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의 빨간 냄비가 등장한다. 세일광고가 쏟아지고 상가의 쇼 윈도우는 화려한 선물더미로 장식된다. 세밑이다. 해마다 이 계절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War on Christmas’- 크리스마스 전쟁 소식이다.
‘Merry Christmas는 안 된다. HappyHolidays이어야 한다. 공공장소에 특정종교, 그러니까 기독교를 알리는 조형물을 세워는 안 된다. 그리고….’ - 벌써몇 년 째인가.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올해의 경우는 어쩐지 조용한 분위기다. ‘스타벅스가 크리스마스를 홀대하고 있다’는 논란 정도가 고작이다. 해마다 벌어지는 크리스마스 전쟁, 그 전선에 이상이라도 생긴 것인가. 대신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앵그리 크리스마스(Angry Christmas)’다.
불황은 끝났다는 것이 당국의 공식발표다. 그런데 여전히 살기가 힘들다.
미국의 어린이 다섯 명 중 한명 이상이 빈곤율 이하 수준에서 허덕인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미국의 중간가계소득은 2000년 보다 더 낮아졌다. 수백만의 가장, 특히 대학졸업장이 없는그들에게는 아메리칸 드림은 깨어진꿈이 된지 오래다.
분노가 쌓여간다. 뭔가 비등점을 향해 나간다. 단순히 경제문제뿐이 아니다. 불안감까지 겹쳤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다. 테러 전쟁 발발 15년째다. 그런데 테러는 더 기승을 떤다. 불안감은더 높아만 가면서 분노는 확산된다.
“80%의 미국인은 머지않아 이 미국땅에서 이슬람국가(IS)가 사주한 테러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당국은 시리아 여권을 가진 이슬람이 몇 명이 입국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아니,그들조차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굉장히 위험한 현실이다.” 한 보수 언론이 전하는 포스트 파리, 포스트 샌버나디노의 밑바닥정서다.
“테러와 이슬람은 아무 관계가 없다.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더 확대하면미국의 현 집권층이 보이고 있는 일관된 입장이다. 과연 올바른 진단일까.
미국의 이슬람 중 13%는 민간인에대한 테러는 정황에 따라 정당화 될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퓨 여론조사가 밝힌 내용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미국의 이슬람 인구는 250여 만.
그러니까 30만에 가까운 미국의 이슬람은 정황에 따라 민간인 테러에 나설수도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국의 이슬람 중 이 같은 반응을 보인 사람은거의 배에 가깝다. 이슬람권 국가들의경우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테러에 긍정적이라는 것이 퓨 여론조사의보고다. “모든 증거는 이슬람에 대한열정이, 헌신도가 높을수록 더 폭력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 관계자의 말이다.
왜 직장 동료들을 그토록 무참히 살해 했는지 샌버나디노 테러사건의 동기를 추적했다. 이슬람과는 관계가 없는 쪽으로 수사방향을 맞추어서. 그러나 뚜렷한 동기를 찾을 수 없었다.
다른 미국 내 자생 테러사건과 마찬가지로.
대신 한 가지 패턴이 또 다시 뚜렷이 드러났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슬람에 몰두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폭력에 대해 확신을 갖게된다. 그리고 총기를 들고 행동에 나선다’ -. FBI만 이런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수사기관도, 또 수많은 연구조사도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많은 지하드 대원은 IS에 세뇌되어서가 아니다. ‘알라를 위해서’라는 나름 이슬람이란 종교에 확신을 가지고지하드에 뛰어들고 있다는 거다.
그러나 일선 수사기관의 이 같은 보고는 워싱턴의 고위당국에 올려지면바로 묵살된다. 뭐랄까. 자명한 사실에 고위당국자들은 눈을 감는다고 할까. 그러면서 되풀이 되고 또 되풀이되는 소리는 이슬람과 테러는 무관하고,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라는 주장이다.
왜. 문화전쟁 때문이 아닐까. 같은 사실에, 같은 정황이다. 그런데 보는 시각에 따라 때로 아주 상반된 해석을 내린다. 그 문화전쟁의 갭이 날로 깊어가고 있는 것이 미국의 정치현실이라는것이 적지 않은 워싱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표 대결이 그 한 케이스다. 이 법안에 대해 연방 상원 민주당의원들은 100%가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은 0%가 지지했다.
크리스마스 전쟁뿐이 아니다. 동성애문제에 이민문제, 그리고 이슬람테러에이르기 까지 문화전쟁은 확산되면서분노는 쌓이고 불안감은 높아간다. 그리고 그 분노와 불안감은 불신감으로확산되면서 크리스마스는 기쁨이 아닌분노의 크리스마스가 되어가고 있다는것이다.
날로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크리스마스, 그 미국이 어딘지 서글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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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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