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Under the Sun / 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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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해 아래 새것은 없나니.
새해를 맞아 "새것은 없나니"를 기억합니다. 다들 새해/새기분을 말하지만, 사실 '새것'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존은 늘 헌것의 연속일 뿐! 태양 아래 과연 그 무엇을 새롭다 하리요. 그렇게, 새해 날들도 묵은해 마지막 날들처럼 지나갑니다.
구약성경 <전도서>를 또 읽습니다. 꼬깃꼬깃 지면이 닳도록 읽은 책이지만 또 '새로운 헌것'이 짚힙니다. 행간의 속내가 드러나고 문자들 사이의 여백이 빛납니다. 그러다가, 진뜩 귀에 익은 어느 한 구절이 불현듯 양미간에 척 들러붙습니다.
<전도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이때 '전도자'는 말씀을 선포하는 'the Preacher'를 말합니다. '도(道)를 전(傳)하는 사람'이 전도자입니다. '길[道, the Way]'을 밝히는 사람이 곧 말씀을 선포하는 분인데, <전도서>의 저자는 다름아닌 다윗의 아들 솔로몬 왕이랍니다.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해 아래 새것은 없나니.
아주 먼 옛날, 하나님께서 친히 솔로몬에게 다가와 물으십니다.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 Ask what I shall give thee. 알라딘의 마술램프 요정과는 비교가 안되는 그야말로 전지전능 무소부재의 여호와께서 묻고 계십니다. 시쳇말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바로 그 순간, 솔로몬은 그의 일생 중 가장 지혜로운 선택을 합니다.
"그러므로 주의 백성을 재판하도록 주의 종에게 깨닫는 마음을 주사 내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별하게 하옵소서." Give therefore thy servant an understanding heart to judge thy people, that I may discern between good and bad." 여기서 '깨닫는 마음'이라 번역된 'understanding heart'는 밝디밝은 명철(明哲)의 지혜를 함의하는 표현입니다.
그러자, 흡족해하시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가라사대, "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너의 전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었거니와 너의 후에도 너와 같은 자가 일어남이 없으리라." 그리고 ‘덤’도 듬뿍 주십니다. "내가 또 너의 구하지 아니한 부와 영광도 네게 주노니 네 평생에 열왕 중에 너와 같은 자가 없을 것이라." 부귀영화 대신 다만 지혜를 구했더니, 지혜 뿐 아니라 세상의 부귀영화도 몽땅 얻게 된 솔로몬. 과연 솔로몬이라!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해 아래 새것은 없나니.
그랬던 그가! 그토록 겸허하고 착했던 그가! 그랬던 지혜의 왕 솔로몬은 그러나 늙으막에 이르러 온갖 부귀영화가 다만 '헛되고 헛됨'을 한탄하게 됩니다.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Vanity of vanities, says the Preacher, vanity of vanities! All is vanity.
1000명이나 되는 절세가인들을 처첩으로 거느리며(?) 하늘 아래 온갖 영화를 날마다 만끽했던 솔로몬. 여호와 하나님 외의 온갖 잡신에 둘러쌓여 우상숭배와 배도(背道)의 길을 걸었던 솔로몬. 그는 마침내 지혜없는 우둔한 자로 타락하고 말지만, 결국 돌이켜 <전도서>의 선포자로 기록됩니다.
반야심경의 지혜가 생각납니다. 사람이 보고/듣고/만지며 즐기는 세상은 모조리 텅빈 공(空)이니, 다만 이를 깨우치면 모든 고액으로부터 자유로우리라!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 인생의 쾌락에 실컷 지친 결론과 숲속 고행의 깨달음이 일치하고 있네요. 단맛쓴맛 모두 진하게 체험한 솔로몬 왕의 <전도서>를 곱씹는 중에, 1장을 채 끝내기도 전에 "해 아래[under the sun]'이란 말을 세번 만납니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3]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9] "내가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본즉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14]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해 아래 새것은 없나니.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르되 여전히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강들은 자기들이 나오는 곳으로 거기로 되돌아가느니라." [7]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은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그것은 우리가 있기 전에 이미 옛적부터 있었느니라."[10] 단 18절로 된 짧은 <전도서> 1장, 읽고 또 읽고 또 읽습니다. 꼭꼭 씹어 단물을 삼킵니다. 신년벽두에 다시 새롭게 읽는 옛 이야기. 알지만 모르는 지혜의 보고. 새해에도 <전도서> 읽는 재미에 도끼자루는 여전히 썩어가리니.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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