다. 공자는 혀를 차며 말했다.“ 한말 두되들이 수준의 사람들이니 셈에 넣을 것이나 있겠느냐?” 생각이 온통 이해관계에 얽매어서 지극히 소견이 좁은 자들이라는 비판이다.
연방의회가 총기규제법을 막는 것은선거에서 이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오바마는 말했다. 대선의 해인 올해 우리가 할 일이 있다. NRA 편만 들다가는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투표로 우리의 안전을 지킬수 있다면 왜 안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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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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