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간 언덕에도 꽃은 피고 지진 난 땅에도 맑은 샘물은 솟아납니다”초등학교 시절인 60년대 MBC 라디오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절망은 없다’ 시간에 들었던 성우의 내레이션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몹시 어려웠던 시절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비슷한 처지의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드라마가 끝날 때면 귀를 쫑긋이 세우고 듣고 있던 내게 어머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윤신아, 힘들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오늘 라디오에 나온 사람처럼 성공하려면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참고 견뎌야 한다. 단호한 어조로 시작된 말씀의 끝은 늘 흐려지셨는데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 체험하고 계셨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 세상과 유일한 소통수단이었던 라디오를 통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으며 젊은 시절 모진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유로운 여생을 보내고 있는 어머님을 보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결코 절망은 없음을 실감한다.
미국판 ‘절망은 없다’를 만든다면 단연 KFC 창업자인 커낼 샌더스를 꼽을 수 있다. 6세 때 아버지를 잃은 커낼은 10세 때부터 농장 일을 시작으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힘들게 저축한 돈을 투자해 22세에 첫 사업을 시작했으나 실패했다. 실망하지 않고 전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여 시도한 두 번째 도전도 39세에 불어 닥친 대공황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시 실패로 끝났다. 재기를 준비하며 주유소 점원으로 일하던 그는 이 마을에 마땅한 음식이 없다는 손님들의 불평을 듣고 자신의 장기인 닭튀김 식당을 열었다.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고 켄터키주의 상징적인 음식을 개발한 공로로 주지사로부터 명예대령 (colonel)까지 수여 받았다. 경제적 안정과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위치에 올라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던 샌더스에게 예상치 못했던 화마가 닥쳐 세 번째 불운을 겪는다. 이에 좌절하지 않고 수중에 남은 돈과 빛까지 얻어 식당을 다시 열었지만 지역에 불어닥친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네 번째 파산을 하게 된다. 거듭된 실패로 소셜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비참한 처지에 절망한 샌더스는 심한 우울증으로 정신병을 얻었으며 이로 인하여 이혼까지 당했다.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샌더스는 자신이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왜 실패를 거듭했는지 돌아보았다. 그리고 돈을 벌어 성공하겠다는 이기적 목표만 있었지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은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닭튀김을 먹고 행복해 하던 사람들을 떠올린 그는 나머지 여생을 그렇게 보내기로 결심하고 65세 다시 시작한 사업은 선풍적 인기를 얻으며 네 번의 실패를 딛고 다섯 번째 도전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비즈니스 오너가 사업체를 운영하다 파산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면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본인의 불편함이야 참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느라 애쓰는 가족을 지켜보는 가장의 심정은 무엇과 비교하기 어려운 고통일 것이다.
이럴 때 여건을 탓하거나 실패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원망하는 사람은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자신의 실패를 주변 여건이나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다 보면 부정적 사고가 고착돼 긍정의 힘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긍정적 마인드는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힘이며 새로운 도전의 원천이 됨으로 어떤 경우라도 지켜야 하는 사업가의 기본이다.
실패로부터 재기하고 싶다면 주변 여건이나 다른 사람을 탓하기 전 자신을 돌아보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겸허한 반성과 치열한 성찰로 썩은 살을 도려내 긍정의 새 살이 돋도록 해야 한다.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서겠다는 칠전팔기의 용기를 갖춰야 진정한 사업가라 할 수 있다. 성공한 사업가 중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꾸준히 도전하는 사람에게 실패란 없으며 어떤 고통도 다시 일어설 때 느끼는 희열을 능가하지 못한다. 수백 번은 넘어졌을 김연아 선수가 그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녀가 다시 일어서지 않았다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게 분명하다.
어제의 실패에 매달리지 말라. 오늘은 새로운 날의 시작이다. 다시 용기를 내자! 힘차게 일어 나 앞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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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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